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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밀보호법 손질해야” 전문가들 한목소리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지난해 카카오톡(카톡) 감청 사태로 손질의 필요성이 제기됐던 통신비밀 보호법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법학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비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김재협) 주최로 7일 서울시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시대에서의 통신비밀 보호법제의 개선방향’에 대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날 <사진 왼쪽부터>장철준 단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성기 성신여자대학교 법학과 교수, 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길영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문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희정 이화여자대학교 경영연구소 교수,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양재 변호사,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달용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가 참석했다.

학술대회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지금 시대와 맞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이용자의 관점에서 개선을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 또 투명성 보고서에 담긴 데이터의 질적 강화와 감청 대상자를 특정하도록 하는 방안, 이용자에 대한 감청 사실 통지 의무화 등을 거론했다.

◆“통신자료 요청도 영장주의 적용돼야”=황성기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를 통해 “통신자료 요청제도를 영장주의의 예외로 설정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형사절차의 일환이 아닌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 요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통비법의 이 같은 측면을 들어 “영장주의가 굉장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또 감청이 침해행위의 은밀성과 계속성, 침해대상의 광범성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통신비밀보호의 본질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통비법상의 감청제도가 대상범죄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잡고 있는데다 감청기간(범죄수사의 경우 2개월, 국가안보의 경우 4개월)이 적절한지 또 감청연장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황 교수는 “현행 통신비빌 보호법제가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과잉금지원치겡 부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통비법 나와야=뒤이어 발제에 나선 오길영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법 자체가 요즘과 맞지 않다”며 지적했다. 통비법은 휘발성을 지닌 아날로그 통신의 법리와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저장’(비휘발성)을 선택할 수 있는 디지털 통신시대로 넘어와선 정합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서버로 날아오는 통신데이터를 서버입구의 ‘앞’에서 수집하면 감청, 서버입구의 ‘뒤’에서 수집하면 압수·수색이 된다”며 “디지털 통신에 있어서는 감청과 압수·수색의 기술적 본질은 같다. 카피(copy, 복사)일 뿐”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디지털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아날로그형 영장주의의 실천으로 이른바 전방위적인 감청과 싹쓸이식 압수·수색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은 뒤 ‘영장집행의 적법·타당’에 대한 논의를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최소침해’로 방향을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오 교수는 프라이버시권에 대해 “더 이상 소극적 의미에서의 ‘사생활 비밀의 보호’가 아니라 가장 구체적이고도 직접적인 ‘디지털 기본권’으로서 기능해야 한다”며 “디지털 분야에 있어서만은 가장 중요한 보호법익이 프라이버시권이라는 것을 우리 법조가 하루빨리 수용해야만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투명성 보고서, 데이터 충실성 보완 필요=조희정 이화여자대학교 경영연구소 교수는 38개 주요 IT기업이 발행하고 있는 투명성 보고서의 데이터를 더욱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완결된 문서 형식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고 데이터의 나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가 담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가시성, 접근성 개선을 위한 형식적인 요건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38개 보고서를 보면 데이터 충실성이 보완돼야 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가치에 좀 더 집중돼야 하고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 교수는 ‘감시활동의 개혁을 위해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목표’라며 투명성 보고서의 발행 이유를 든 페이스북 사례 등을 거론하면서 정부 감시에 대한 항의를 보다 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IT기업 간 연대화(집단화)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의 IT기업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사회적 차원의 무브먼트가 되기 위해 연대가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수사에 편의적 정보 수집은 지양해야”=김기중 변호사(법무법인 동서양재)는 수사 대상자의 통신 상대방 가입자번호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요청을 거부하거나 통신 상대방에 관한 정보를 압수수색의 범위에서 제외한 사례가 알려진 바가 없는 것을 거론하면서 “법원의 통제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강제수사절차가 과도하게 수사에 편의적인 방법으로 운영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 교수가 언급한 프라이버시권 최소 침해의 인식전환에 동의하면서 ‘감청 대상자와 그 상대방’의 형태로 표현되는 감청영장 상의 문구에 대해 ‘ 그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어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지국 교신에 기반을 둔 ‘불특정 다수에 대한 수사가 과연 가능한가, 허용돼야 하나’에 대한 질문을 던진 뒤 “여러 논란이 있는데 법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일정하게 정치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교수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감청 수가 미국과 비교 시 인구대비 해서도 9.5배에 달한다면서 “분단상황에서 많이 할 수 있지 않나라고 해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이용자 통지 문제에 대해선 “수사가 끝날 때까지 통지를 안하는데 피고가 돼 재판에 앉아있다가 감청을 당했구나 알게된다. 이 부분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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