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T시장 빅뱅… 다시 불붙는 차세대시스템 경쟁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금융회사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다시 금융 IT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10여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진행됐던 초기 차세대시스템 사업들은 시행착오와 몇가지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소중한 자산을 축적했다.
최근 비대면중심의 디지털 금융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또한 기존의 차세대시스템의 사용연한이 10년차로 접어들어 노후화되면서 금융권은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 환경이 완전히 개방형으로 전환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구축 방법론과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왜 2기 차세대 또는 포스트 차세대를 추진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은 서비스 출범 기획으로 우리 나라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미래와 현황, 그리고 해결과제등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다시 금융IT의 화두로 떠오른 차세대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몇년간 국내 금융권에서는 스마트뱅킹(Smart Banking) 열풍이 불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ODS(아웃도어세일즈)와 같은 혁신적인 모델들이 금융권에 적극적으로 적용됐다. 이런 가운데 BPR/ PI 프로젝트도 비교적 활발하게 병행됐다. 금융권의 기존 오프라인 영업점의 혁신과 비대면 채널의 확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금융권의 업무혁신이 구현될 수 있었던건 앞서 유연한 환경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선행됐기때문이다. 차세대시스템으로 전환된 새로운 IT인프라의 골격은 변화무쌍한 시장 환경을 받아들이기에 필요했다.
상품개발주기의 혁신적인 단축, 업무환경의 개선 등 차세대시스템이 가져다 준 여러가지 효율과 성과는 놀랄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IT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앞으로 더 이상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과연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에 대한 의심이 적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시행착오에 대한 자기반성일수도 있고, 이제는 기술적으로 다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2기 차세대시스템 또는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가 논의되는 최근의 상황은 다시 예전과 같은 빅뱅식 차세대프로젝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중심의 비즈니스 환경은, 금융권이 10년전에 기획했던 것보다 훨씬 더 혁신적인 플랫폼을 요구하고 있고, 단순히 계정계와 정보계로 구분할 수 없는 시스템의 복잡도도 더욱 높아지고 있기때문이다. 빅뱅식의 접근이 앞으로도 유용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 IT혁신의 견인차 역할, 차세대시스템의 공(功)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의사결정에서부터 실제 구축에 이르기까지 1년에서 많게는 3년 정도가 소요됐다. 비록 논란은 있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차세대시스템은 은행의 경쟁력 향상은 물론 우리나라 금융IT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측면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의 서비스 채널이 급성장하고 고객관계관리(CRM), 프라이빗뱅킹(PB), 방카슈랑스 등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로인해 금융회사는 전산시스템 용량 부족 및 처리속도 저하, 그리고 서비스 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은행권의 경우, 각 은행들은 기존 전산시스템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의 전면적인 교체를 추진했는데 한국은행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에 따르면 이처럼 전산장비 및 소프트웨어, 전산시스템,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차세대시스템’이라 부른다. .
차세대시스템의 포문을 연 것은 이처럼 은행권이다. 특히 은행권에선 IMF 외환위기 이후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 은행 간 인수합병이 봇물처럼 이뤄지면서 물리적 통합의 방법으로 시스템 통합이 이뤄졌고 이와 함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병행됐다. 빠른 시일 안에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다른 두 은행을 물리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 차세대시스템이라는 처방이 내려지기도 했다..
<표>은행권 차세대 시스템 구축 일지
은행명 | 시스템 오픈시기 | 예산 | 시스템 유형 | 사업 방식 | 특징 | |
KB국민은행 | 2001.10 | 491억원 | 메인프레임 | 빅뱅 | 24×365, 상품 팩토리 도입 | |
2010.2 | 3000억원 | 메인프레임 | 빅뱅 | 멀티채널 통합, G-CRM 도입 | ||
신한은행 | 2006.10 | 2000억원 | 유닉스 | 빅뱅 | 멀티채널통합, EAI 도입 | |
우리은행 | 2004.9 | 2000억원 | 메인프레임 | 빅뱅 | 2002년 재구축 | |
2018(예정) | 2500억원 | 유닉스 | 빅뱅 | 통합상품관리시스템 구축, 상품 팩토리 고도화 | ||
KEB 하나은행 | 하나 | 2009.5 | 3500억원 | 유닉스 | 빅뱅 | 페이퍼리스 구축, 업무별 유기적 연결 |
외환 | 2005.2 | 1500억원 | 유닉스 | 빅뱅 | 첫 유닉스 다운사이징 | |
농협은행 | 2009.1 | 1300억원 | 유닉스 | 빅뱅 | 여신, 외환시스템 통합 | |
기업은행 | 2004.9 | 800억원 | 메인프레임 | 빅뱅 | 맞춤식 상품설계, 고객선택 평생계좌서비스 | |
2014.10 | 2600억원 | 유닉스 | 점진적-빅뱅 | 계정계에 JAVA 도입 | ||
산업은행 | 2001.3 | N/A | 유닉스 | 빅뱅 | 은행권 최초 전산시스템 아웃소싱 | |
2018.9(예정) | 2000억원(안) | 유닉스 | 빅뱅 |
| ||
수협은행 | 2011.9 | 880억원 | 유닉스 | 빅뱅 | 외환,카드에 상품팩토리 적용. 회계처리 프로세스 통합 관리 | |
대구은행 | 2011.6 | 600억원 | 유닉스 | 빅뱅 | 코어뱅킹에 시스테미어 프레임워크 도입 | |
2015.6(정보계시스템) |
| 유닉스 | 빅뱅 | 은행통합 EDW 구축 | ||
부산은행 | 2012.1 | 380억원 | 유닉스 | 빅뱅 | 상품팩토리, 여신종합관리시스템 구축 | |
경남은행 | 2014.6 | 700억원 | 유닉스 | 빅뱅 | 상품팩토리, 여수신 핵심영역 통합 | |
광주은행 | 2016.11(예정) | 500억원 | 유닉스 | 빅뱅 | 전북은행 시스템 활용 | |
전북은행 | 2013.9 | 500억원 | 유닉스 | 빅뱅 | 은행권 최초 JAVA기반 계정계 구축 | |
저축은행중앙회 | 2017.12월(예정) | N/A | 유닉스 | 빅뱅 | 노후화된 저축은행시스템 개편 |
이와함께 개별 은행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시스템 사업도 꾸준히 이어졌다. 그 결과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은행권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대부분 일단락됐다.
<표>에서 보면 지난 15년간 국내 은행권에서 차세대시스템 추진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있다.
은행권의 여러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서 의미를 둘만한 프로젝트를 꼽으라면 역시 국내 시중은행중에서 메인프레임에서 벗아 유닉스 기반의 다운사이징을 시도한 외환은행(2005년), 그리고 고객수가 2000만명이 넘는 초대형 은행인 농협을 꼽을 수 있다. 지역은행들은 차세대 IT사업 예산의 부족으로 프로젝트를 끊어서 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년에 걸쳐 성공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차세대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해서 프로젝트가 백지화된 경우도 있었다. 막바지 테스트 단계에서 일일결산이 불가능한 상황임이 확인되면서 새사업자를 선정해 부랴 부랴 1년만에 시스템을 완성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이렇게 완성된 국내 은행권 차세대시스템은 다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오픈한 은행들의 시스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새로운 차세대. 즉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준비하더라도 2~3년이 걸린다. 지난 2004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바 있는 우리은행은 오는 2018년 2월 가동을 목표로 내년부터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이 어긋나지 않는다면 14년만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참고로, 2기 차세대시스템이라는 말은 먼저 진행된 차세대시스템과 구별하기 위해 편의상 부르는 명칭으로 아직까지 용어정리는 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정KPMG 조갑래 상무는 “최근 은행권 등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내부적으로 포스트 차세대로 지칭하고 있다. 단기간에 기업의 전체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방식은 소규모로 이루어지던 기존 시스템 구축 방식과 달라 매우 획기적으로 인식되었고, 이런 차별성을 강조하고자 차세대시스템이라 지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스콤 관계자는 “새로운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명칭이 필요해 보이지만 시스템 특성과 로드맵이 구체화되지 않아 적절히 부를만한 단어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LG CNS 은행사업팀 김창훈 부장도 “자바 프레임웍 등 신기술 적용, 스마트 기술적용 및 모바일 인프라 강화, 지주 차원의 통합 인프라 등이 주요 과제라는 점을 감안해 포스트 차세대로 지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10~15년 주기로 이루어지는 전사 차원의 대규모 시스템 전면 재구축 방식을 고려하면 2000년 초반 이후 두 번째 큰 물결인 최근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포스트 차세대라는 호칭이 적절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한편 포스트 차세대시스템은 기존 차세대시스템과 다른 관점의 구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완료된 차세대시스템이 상품팩토리 개념 도입, 멀티채널아키텍처 도입 등으로 발전돼 왔다면 앞으로의 차세대는 디지털 금융 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유연한 아키텍처 도입,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대용량 처리 시스템 도입 등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SK 프리미엄서비스팀 문용준 부장은 “포스트 차세대는 비즈니스 혁신성과 기술의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위한 시스템 구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 비대면 기준을 추가한 디지털화된 금융서비스가 추가된 방안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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