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주말 미국발 대형 통신방송 기업 인수합병(M&A) 소식이 터졌다. 100년도 더 된 미국의 대표 통신사 AT&T가 콘텐츠 대표 기업 타임워너를 854억달러(약 97조)에 인수한다는 것.

AT&T는 타임워너 인수 추진 전에 이미 위성방송인 디렉TV를 인수했고, 미국 케이블 3위인 차터가 2위인 타임워너케이블의 인수합병에도 성공했다. 유럽에서는 텔레포니카가 위성방송사인 카날플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서 통신사업자의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방송사업자 인수는 다양하게 진행됐지만 이번 인수합병 소식은 규모는 물론, 거대 통신기업의 콘텐츠 시장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통신사의 외도? 신성장동력 찾기?=통신사들이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또는 이번 AT&T 사례처럼 미디어 기업 인수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이머징 마켓을 제외하면 통신사업은 포화상태다. 국내만 해도 2010년 후반에 이미 이동통신 가입률 100%를 넘어섰다. 새로운 가입자 유입은 제한적이고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여기에 정부의 규제, 간섭은 전 세계 통신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특혜 등으로 명명됐던 통신사업은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빨랫줄', '덤파이프'로 대변되는 네트워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통신사들이 여러 논란에도 불구, 방송사나 콘텐츠 사업자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가입자 기반의 사업, 네트워크 사업자로서 그나마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했던 이유도 비슷하다. 이종 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리스크에도 불구, 방송통신 사업의 시너지를 올릴 수 있고, 확대된 가입자 기반을 통해 홈IoT, 결합상품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시도되는 플랫폼-콘텐츠 결합=이번 AT&T의 타임워너 인수 추진이 방송통신 시장에 충격을 주는 이유는 그동안 통신방송 기업간 M&A가 플랫폼 대 플랫폼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이번에는 플랫폼과 콘텐츠간의 결합이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이를 바탕으로 한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대 공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통신방송 기업간 M&A가 가장 활발하게 추진되는 곳이다. 전 세계 방송통신 트렌드 변화를 가장 빠르게 감지하고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변화에 대처하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미국 2위 사업자 AT&T가 DC엔터테인먼트, CNN, HBO, 워너브러더스 등을 보유한 타임워너 인수에 나섰다는 것은 앞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가입자에게 월 통신요금을 받는 사업구조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예전만 못하다. 3G에서 4G, 5G로 빠르게 네트워크는 진화하고 투자비, 유지보수 비용은 늘어나고 있지만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는 오히려 2G때가 더 높았다.

이제는 옆의 통신사, 케이블, 위성방송이 경쟁상대가 아니라 넷플릭스, 플루, 유투브 등과 같은 동영상 업체들이 플랫폼 사업자의 최대 경쟁자로 부상했다.

통신사들이 IPTV를 통해 방송시장에 뛰어들고 위성이나 케이블TV 인수합병을 넘어 이제는 콘텐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통신 네트워크 사업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통신 방송 기업간 M&A가 다 성사된 것은 아니다. 단순히 규모가 큰 M&A가 아니라 플랫폼과 콘텐츠간 결합인 만큼, 앞으로 수많은 논란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방송통신 M&A에 미치는 영향은?=플랫폼간 결합을 넘어 플랫폼과 콘텐츠간의 결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방송통신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미 올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석연치 않은 권역점유율 규제에 의해 불발로 돌아간 바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플랫폼과 플랫폼간 결합을 넘어 플랫폼과 콘텐츠간 대형 M&A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방송사 지분 확보에 대한 규제가 엄격한 편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해도 방송시장에서는 2위였지만 인수가 불허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사의 미디어기업 인수합병은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통신사의 케이블 및 위성방송 인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FCC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방송통신 시장은 급변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아직까지는 자금력에 여유가 있는 통신사들의 미디어 기업 인수합병 추진은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이미 3위 LG유플러스는 정부의 교통정리만 끝나면 케이블TV 인수에 나설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고, 이미 특정 케이블TV사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AT&T의 타임워너 인수합병 추진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통신사들에게는 일종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미국발 대형 M&A 추진소식이 나비효과로 작용해 국내 방송통신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M&A를 가속화 시킬 것인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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