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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로 ‘핀테크 종주국’ 지위 흔들…국내업계도 글로벌 전략 수정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결정으로 우리 나라도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각 산업 분야별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제및 금융관련 부처는 주말에도 출근해 브렉시트 후푹풍을 조기에 차단하기위한 대책을 갖는 등 비상근무 태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금융 IT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시장에서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서 앞서 나가던 영국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우선 주목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허브 전략 ‘흔들’ = 영국은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 국가다. 그중에서도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실제로 2015년 영국 내 핀테크 매출은 65억파운드(11조2000억원)에 달한다. 영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런던이 가지는 상징성과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핀테크 시장에서도 지배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금융 중심지 런던은 EU의 통화인 ‘유로’화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장소다. 영국은 이러한 금융산업과 IT기술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런던을 글로벌 핀테크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2013년 초 ‘레벨(Level39)’라는 유럽 최대의 핀테크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영국의 핀테크 전략은 브렉시트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 국내에서도 브렉시트의 영향이 표출되고 있다.

KTB솔루션 김태봉 대표는 “레벨39 입주를 진지하게 재검토 하고 있다”고 밝혔다. KTB솔루션은 글로벌 핀테크데모데이에서 수상경력을 바탕으로 다음 달 영국 레벨39 입주가 결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기존 체코 프라하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을 레벨39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국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브렉시트가 결정 나고 내부 회의를 통해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로 사무실을 이전할 것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도 영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없고 지원책이 많은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충분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브렉시트는 영국 금융서비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 외 EU지역에 금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과거 본사 국외이전을 추진했던 은행들이 본사이전 검토 재개가 전망된다.

보고서에서는 “EU지역 영업기반 유지, 비용절감 등을 위해 영국계 은행 및 영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들은 본사 및 기업금융, 트레이딩, IT부문 등의 인력을 프랑스, 아일랜드 등으로 이동시킬 전망”이라며 “현재 수익성 저하, 금융규제 강화 등에 직면해 자산·인력감축을 추진 중인 영국계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가속화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내 핀테크 기업의 해외진출 사업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기업을 선발해 영국의 대표적인 핀테크 육성기관인 레벨39에 입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 핀테크지원센터는 지난해 5월 레벨39과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은행들은 브렉시트로 구조조정은 물론 위축된 경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영국을 글로벌 핀테크 시장 공략의 기반으로 삼으려던 업체와 정부 정책의 수정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화폐 다시 부상=브렉시트 결정 이후 ‘가상화폐’도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브렉시트 논란이 불거지며 세계 각국 비트코인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국내의 경우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관련주들이 24일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에선 가상화폐 관련주들이 폭등한 이유로 불안한 통화시장에서 대체재를 찾으려는 심리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번 브렉시트는 달러가 가지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가 결정 난 이후 영국 파운드화는 3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으며 유로화도 동반폭락해 1999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일본 엔화 역시 등락을 거듭하면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은 미국 달러와 비교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세계 각국은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통화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EU,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자기들의 통화를 새로운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로 인해 EU의 해체까지 거론되고 있어 파운드는 물론 유로화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달러 패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을 견제할 수단으로 유럽 등지에서 가상화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영국의 경우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공식적으로 화폐로 인정하기도 했으며 글로벌 금융업체들이 연계해 비트코인의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연구와 실증에 나서기도 한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브렉시트 이후 비트코인의 가치는 급상승 중이다. 그동안 가상화폐의 발전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었던 국내 금융사들은 비트코인보다는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관심을 쏟고 있었는데 이제 통화로서의 비트코인에 다시 관심을 쏟아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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