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2000년대 중반까지 잘 나갔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는 액정표시장치(LCD)에 세력이 밀리면서 결국 사라졌다. 가격, 성능, 시장지배력 등에서 조금씩 열세를 보였지만 10년 안에 퇴출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LCD와 비교해 확실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당시 PDP의 마케팅 소구점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명암비, 응답속도, 시야각에서 LCD보다 더 우수하다고 마케팅을 펼친 것. PDP에서 LCD로, 다시 LCD에서 OLED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각 기업이 펼치고 있는 ‘LCD 출구전략’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스마트폰과 같은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완벽하게 LCD 출구전략이 먹혔다.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중국, 대만, 일본까지 OLE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CD→OLED에 대한 이견이 없다.

관건은 대형 디스플레이다. 예전보다 세트업체의 수가 많아졌다지만 아직 OLED가 주류라고 보기 어렵다. TV 시장 1위 삼성전자는 퀀텀닷(QD, 양자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CD 패널의 공급이 줄면서 시황이 개선됐다는 점, 저세대 LCD 라인 폐쇄가 미뤄졌다는 점, 10.5세대(2940㎜×3370㎜) 라인에서 유리원판(마더글라스)의 절반만 쓰는 하프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는 점을 두루 고려하면 LCD가 PDP처럼 급격히 도태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과거 인텔은 전 세계 인류 60억명 가운데 개인용 컴퓨터(PC)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8억명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어 관련 산업의 미래가 밝다고 점쳤다. 결과는 알다시피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으로의 대체가 이뤄졌다. PC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 기기로 컴퓨팅이 이뤄졌다.

당연하지만 TV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수 있다. 아무리 봐도 1~3% 정도의 교체수요에 기반을 둔 연평균성장률이 기대될 뿐이다. 프리미엄 시장은 쪼그라들고 세컨드 TV 개념은 잊혔으며 핵가족화에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더 맛깔나게 즐기는 모양새다. 원룸에 65인치 TV를 구입해 본다고 해서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수량은 정체, 화면크기만 커지니 전·후방 산업을 가리지 않고 대형 LCD 패널에 집중하는 모양이 나왔다.

얄궂게도 PDP가 LCD보다 화질이 더 낫다는 평가는 적지 않았다. 장점을 잘 살려서 PDP가 살아남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성장시장에서 LCD는 OLED보다 여전히 매력적이다. 디자인이나 사용자 편의성 차원에서의 차별화는 산업의 주도권을 움켜잡을 만큼의 힘은 없다고 본다.

앞서 LCD 출구전략이란 말을 썼다. 그런데 여전히 LCD에서 돈을 많이 번다. 대형 LCD 패널에 적극적으로 투자하자니 추격자가 쏟아 붓는 투자액과 물량이 부담이다.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결국 LCD뿐 아니라 OLED도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설사 10세대급 OLED 라인이만들어진다고 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뒤를 돌아볼 것이 아니라 앞만 보고 달려갈 시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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