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해사고/위협동향

세 달만에 만들어진 보안전문가, 시장에선 호불호 나뉜다

이민형

[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정보보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정보보호전문가 교육과정’을 내세우는 교육기관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짧게는 15주, 길게는 30주정도의 교육과정(커리큘럼)을 통해 ‘보안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인재양성이란 측면보다 취업을 미끼로 금전적인 이윤을 취하는 교육기관들이 많다는 이유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짧은 교육기간으로 인해 ‘수박 겉핥기는 커녕 수박을 만지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대로 정보보호전문가를 꿈꾸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에게 업무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지식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짧은 교육기간과 다양한 과목들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19일 보안교육업계 관계자는 “‘3개월만에 보안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말로 학생들을 꾀는 교육기관들로 인해 교육시장이 망가져가고 있고, 업계에서도 제대로 된 인력수급이 힘든 현실”이라며 “비즈니스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교육기관의 본질은 수강생들의 진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고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있음을 알아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보안교육기관들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운영체제, 웹해킹, 포렌식, 악성코드 분석, 보안관제 등의 과목들을 각각 5일동안 배우게 된다. 웹해킹 기법에 대해 일주일 배우고, 그 다음주에는 악성코드 분석을 일주일동안 배우는 식이다.

이에 대해 보안전문가들은 ‘과목들에 비해 교육시간이 턱없이 짧다’고 말한다. 황석훈 타이거팀아카데미 대표는 “현재 대부분의 학원들은 5일 단위의 교육과정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의 입장에서 볼 땐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포렌식, 악성코드 분석과 같은 과목은 5일만에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5일만에 배우더라도 현업에서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일부 기업들이 ‘학원출신’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도 지원자들의 ‘얕은 지식’때문이었다”며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호불호는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짧은 기간내 많은 것을 배우기보다는 특화된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교육기관들이 특색을 가지고 특정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이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학원 등 교육기관이 잡아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교육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보안인력을 대하는 사회적인 풍토와 수강생들의 태도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강생들이 원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는 점은 동감한다. 하지만 사회적 풍토를 생각한다면 이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다양한 과목을 가르침으로써 수강생이 하고싶어 하는 분야를 찾고, 심화할 수 있다면 현재의 교육방향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풍토란 이유가 나오는 이유는 많은 기업들이 특정 영역만 잘하는 보안전문가를 잘 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연차가 상대적으로 어린 보안인력들에 대해서는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네럴리스트’가 되어주길 원하고 있다.

때문에 보안전문가를 꿈꾸는 수강생들조차 특화된 교육과정을 원하지 않고, 교육기관들 역시 이러한 과정을 운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보안전문가가 되기 위한 지식들을 배우지 못한채 교육기관으로 오는 학생들도 많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 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지금의 커리큘럼이 최적의 방향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학원출신에 대한 채용 불이익과 관련 보안업체 인사담당자는 “학원출신이 채용에 불리한 것은 하나도 없다.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학원출신들의 이력서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같은 이력들이 기록돼 있으나 정작 면접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있다. 출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안전문가가 되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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