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서도 완패한 이세돌, 정녕 이길 방법 없나
- 이세돌 9단, 3국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뒀으나 알파고에 갈수록 밀려
- 이 9단 “알파고, 신의 경지는 아냐…1·2국서 조금씩 약점 보였다”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초반에 이세돌 9단의 전략이 좋았다. 이 9단의 (전투에 적극적인) 바둑이 처음 나온 대국이었다. 그런데 바둑이 끝나고 보니 과연 언제 유리했는지 그런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다.(이희성 9단)
“알파고에 (이세돌 9단이) 승리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가면 갈수록 알파고는 견고해졌다.”(홍민표 9단)
12일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도 알파고가 백 불계승을 거뒀다. 내용상으로도 알파고의 완승이다. 알파고가 1국부터 3국까지 모두 승수를 챙기면서 구글이 100만달러의 우승상금도 가져가게 됐다.
바둑TV에서 해설을 맡은 이희성 9단과 홍민표 9단은 경기가 끝난 뒤 복기를 하면서도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알파고에 허점이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번 대국 역시 마지막에 알파고가 완벽한 흐름을 보였다.
홍 9단은 “알파고는 인간 한계를 넘어선 프로그램”이라고 인정하면서 “알파고가 나온 것을 바탕으로 바둑계 틀이 바뀌지 않을까, 고정관념이 바뀌고 기술적으로도 바뀌어 더 좋은 바둑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일 오후 1시에 시작한 대국은 3시가 될 때까지도 이 9단이 흐름이 좋게 가져갔다. 해설을 맡은 이 9단과 홍 9단도 “이 9단이 최선을 찾은 것 같다”, “지금까지 흐름을 잘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물론 알파고도 만만치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 9단도 알파고도 외줄타기 상태였다. 그러나 4시께를 넘어서자 알파고로 흐름이 넘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이 9단은 6분여가, 알파고는 46분여가 남은 상태였다.
3국에서 알파고는 서로 패가 맞물리는 패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패싸움이 벌어지면 돌을 놓는 경우의 수가 크게 늘어나 ‘이 부분이 알파고의 약점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해 왔다. 그러나 알파고는 패싸움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완벽한 대국을 둔 것이다.
결국 5시12분, 이 9단이 기권했고 알파고가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용이나 승패도 그렇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죄송하다 말씀드려야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1~3국을 모두 거론하면서 2국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9단은 “1국은 알파고의 능력을 오판한 것이 많아 다시 가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며 “역시 승부는 2국이었다. 초반에 어느 정도 제 의도대로 흘러갔고 여러 가지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많이 놓쳤다”고 말했다. 3국에 대해선 “이렇게 압박과 부담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걸 이겨내기엔 제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 9단은 알파고가 바둑의 새로운 정석이나 메시지를 줄 만한가에 대한 질문에 “알파고가 신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과는 다른 감각, 우월한 그런 것도 보여줬다”면서도 “분명히 약점이 있는 것 같다. 1,2국도 그렇고 조금씩 약점을 보여줬다”고 답했다.
데미스 하시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는 알파고의 단점에 대해 “지금까지 분석할 시간이 없었다. 경기 진행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알파고의 단점이 노출되지 않았다 생각하는데 이 9단도 말하셨지만 2국을 보면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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