[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조민희 변호사] 한편 ③ 영상콘텐츠의 경우에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된다. 영상콘텐츠의 표절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ⅰ) 원게임에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저작권의 보호범위), ⅱ) 그 부분이 창작성이 있어야 하며(창작성), ⅲ) 이 부분에 의거해 비교게임이 만들어져야 하고(의거성), ⅳ) 원게임과 비교게임이 실질적으로 동일해야 한다(실질적 유사성).
ⅰ) 먼저 원게임에서 저작권의 보호범위 내인 부분이 있어야 한다. 저작권의 보호범위 내란, 주로 ‘아이디어·표현 이분법(idea expression dichotomy)’이나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merger of idea expression theory)’ 기준에 의해 판단한다.
앞서 설명한 게임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며, 표현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비로소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는 것이 바로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며, 어떠한 아이디어에 대한 표현방법이 유일하거나 매우 제한돼 있어 아이디어와 표현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돼 있다면 표현의 보호는 곧 아이디어의 보호에까지 미치므로 이 경우 표현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이다.
아이디어·표현 합체이론은 비록 창작적인 표현이라 하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 저작자의 창작 당시에는 표현방법이 다수 있었으나, 시간이 흐른 이후 그 표현방법이 업계의 사실상의 표준이 돼 버린 경우에는 그 표현에 저작권적 보호가 주어져서는 아니된다는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s)’, 아이디어를 표현함에 있어 필수적인 표현이나 전형적인 표현은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필수장면의 원칙(Scènes à faire doctrine)’으로 세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 제7항소법원은 인크레더블 테크놀로지(Incredible Technologies, Inc.)의 골든 티 포어(Golden Tee Fore) 게임과 버추얼 테크놀로지(Virtual Technologies, Inc.)의 PGA 골프 투어 게임 사이의 골프게임 표절사건에서, 바람세기측정, 클럽선택과 같은 것은 실제 골프게임을 비디오게임으로 묘사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고, 메뉴스크린이나 선수포기 선택은 스크린의 가장자리에 아이콘 모양으로 고정할 수밖에 없는 표준적인 부분인바(필수장면의 원칙), 모두 저작권의 보호대상이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ⅱ) 창작성이란,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것이어야 하는 의미는 아니며, 단지 다른 저작물을 베끼지 않았다는 정도이면 족하다.
서울지방법원(2002.2.19. 선고 2002카합1989 결정)은 CCR사의 포트리스2 블루 게임과 소프트닉스사의 건바운드 게임 사이의 표절사건에서, 포트리스2 블루에 사용된 회오리나 애니메이션 효과는 독창성이 인정될 소지가 있으나, 바람게이지, 포탄, 무기, 캐릭터는 독창성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그림 2. 참조].
한편, 게임캐릭터는 게임저작물과 별도의 ‘창작성 있는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는가? 대법원은 ‘신야구게임 사건’에서, 게임물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창작성이 인정되므로 원저작물인 게임물과 별개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고, 그 캐릭터에 관해 상품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판시했다(대법원 2010.2.11. 선고 2007다63409 판결).
ⅲ) 비교게임이 원게임을 의거해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서 의거성이라 함은, 저작물의 표현형식을 소재로 이용해 저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용이 유사하더라도 우연의 일치로 인해 유사하거나 또는 공통의 소재로 인해 유사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의거의 정도에 관해 판례는 “의거관계는 원칙적으로 침해자에게 피침해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즉 피침해저작물을 볼 상당한 기회가 있었음이 인정되면 족한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6.7.20. 선고 2005가합76758 판결, 신야구게임 사건).
그렇다면 원게임과 비교게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면 의거성이 추정되는 것인가? 비교게임과 원게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면 의거성이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비교게임이 원게임보다 먼저 창작됐거나 후에 창작됐다고 하더라도 원게임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됐다면, 의거성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7.12.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참조).
ⅳ) 원게임과 비교게임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표절이 원저작물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실질적 유사성이 핵심적이라 할 수 있고, 실무적으로도 저작권 분쟁에서 이 쟁점에 대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실질적 유사성은 어떻게 판단하는가? 원게임에서 창작성 있는 표현부분을 뽑아낸 다음, 이 부분만을 비교게임의 대응부분과 비교해 유사성 여부를 판단하는 게 일반적이다. 전자를 보호표현 테스트(the protected expression test)라 하고, 후자를 청중테스트(the audience test)라 한다.
즉 보호표현 테스트에 관해 대법원은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청중테스트에서는 평균적 관찰자(ordinary observer)의 입장에서 판단하되, 통상 핵심부분의 모방일수록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기 쉬우며, 비모방부분의 양이 모방부분보다 많더라도 이는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앞서 살펴본 봄버맨 사건에서, 저작권법상 보호받는 플레이 필드, 맵, 블록의 구성과 형태, 캐릭터의 형태, 폭탄 및 화염의 형태 등의 구체적인 표현에 큰 차이가 있고 전체적인 느낌과 미감이 전혀 다르므로, 두 게임은 그 보호받는 표현이 실질적으로 유사하지 아니해 ‘비엔비’ 게임은 ‘봄버맨’ 게임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봄버맨과 비엔비의 두 캐릭터에 관해, 대법원은 신야구와 실황파워풀 프로야구의 두 캐릭터에 관해 각 실질적 유사성을 부정했다[그림 3. 참조].
(그림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콘텐츠 저작권침해대응을 위한 표절기준 마련 기초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