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핀테크 만큼 중요한 '배상책임보험' 강화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지난 19일 중국 텐센트가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텐센트는 이번 설명회를 시작으로 한국의 유통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위챗페이 가맹점을 대거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혀 주목을 끌었다.

이날 사업설명회에서 별도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텐센트는 위챗페이의 안전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릴리안 황(Lilian Huang) 텐센트 위챗페이 사업부 비즈니스 운영 담당 이사는 “지불전과 후 모든 리스크를 통제, 판단하고 있다. 이상거래징후가 발생하면 거래를 차단하고 8개 이상의 보안 솔루션을 도입해 은행과 동급의 안전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녀는 “고객이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은행 및 카드사에서 분실 사고를 처리하는 속도와 동일하게 대응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답변은 국내에서 위챗페이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가 어떻게 구분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따른 것이다. 위챗페이는 하나카드를 비롯해 우리은행, 신세계I&C, KG이니시스, 다날 등 금융사와 전자금융업자와 협력해 국내 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 전산 시스템 장애 및 분실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어떻게 되는 지 궁금했다. 또 국내의 경우 소비자의 과실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고 발생시 배상을 받기 위해선 여러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국내의 경우 그동안 전산사고에 따른 배상 및 처벌 원칙은 정해져 있지 않다. 특히 고객이 피해 보상을 원할 경우 당사자가 직접 피해사실을 입증해 민원을 제기한 후 이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소비자 과실이 아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상책이 어떻게 마련돼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텐센트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을 했다. 책임 소재 부분에 대해서도 사고유형이 다양한 만큼 한마디로 단정 지어 말할 수 는 없다고 얘기했다. 다만 “중국의 경우 배상의 책임은 보험사에 있다”라며 "보험사를 통한 배상을 통해 소비자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배상의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답변에선 부러움을 느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9월 징벌적·법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정보유출과 관련된 책임보험을 금융사들이 가입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신용정보법에 따라 은행 및 지주회사, 정보집중기관, 신용조회회사 등 금융회사들은 20억원의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지방은행과 외은지점, 저축은행, 보험사, 금융투자업자, 신협 등 2금융권의 경우 10억원, 기타 기관의 경우 5억원 한도의 보험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것이다. 전자금융거래시 금전적인 손해를 볼 경우에는 ‘전자금융업자배상책임보험’을 들어야 한다.

전자금융업자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소유, 사용, 관리하는 컴퓨터, ATM, 전화기 등 전자적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전자금융거래 및 전자지급거래로 통한 접근매체 위.변조, 해킹, 개인정보유출로 인해, 피보험자가 법률상의 손해배상책임을 입은 것에 대해 보험금을 지불하는 보험상품이다.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들은 이 보험에 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활용 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이른바 전산사고 시 대외 평판에 신경을 쓰다 보니 금융사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특히 조금이라도 고객의 과실이 있을 경우 보험금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보험의 중요성은 위변조, 해킹, 전산장애 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자금융업자는 물론 소비자의 과실유무에 관계없이 우선 보상하는 보험상품이 필요하다. 해외의 경우에도 전산사고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우선 소비자에게 보험사가 보상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상대적으로 약자인 금융 소비자를 우선한다는 논리에서다.

핀테크가 활성화되면서 전자금융거래의 채널은 보다 확대될 것이다. 기존 금융사 위주의 질서가 해체되고 있는 만큼 차제에 전자금융거래 사고 발생시 금융사와 PG사와 같은 전자금융업자의 책임 보험 가입과 적용 범위 확대가 다시 한번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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