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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샵메일, 시장에서 경쟁하라

심재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지난 3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주최로 ‘샵메일 현황 및 개선방향’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샵메일은 전자공인주소의 별명으로, 온라인 등기우편이라는 취지 아래 도입된 제도다. 전자문서를 온라인에서 주고받을 때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본인확인이 보장되고, 부인방지, 증거력 등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주관 기관인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 측은 전자문서를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어 전자문서 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샵메일 제도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샵메일에 대한 IT업계의 반응은 우호적이지 않은 듯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공인인증서’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에 놀란 가슴, 공인전자주소(샵메일) 보고 놀라는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정부가 인증하는 전자 신분증이지만, 기술적 폐쇄성 및 강제성, 비표준성 등으로 IT업계 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정부에서도 공인인증서를 터부시하는 분위기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기창 고려대 교수는 “공인전자주소의 ‘공인’은 억지춘향”이라면서 “공인이라고 붙이지 않으면 자생적인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샵메일의 장점이라고 하는 본인확인, 부인방지, 증거능력 등 모두 기존 이메일 체계 안에서도 가능한 것”이라면서 “본인인증을 위해서라면 샵메일 필요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의 말처럼 이메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이같은 업무에 이메일을 사용하는 빈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편리한 이메일이 있음에도 중요한 문서를 이메일로는 잘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전자문서교환시스템(EDI) 등을 만들기도 한다. 대형 입찰의 경우 입찰 제안서를 CD 형태로 방문 제출토록 하거나 프린트 해서 내라는 곳이 다수다. 일부 금융권 등은 여전히 종이 계약서만 인정하는 등 전자문서에 대한 신뢰도 낮은 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기관이 ‘전자문서 유통 활성화’라는 정책목표로 새로운 제도나 시스템을 제안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샵메일을 반대하는 김 교수도 “(샵메일의)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강제성이다. 공인인증서가 비난을 받았던 것도 강제성 때문이었다. 공인인증서를 강제했기 때문에 외국인은 배제되고, 공인인증서가 지원하지 않았던 IT기술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불편했다.

샵메일 반대론자들도 가장 우려하는 것이 강제성이었다. 김 교수는 “강제하지만 않으면 샵메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NIPA 측은 “샵메일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NIPA 발주 사업의 입찰제안서를 샵메일을 통해서만 받는 등의 일부 강제적 조치를 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샵메일 사업을 주관하는 NIPA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샵메일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확산 시키는 방법이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라면 곤란하다. 공인인증서의 사례에서 봤듯 강제적 도입은 이용하기 싫은 사람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일으킨다. 샵메일만이 정답은 아니다. 샵메일은 여러 전자문서 유통 수단 중 하나가 일 뿐이다. 샵메일을 확산시키기 위해 마케팅과 홍보가 아닌 공권력을 동원한다면 반칙이다. 좋은 제도라면 강요하지 말고, 일반 기업들이 하는 것처럼 시장에서 경쟁해 살아남아야 한다.

또 샵메일을 지나치게 대중화하려는 욕심도 버려야 한다. 애시당초 샵메일은 온라인 등기우편, 온라인 내용증명의 취지로 도입됐다. 현재는 굳이 등기우편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까지 샵메일을 쓰도록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비군 훈련 소집서가 대표적이다. 물론 예비군 훈련 소집서를 샵메일로 받고 싶은 사람에게 샵메일로 전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샵메일로 받도록 강요하는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은 곤란하다.

샵메일은 정부가 제공하는 편리한 서비스 중 하나로 남아야지, 정부가 강요하는 서비스가 되면 안 된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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