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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양적’인 측면에서 중국의 추월을 따돌리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거대 자국 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근 수 년간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 용량을 크게 늘려왔다. 업계에선 2017년이면 중국이 한국을 누르고 ‘최대 디스플레이 생산국’으로 올라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인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대응법을 찾기 위해 골몰하는 모습이다. 8일 오후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제10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워크샵’에선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모여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기, 그 해법은?’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의 추월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는 견해에 토론 참석자 대부분은 동의했다. 아울러 추월을 최대한 저지하고 플렉시블,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석준형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과 교수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은 일본을 빠르게 추격하다, 과감한 건너뛰기 전략을 수행해 지금의 지위를 갖게 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원가싸움에서 도저희 중국을 이길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추혜용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는 “중국 BOE가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투자 발표를 한 뒤 (삼성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으나 우리가 현 시점에서 중국처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는 의문”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기반) 커브드 TV, 플렉시블 OLED로 관련 시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추 전무는 “지난 20여년 동안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며 “현재의 위기 상황이 과거와 달리 크게 받아들여지는 건 (1등이기 때문에) 따라할 업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상무는 “예전에는 과감한 선행투자로 시장 파이를 키우고, 돈을 벌면 또 투자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러한 선순환 고리가 깨진 상태”라며 “예전과 비교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투자에 좀 더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중국은 철저히 한국 업체를 따라하며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 없이 기술 성숙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한국은 보다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중국을 따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가 OLED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정부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과제기획 및 관리 PD직을 맡아왔던 이정노 전자부품연구원 디스플레이융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의 지위를 지키려면 정부 R&D 정책 프로세스를 그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과제 수행 도중 목표 변경이 가능하도록) 경직성을 깨야하고, 스피드한 과제 수행을 위한 사전 예산 책정, 타 산업분야와의 협력을 위한 예산 확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와 비교해 경쟁 상황이 많이 변했다 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너무 보수적, 소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용래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국장)은 “과거와 동일한 투자 전략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에 이해가 없는 것은 아니나 장치산업이 경쟁력을 얻으려면 대규모로 투자하고 생산을 해야 한다”며 “중국은 하는데 우리는 안하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비 업계에선 더 이상 한국 대기업에만 목을 맬 수 없다는 뉘앙스의 얘기도 나왔다. 정기로 AP시스템 대표는 “국내 시장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에 후방 장비 업체들은 중국 시장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며 “우선 생존하고, 그 속에서 다른 성장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중국 업체들은 장비 구매액의 70~80%를 먼저 주고, 잔금 20~30%는 수 년에 걸쳐 나눠서 주는 결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매출은 높아져도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수출금융 분야에서 정책적 도움을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에 내어줄 건 일부 내 주면서 받을 건(시장) 확실하게 받아와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융합 분야의 연구가 보다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도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주=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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