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접고 실리에 집중"…금기깬 국민은행의 IT전략

2017.02.09 16:01:32 /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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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금융IT, 자강(自强)을 위한 조건 – ‘IT 실용주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외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KB국민은행은 매우 의미있는  IT프로젝트에 마침내 성공한다. 2015년8월에 시작한 ‘일반사무수탁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15개월여만에 완료한 것이다.

1년 넘게 진행됐던 이 프로젝트 성공을 국민은행이 특별히(?) 자축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앞서 2011년에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참담하게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사무수탁시스템은 외부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업무위탁을 받아 관련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신탁회계시스템을 비롯해 주문체결, 성과분석, 리스크관리 등 프론트, 미들, 백오피스 전역에 걸쳐 개발요건이 까다롭다. 국민은행은 외부 자산운용사들로부터 위탁받은 사무관리업무를 이 시스템을 통해 처리해주고 수익을 창출한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몇몇 은행은 지난 2008년까지 당시 사무관리전문회사였던 아이타스의 솔루션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 해 6월, 아이타스가 신한은행 자회사로 편입돼 ‘신한아이타스’로 사명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국민은행은 2년여의 유예기간을 갖고 독자적인 일반사무수탁시스템을 갖춰야 했다.   

지난 2011년 초, 국민은행은 당시 삼성SDS를 주사업자로 선정하고, 총 22개월의 대장정에 나섰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삼성SDS는 당시 삼성자산운용이 사용하던 시스템을 참고해 자체개발에 나섰으나 국민은행의 환경과 맞지 않았다.

국민은행은 40여개의 외부 기관과 사무관리업무위탁을 맺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의 확장성과 유연성이 좋은 ‘멀티 뱅킹’ 플랫폼이 필요했지만 삼성자산운용에서 적용됐던 시스템은 자체 고유업무에특화된 플랫폼이었다. 또한 당시 자체 개발의 참조가 됐던 기존 아이타스의 일반사무수탁시스템도 여러 은행들이 ASP방식으로 물려있다보니 난개발이 심화돼 삼성SDS로서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었다는 게 국민은행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당시에는 일반사무수탁업무과 관련한 국민은행 내부의 현업(전문가) 인력도 부족했다. 사무수탁과 관련한 정치한 업무요건을 현업에서 원활하게 전달해줘야 IT개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미흡했다. 원하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고, 사업은 백지화됐다. 결국 은행측은 원점에서 프로젝트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원점에서 추진하는것은 사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국민은행은 2015년 하반기, SK(주) C&C를 선정하고 다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단,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철저한 실용주의 전략를 선택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김기헌 IT그룹 부행장(CIO)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획기적인 변화없이 기존대로 추진했다가는 다시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련 업무에 노하우가 있는 현업 전문가 그룹을 외부에서 영입하는등 보강했고, 솔루션도 시장에서 검증된 패키지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민은행은 경쟁사인 우리펀드서비스(우리은행의 자회사)가 적용하고 있는 패키지를 구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은행의 환경에 맞도록 대폭 커스터마이징하기로 결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대했던대로 현업의 전문가들이 정확한 업무요건을 제시했고, 프로젝트의 진척도 막힘이 없었다. 프로젝트 일정도 제대로 지켜졌다.

물론 당초에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경쟁사의 패키지를 적용하는 데 따른 내부의 정서적인 거부감도 있었다. 남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쟁심이 강한 금융권의 문화에 비춰보면 자존심의 문제, 심하게 말하면 금기의 문제일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고 국민은행만의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면서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됐다.  현재 국민은행의 일반사무수탁시스템은 안정적이면서 파워풀한 성능을 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재추진된 프로젝트가 마냥 수월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재실패에 대한 두려움, 오히려 긴장감은 더 컸다고 보는게 맞다.

김 부행장은 “국민은행이 운용하는 펀드 규모가 크다. 외부에서 구매한 패키지를 그냥 얹어서쓰면 50% 정도밖에 활용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우리의 환경에 맞게 3000개의 요건을 다시 고쳤다. 그 뼈대위에 업무요건을 재정의하고, 살을 붙여 나갔다. 기준이 흔들리지 않았고, 결국 국민은행만의 독특한 솔루션으로 진화됐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IT 실용주의’, 왜 필요한가 = “경쟁사의 것이라도 내가 사용해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높게 평가받아야한다.” 

한 전직 증권사 CIO 출신의 금융IT 전문가는 ‘IT 자강’을 위해서는 IT의 효율성에 기반한 철저한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T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IT조직과 인력, 외형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비용으로 IT의 생산성을 극대화시키는데 있다는 것이다. 남의 것을 가져다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자존심의 문제로 폄하시킬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실용주의 관점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는 사례는 국민은행 일반사무수탁시스템 구축 사례말고도 국내 금융권에선 여럿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11월 오픈한, 광주은행 차세대시스템, 그리고 곧 오픈하게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IT구축 프로젝트도 이런 관점에선 의미가 크다. 

두 은행 모두 자체개발 방식 대신 전북은행에서 적용한 차세대시스템 플랫폼과 MDD 개발 방법론을 적용했다. 두 은행은 이같은 선택을 통해 시스템 구축 기간을 기존 다른 사례보다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고, 시스템의 완성도도 조기에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1년 평균 IT예산은 약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거의 대부분 10년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중 신규 IT개발 사업이나 장비 구매에 사용되는 자본예산은 전체 예산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70~80%가 통신비, 라이선스료 및 유지보수 비용 등 고정비용이 차지한다.  

IT예산의 외형만 늘어났을 뿐 IT투자의 역동성은 크게 떨어지는 구조다. 사실 이런 상황이 된지는 이미 오래됐다. 결국 한정된 IT예산의 제약속에서 ‘IT 자강’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훨씬 혁신적인 IT 생산성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980년대초부터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워 지금의 중국을 만들었다. IT 전략을  너무 큰 담론에 담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위의 문제일뿐 '실용'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같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만하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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