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빛바랜 페이퍼리스…금융권, 공전소사업 속속 중단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권의 페이퍼리스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후선에서 지원해주는 공인전자문서보관소(이하 공전소)사업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금융권에서 창구업무에 사용되는 종이를 전자서식으로 전환하면서 공전소 수요가 증대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여러 제약에 막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그룹의 IT계열사인 신한데이타시스템이 공전소 설립을 검토하다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그룹의 경우 신한은행이 태블릿 브랜치 활성화 등 장기적으로 은행 내 모든 문서의 페이퍼리스 실현을 위한 전자문서 사업을 추진하는 등 관련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자체 공전소 설립을 통해 전자문서 수요에 대응하려던 신한데이타시스템은 현재 전자문서 활용에 제약이 많은 점을 들어 사업을 잠정 보류 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 간 이뤄지는 금융상품 부수 업무 부분에서 종이문서에 대한 요구가 아직 남아있어 전자문서와 종이문서를 이중으로 보관해야 하는 부담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간 채권 양도의 경우 채권을 전문적으로 양도받아 다시 이를 거래하는 전문회사들은 고객과 금융회사가 거래한 채권증서 전표를 종이로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전자문서와 종이문서의 법적 지위는 동등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여전히 종이문서로 거래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전자문서 활성화에 대한 정책의 취지와는 별개로 종이문서의 보관을 5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등 부담 탓에 금융권의 공전소 설립이 검토되다 중단된 것은 신한데이타시스템 뿐만 아니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아이앤에스가 현재 유일한 금융그룹 계열 공전소 운영사업자로 자리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데이타시스템, 우리은행의 우리에프아이에스, 기업은행의 IT계열사인 IBK시스템이 공전소 설립을 검토하다 중단한바 있다.

전체적인 공전소 시장이 침체 일변도에 있는 것도 문제다. 2011년 더존비즈온이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9호 사업자로 지정된 이후 마의 10호 벽을 깨지 못하고 오히려 폐업이 줄을 이었다.

현재 정보통신사업진흥원 공인전자주소(www.npost.kr)내 공인전자문서센터 지정현황에 따르면 현재 공전소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은 더존비즈온, 하나아이앤에스, LG CNS, 한국무역정보통신 등 4곳에 불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확실한 고객을 가지고 있는 일부 공전소를 제외하고는 다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자문서 활성화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액션’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 따른 금융규제 완화가 페이퍼리스 등 기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진행된 정책들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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