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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도 전에…의혹투성이 인공지능연구원(AIRI)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파고 충격과 함께 설립절차를 밟고 있는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가 출범도 전에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형태는 민간이지만 사실상 정부 주도의 연구원일 뿐 아니라 초대 원장의 선임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26일 정책현안보고서를 통해 AIRI의 원장선임 과정 및 인력채용, 역할, 정부 개입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AIRI는 삼성전자‧SK텔레콤 등 국내 7개 기업이 공동 출자했다. 자본금은 210억원으로 7개 기업이 각각 30억원씩 참여했다. 이사회는 출자기업에서 한 명씩 지명한 이사 7명, 공익이사 2명으로 구성된다. 원장에는 김진형 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이 맡고 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AIRI가 자율적으로 탄생한 조직인가이다. 기업들이 필요로 해서 연구원을 만들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면서 갑자기 전담기업으로 지정하며 떠맡길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출자를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발표 이전 AIRI에 참여한 대기업들은 단 한 번도 AI 연구를 위해 공동출자해 연구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

안 위원은 "7개 출자사 중 삼성, LG, 네이버 등 6곳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떠맡은 기업들"이라며 "걸핏하면 대기업들의 자금이 명분도 없이 정부에 의해 동원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AIRI의 초기 정착을 위해 매년 150억원씩 5년간 총 75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지원키로 했다. 기존 정부 지원 연구좌제의 결과, 오픈 소스, 상요제품 등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수준의 도전적 문제 해결형 연구 체계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인공지능은 정부의 R&D 과제 및 일부 대기업의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고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도 작지만 활발하게 연구를 추진 중이다. 또한 ETRI나 KAIST 등 국책연구기관 및 대학들도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과제가 신생 연구원에 올인되는 것이다.

안 전문위원은 "대학, 기업 등 민간연구원이나 정부 출연연 연구원들은 정부과제 1억원 짜리 하나 따기도 힘든데 미래부는 갖난이 연구원에 연간 150억원이나 되는 거대 과제를 무조건 수여하는 것은 특혜 중의 특혜"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러 기업이 참여한 만큼 기해관계가 다를 수 있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09년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전자, 현대차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공동연구를 추진했지만 큰 성과 없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참여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달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같은 실수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안 위원 설명이다.

원장 선임 및 직원선발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AIRI 원장 선발은 8명이 지원해 6명이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다. 김진형씨와 삼성종합기술연구원 출신 1명이 면접을 실시한 후 바로 김진형씨가 원장 겸 대표이사로 결정됐다. 김 원장은 원장에 선발되기 전 AIRI 추진단장이었다. 추진단장이 원장공모에 지원하는 것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연구원을 만들고, 다시 자신이 원장이 되기 위한 형식적 절차를 밟는 모양새로 볼 수 있다.

정작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출자사측의 전문가나 출자사가 추천하는 사람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자사가 필요로 하는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연구원인데 출자사는 돈만 낼 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원장의 연봉과 성과급도 신생 연구원 치고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안 위원이 연구원 이사들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원장의 연봉은 1억8000만원, 성과급까지 총 3억원 가량을 지급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ETRI 원장의 경우 성과급까지 합쳐 1억3000만원 수준이다.

안 위원은 "스스로 만든 링과 규칙 속에서 싸우는 선수로 등장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을 보듯 뻔 한 시나리오"라며 "김진형 씨는 자신이 수장으로 가기 위한 일련의 연구원 설립 시나리오를 만들어 왔다고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위원은 "결국 외형은 민간연구소이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대기업 자금을 끌어들여 특정 개인이 주도하는 모양새를 갖춘 인공지능연구원은 근시안적일 뿐 아니라 동일한 연구소를 하나 더 만드는 옥상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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