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 와중에 '靑 외압설'이라니…카이스트 학생에 부끄럽다

2017.02.20 09:20:33 /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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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새총장 선출 초읽기…개혁 이끌 적임자는?

약 1개월 전, 낯선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찍혔다.
'기자님 맞으신가요?' 
앳된 청년의 목소리였다. 
청년은 자신을 카이스트 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차기 총장은 누가될 것 같냐”고 물었다. 
카이스트 총장 선출과 관련해 몇번 기사를 썼는데, 아마도 기자가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한 모양이다.
“글쎄... 이사회가 개최돼봐야 알겠죠. 아직 이사회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요..,”
그러자 그 학생은 “최근에 학생들의 모의투표를 했다”며 “학생들의 의사가 (총장 선출에)반영돼야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나왔다. “학생, 모의투표는 말그대로 모의투표죠. 총장을 뽑는 공식 기구는 현재 이사회가 유일합니다.” 
막상 대답해놓고 보니 조카뻘되는 학생에게 너무 사무적으로, 또 너무 야박하게 말해버린거 같아서 괜히 미안했다. 
그 학생이 설마 총장 선출 프로세스를 몰라서 몰라서 기자한테 전화했겠는가. 오죽 답답했으면 까칠한 기자한테까지 수화기를 들었을까. 언론들도 카이스트 학생들의 의사를 좀 알아달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럼 카이스트의 개혁은 실패하는 건가요?” 
학생의 마지막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자조나 탄식에 가까웠다. 상황이 모의투표 결과와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해서 어찌 개혁이 실패했다고 예단할 수 있겠는가. 
학생에게 격려도 할겸, 덕담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모의투표라도해서 학생들의 생각을 이사회에 전달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 모두가 노력하면되지 않을까요?"

21일, 총장 선출을 위한 카이스트 이사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최종 후보에 오른 세 후보중 반드시 한 명은 반드시 총장이 된다. 그런데 최근 총장 선출 일정이 확정되고, 선거가 임박해지면서 불쾌한 루머가 돈다. 
‘청와대가 점찍은 특정 인사를 카이스트 차기 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이사회 멤버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외부 개입설'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특정 인사'는 세 후보중 한 명이다.
'이 엄중한 탄핵 정국에 설마 그럴리가 있겠는가.' 솔직히 믿고 싶지 않다.   
경위야 어찌됐건 이 루머가 사실이라면 그동안 16대 총장 선출 진행과정을 지켜봐왔던 관전자로서 도저히 참기 힘들다. '이번에는 아마 그런일은 없을 것'이라고 기사를 써왔는데, 학생들 볼 면목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카이스트에서는 시대의 방향과 맞는않는 개혁의 칼날이 마구 휘둘러졌고, 그 과정에서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들이 발생했다. 
그 근본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다보면, 구성원의 의사를 무시한채 정권의 의중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총장선출 방식에 일차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수 없다. 
정권의 힘으로 등장한 총장은 실적에 조급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보여주기식 개혁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되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카이스트 총장 선출은 그동안의 ‘개혁 실패의 트러우마’를 치유할 절호의 찬스로 꼽혔다. 탄핵 정국으로 정권의 입김이 배제된 상황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언론들도 이번 총장 선출을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정 인사’ 지원설이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카이스트 구성원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범죄 행위다. 세후보중 누가되든간에 그 결정 과정은 15명의 이사회 구성원들의 순수한 소신에 의해,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하게 진행돼야한다. 
그렇게 선출된 총장과, 반면 정권이 낙점한 총장이란 의심을 받으며 임기를 시작하는 총장. 어떻게 개혁의 동력이 같을 수 있겠는가.   

1개월 전, 풀죽은 카이스트 학생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끝내 삼키고 말았던 말을 해주고 싶다. 

'학생이 생각하는 만큼 세상이 아직 순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로써 미안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지켜봅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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