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모바일AP 현황과 전망…퀄컴 아성에 도전하는 후발기업
지난해 모바일 AP 시장은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의 1강 1중 체제를 확고히 했다. 올해부터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14나노 공정 기술로 개발한 엑시노스 7420을 갤럭시S6 시리즈에 탑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텔은 최초의 모뎀통합 AP 아톰 X3를 선보였다. 전체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에서 저가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완성품 고객사를 확보하는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지난 몇 년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은 몇 개의 공급업체만 남는 강렬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프리스케일, ST에릭슨, 브로드컴은 모두 “퀄컴과의 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시장에서 발을 뺐다. AP를 직접 설계해 자사 아이폰, 아이패드에 탑재하는 애플을 제외하면, 범용 모바일 AP 시장은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 ‘1강 1중’ 체제로 재편이 이뤄진 상태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AP 시리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탑재됐고 미디어텍은 저가 시장을 공략하며 힘을 키웠다.
AP 시장의 1차 대전은 퀄컴이 완벽하게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이뤄질 2차 대전에서는 삼성전자의 약진, 인텔의 강력한 도전으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시장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특히 향후 스마트폰 시장은 미디어텍이 주로 공략했던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저가형 제품군이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퀄컴이 이 시장에서 얼마 만큼의 영토를 차지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사실 그 동안 퀄컴이 모바일 AP 시장에서 출하량과 매출액 모두 압도적 점유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칩과 이 칩을 하나로 통합한 AP를 신속하게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운로드 속도가 75Mbps인 주파수(20MHz) 2개를 묶어(Carrier Aggregation, CA) 40MHz 대역폭에서 15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는 ‘2배 빠른 LTE’가 처음으로 서비스됐을 때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통신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할당받을 수 있는 주파수의 양은 한계가 있고, 이 때문에 CA를 통해 보다 빠른 LTE 서비스를 론칭하는 속도는 퀄컴이 모뎀칩을 상용화하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퀄컴은 다운로드시 3CA(20+20+20=60MHz)로 450Mbps, 업로드시 2CA(40MHz)로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스냅드래곤 X12 LTE 모뎀까지 발표했지만 현재 국내 통신사들은 다운로드 속도가 225Mbps인 ‘3배 빠른 LTE’를 서비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자적인 모뎀칩을 개발하면서 자사 모델의 채용 비중을 늘리고 있고 인텔도 퀄컴을 빠른 속도로 쫓아가고 있다. 모뎀칩 기술에서 퀄컴과 후발 주자들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통신 인프라의 더딘 발전 속도로 인해 이 격차는 상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용 AP 시장 및 경쟁 현황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모바일AP 시장 성장률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데 따른 여파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용 AP 출하량은 14억7900만대, 매출액은 204억2800만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각각 27.8% 18% 성장한 수치다. 이 같은 성장율은 과거 대비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지난해 출하 성장률은 43.6%, 매출 성장률은 35.1%였다. 스마트폰용 AP 출하 성장률은 2010년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조금씩 둔화돼 왔지만 지난해 성장률 감소폭은 상당히 컸다. 선진국에선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과거 대비 줄어든데다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선 저가 제품이 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출하 및 매출액 성장률이 큰 폭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은 12억8350만대로 전년 대비 29.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은 2011년 63.7%, 2012년 42.7%, 2013년 41.4%였다. 매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AP 시장의 성장 둔화세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체별로는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의 시장 과점 구조가 심화됐다. 지난해 퀄컴과 미디어텍의 AP 출하량 점유율은 각각 40.8%, 23.8%로 양사 점유율 합계는 64.6%에 달했다. 매출액 점유율은 퀄컴이 52.9%, 미디어텍이 15.1%로 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8%였다. 퀄컴과 미디어텍, ’내가 만들어 내가 쓰는’ 애플을 제외하면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두 자릿수 출하량 점유율을 기록한 업체는 중국 스프레드트럼(10.1%)이 유일했다. 물론 이 회사는 저가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터라 매출액 점유율은 4.3%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경우 출하량 점유율은 3.3%, 매출액 점유율은 4.2%였다. PC 시장 강자 인텔의 출하량과 매출액 점유율은 각각 0.6%, 0.4%에 그쳤다.
태블릿용 AP 시장은 고전
태블릿용 AP 시장의 성장 둔화세는 스마트폰 AP보다 더 컸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블릿 출하량은 2억4250만대로 전년 대비 6.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태블릿 시장을 이끌어왔던 애플과 삼성전자의 지난해 출하량은 각각 6340만대, 4140만대로 전년 대비 각각 15%, 1%나 출하량이 줄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대화면 스마트폰 판매 증가, 긴 교체주기, 화이트박스 및 저가 태블릿 출현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중국 제조업체들이 생산하는 브랜드 없는 화이트박스 태블릿의 지난해 출하량은 7040만대로 전년 대비 27%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추세는 태블릿용 AP의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태블릿 AP 전체 출하량은 2억9310만대로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2013년 성장률이 36.2%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둔화폭이 컸다는 평가다. 지난해 태블릿용 AP의 전체 매출액은 41억9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모뎀 경쟁력이 판매량을 좌우하는 스마트폰 AP와는 달리 태블릿 AP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퀄컴, 미디어텍, 삼성전자 뿐 아니라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강자인 인텔, 엔비디아도 사업을 잘 이끌고 있다. 저가 제품을 주로 공급하는 중국 올위너와 록칩도 적지 않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태블릿 AP 시장에서 주목받는 업체는 인텔이다. 인텔은 지난해 태블릿 AP 시장에서 출하량 2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애플을 제외하면 범용 태블릿 AP 시장에서 사실상 1위 자리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자사 태블릿용 AP 출하량을 확대하기 위해 완성품 제조업체에 우회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 거의 무료로 제품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지난해 출하 목표치 4000만대를 초과 달성했다. 물론, 이 때문에 적자 규모는 보다 확대됐다. 인텔은 일단 점유율을 확대해 놓은 뒤 추후 이익을 회수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레노버와 같은 기존 PC 업체들이 태블릿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인텔 같은 업체에겐 호재다.
올해부턴 저가 제품이 러시를 이룰 듯
SA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20.4%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50%, 올해는 최대 55%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스마트폰의 평균판매가격(ASP)이 2012년 335달러에서 2014년 314달러로 떨어지고 2018년에는 평균 267달러 수준으로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전체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저가 제품군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따라서 저가 시장을 노리고 있는 주요 업체들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퀄컴의 경우 중저가 라인업을 확충하고 있다. 저가 시장을 장악한 미디어텍은 중가, 고가 시장에서 차근차근 치고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인텔은 자사 최초의 모뎀 통합 AP인 아톰 X3를 발표했다. 이 제품은 주로 중저가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4나노 3D 핀펫(FinFET) 공정 기술을 적용한 모바일 AP 엑시노스 7420을 갤럭시S6에 탑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 실적 개선을 예고되고 있다.
주요 업체별 전략 : 퀄컴
중국 정부는 지난해 퀄컴이 자국 기업들로부터 지나치게 높은 무선모뎀 기술과 관련한 로열티를 받아가고 있다며 반독점 조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신규 라이선스 계약은 지연됐고, 일부 중국의 완성품 업체들도 정부의 조사를 핑계로 로열티 지급을 미뤘다. 결과적으로 퀄컴은 중국 당국에 9억7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내기로 합의하고 로열티도 낮추기로 했다. 거대한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고, 로열티 수익 역시 일부 축소될 전망이지만 증권가에선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합의를 반겼다. 퀄컴 역시 중국 정부와 합의를 끝낸 후 올해 매출액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벌금을 내기로 했지만 중국 당국이 로열티를 부과하는 우리의 사업 방식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와 합의를 마친 퀄컴은 곧바로 중보급형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400 및 600 시리즈 4종을 출시했다. ‘고비(Gobi)’ 브랜드명을 사용하던 LTE 모뎀칩 브랜드도 ‘스냅드래곤 X시리즈 LTE 모뎀’으로 변경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X시리즈 LTE 모뎀은 ▲X5 LTE(다운로드 150Mbps, 업로드 50Mbps) ▲X7 LTE(다운로드 300Mbps, 업로드 50Mbps) ▲X8 LTE(다운로드 300Mbps, 업로드 100Mbps) ▲X10 LTE(다운로드 450Mbps, 업로드 50Mbps) ▲X12 LTE(다운로드 450Mbps, 업로드 100Mbps) 5종으로 구성된다. 최상위 모뎀칩인 X12 LTE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고비 9x45다. 카테고리10을 지원하는 이 제품은 다운로드시 20MHz 주파수 대역 3개를 묶어(3CA) 최대 45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업로드는 20MHz 주파수 대역 2개를 묶어 100Mbps의 속도를 낸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된 X8 LTE 모뎀은 다운로드와 업로드 모두 20MHz 주파수 대역 2개를 묶어 각각 300Mbps와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새롭게 출시된 중보급형 스냅드래곤 AP는 ▲620(ARM 코어텍스 A72 CPU 코어 4개, A53 코어 4개, X8 LTE 모뎀 통합), ▲618(A72 2개, A53 4개, X8 LTE 모뎀 통합) ▲425(A53 8개, X8 LTE 모뎀 통합) ▲415(A53 8개, X5 LTE 모뎀 통합) 4종이다. 스냅드래곤 620, 618, 425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415 모델의 경우 현재 샘플이 제조업체로 공급된 상황이며 해당 모델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올 상반기 출시될 것이라고 퀄컴은 밝혔다. 코어텍스-A72 CPU 코어는 ARM이 이달 초 공식 발표한 64비트 제품으로 지난 2014년 출시된 코어텍스-A15 코어 기반 디바이스 대비 3.5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하며 소비전력은 75% 낮다. 새롭게 공개되는 스냅드래곤 600 시리즈는 듀얼 이미지신호처리프로세서(ISP)를 제공해 듀얼 카메라 장착이 가능하다. UHD 표준 코덱인 H.265 HEVC(High Efficiency Video Coding)를 갖춰 4K 비디오 녹화 및 재생도 지원된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620, 618, 425, 415 프로세서 기반의 ‘퀄컴레퍼런스디자인(QRD)’을 출시할 계획이다. QRD는 중국 등 신흥국가의 제조업체들이 스마트폰을 쉽게 개발하고 빠르게 출시할 수 있도록 돕는 제조 지원 프로그램이다. QRD에는 메인보드 레이아웃 및 부품 목록과 추천 업체, 안드로이드 플랫폼 및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장치 드라이버 등 스마트폰 개발에 필요한 각종 도구가 포함돼 있다. 현재 QRD 기반으로 개발된 스마트폰은 1080개로 21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프리미엄급 AP로는 독자 64비트 중앙처리장치(CPU) 코어인 카이로(Kryo)를 탑재한 스냅드래곤 820 프로세서를 올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다. 스냅드래곤 820은 10나노대 3D 핀펫 공정으로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혹은 TSMC 가운데 어떤 파운드리를 활용할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퀄컴은 그간 32비트 스냅드래곤에는 ARM의 ARMv7 아키텍처 지적자산(IP)을 재설계해 독자적인 ‘크레이트’ 코어를 만들어 사용해왔다. 그러나 64비트에선 ARMv8 아키텍처의 ARM 표준 CPU 코어(코어텍스 A53, A57)를 그대로 들여와 스냅드래곤 810 등에 탑재, 출하했었다. 퀄컴 독자 코어가 탑재되는 스냅드래곤 820에는 학습 능력에 기반한 인지 컴퓨팅 기술인 ‘제로스(Zeroth)’가 탑재된다. 퀄컴은 이 기술을 통해 가장 빠른 통신 네트워크에 자동으로 접속할 수 있고 센싱 정보를 수집, 분석해 사용자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한 명령을 자동으로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음성인식과 보안 능력도 향상된다고 퀄컴은 밝혔다.
주요 업체별 전략 : 미디어텍
미디어텍도 고객군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 제품울 다수 선보이고 있다. 미디어텍은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현장에서 신형 AP MT6753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LTE, W-CDMA, GSM, WSCDMA 외 CDMA2000 1x, EVDO 리비전 A를 지원하는 모뎀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미디어텍이 CDMA2000 1x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제품을 탑재한 스마트폰은 CDMA2000 네트워크를 가진 미국 버라이즌과 일본 KDDI, 중국 차이나텔레콤용으로 공급될 수 있다. 이 제품은 8개의 ARM 코어텍스 A53 코어와 말리 T720 GPU를 탑재하고 있다. MT6753은 이미 샘플 출하가 이뤄졌으며 올 2분기 이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시장에 출시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미디어텍은 태블릿 전용 AP인 MT8173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ARM 코어텍스 A72 및 A53 코어를 각각 2개씩 총 4개의 코어를 탑재하고 있다. 최대 동작 속도는 2.4GHz다. 작업량에 따라 개별 코어의 작동을 제어하는 ARM 빅리틀(big.LITTLE) 기술을 지원하며 미디어텍의 독자적인 전력제어 기술인 ‘코어파일럿(Corepilot)’도 내장됐다. 이 칩을 탑재한 태블릿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주요 업체별 전략 : 인텔
모바일 시장에서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인텔은 올해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는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MWC에서 3G 및 4G 롱텀에볼루션(LTE) 모뎀칩을 통합한 SoC 아톰 X3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톰 X3는 개발코드명 소피아(SoFIA)로 불렸던 제품이다. 64비트 멀티코어 아톰 프로세서와 3G 또는 4G LTE 모뎀칩을 결합한 SoC로 카메라용 이미지 처리, 그래픽, 오디오, 전력관리 등의 구성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 제품은 주로 보급형 태블릿과 패블릿, 스마트폰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00달러 미만 초저가 모바일 기기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아수스와 욜라(Jolla) 등 20개 업체들이 아톰 X3를 채택해 모바일 기기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올해 모바일 시장에서 인텔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칭화유니그룹에 15억달러를 출자하고 지분 20%를 취득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다. 칭화유니그룹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인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 탑재되는 AP가 주력 제품이다. 인텔은 이 제휴를 통해 스프레드트럼 및 RDA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 판매한다. 우선 올 하반기 스프레드트럼과 공동 개발한 x86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모바일 AP를 내놓을 예정이다. 스프레드트럼은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지난해 출하량 순위가 4위를 기록한 업체다. 인텔은 스프레드트럼을 통해 모바일 AP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태블릿 분야에선 록칩과 협력한다. 인텔이 x86 아키텍처의 저가 태블릿용 프로세서를 록칩에 제공하고 록칩은 이를 중국 내 고객사에 판매하는 그림이다. 지난해 태블릿 AP 시장에서 록칩의 출하 점유율 순위는 6위였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스마트폰 최대 소비 시장”이라며 “제휴를 통해 인텔 아키텍처와 무선통신 기술이 기반인 다양한 솔루션을 중국 및 타 지역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인텔이 LTE 모뎀칩 분야에서 퀄컴을 빠른 속도로 쫓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은 최근 카테고리10(CAT10)을 지원하는 모뎀칩 모듈 XMM7360을 공개했다. 이 모듈에는 CAT10 지원 모뎀칩 X-골드 736G와 X-PMU 736 전력관리칩, 무선주파수(RF) 트랜시버 및 전력증폭기(Power Amplifier)를 하나로 통합한 SMARTi 5 시리즈 칩이 탑재돼 있다. CAT10은 20MHz 주파수 대역 3개를 묶어(3CA) 최대 45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업로드는 20MHz 주파수 대역 2개를 묶어 100Mbps의 속도를 낸다. 주파수분할(FDD) 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사용하는 시분할(TDD) 방식도 지원된다. 통신 모드(3G, 4G)에 따라 적절한 전력을 제공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려주는 엔벨롭 트래킹(envelope tracking) 및 보이스LTE(VoLTE), LTE브로드캐스트, 듀얼 SIM 기능을 지원한다. 퀄컴은 지난해 하반기 CAT10 모뎀칩인 스냅드래곤 X12 LTE를 공개한 바 있다. 과거에는 퀄컴과 인텔의 최신 모뎀칩 공개 시기가 1년 이상 차이가 났으나 이 격차는 이제 6개월 안쪽으로 좁혀졌다.
주요 업체별 전략 : 삼성전자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홍역을 앓았던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엑시노스 7420을 개발하고 갤럭시S6에 해당 제품을 탑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간 갤럭시 스마트폰에 AP를 공급해왔던 퀄컴은 갤럭시S6에는 주요 AP 공급사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퀄컴 등 주요 업체들의 AP는 20나노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14나노 핀펫 공정이 적용된 엑시노스 7420가 전력소모량과 성능 면에서 우수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퀄컴 스냅드래곤을 배제하고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 7420을 갤럭시S6에 탑재한 이유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한갑수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로직 공정 기술은 업계 최고 수준이며, 이번 14나노 모바일 AP 공급으로 고사양 스마트폰의 성능 향상이 가능해 향후 신규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4나노 핀펫 공정을 엑시노스 7 옥타 시리즈 신제품에 처음 적용하고 올해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도 LTE 모뎀칩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엑시노스 모뎀 300 시리즈는 무선사업부의 갤럭시 파생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엑시노스 모뎀 333은 갤럭신S6의 주력 제품군으로 내장됐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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