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양한 신산업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커지려면 법규제는 어떻게 정비돼야 할까. 적극적인 규제 해소 목소리와 함께 단기간에는 기존 법체계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법학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한국정보화진흥원(원장 서병조)은 17일 오후 서울 코엑스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의 패러다임 변화와 법제도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서 주제발표를 맡은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인공지능(AI)이 마치 전기처럼 산업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서비스들을 등장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핀테크나 물류, 헬스케어, 보안, 교통 서비스 등에 큰 변화를 유발할 것으로 보았다.

임 센터장은 변화가 빨라지는 만큼, 기존의 법률체계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적극적인 규제해소를 주문했다.

그는 "포지티브 규제체제인 한국에서는 기존 규제로 재단할 수 없는 새로운 모델의 회사들은 대부분 불법으로 규정돼 사업을 확장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 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회사들이 나오고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임 센터장은 법체계를 갑자기 전면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만큼, ‘규제 프리존’이나 ‘규제 샌드박스’ 등의 접근 방법을 제안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의 혁신적인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행 규제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소비자에게 중대한 피해가 가거나 인명에 피해가 가는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시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 센터장에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상용 충남대 교수는 법제도 측면에서 인공지능에 대응이 시급한 것처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기존 법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아직 인공지능을 법적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하나의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 및 산업정책과 사회경제 정책이 같이 고민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규제완화가 좋지만 인공지능은 어려운 기술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깊은 고민 없이 규제를 완화할 경우 예측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염두하고 규제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과잉규제는 지양해야 하며 명확한 규제 목적과 그 목적에 부합하는 최소한의 규제로 가야 한다"며 "지능정보기술 확산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재분배 정책이 강화돼야 하며 고용 및 교육정책 역시 지금보다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치권의 지나친 관심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유력 대선후보, 정치인들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한마디 하는 것들을 모두 법제도에 담을 경우 법이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계인국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많은 대선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며 전진기지, 위원회 등 많은 형용사를 쏟아내고 있다"며 "현재와 과거의 규제체계를 연결하고 위원회를 만들고 5개년 계획을 세우면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 연구원은 "지금 당장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구체적 법제도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오류"라며 "먼저 할 것은 신산업과 기존 규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정리할 것인지가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계 연구원은 국가 주도적 규제정책이 아니라 국가 보장적 체계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

그는 "자율주행차가 사고가 나면 먼저 거론되는 게 보험인데 국가가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만들어진다"며 "국가가 주도하려고 할 때 국민 보호, 공익을 얘기하는데 사적 영역에서 자유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도 새로운 법제도 구축 이전에 기존 법에서 판단여부가 가능한지부터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최 교수는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법제도 중심에는 반드시 인간성을 놓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최 교수는 "개인정보를 인공지능이 활용하고 빅데이터를 다양한 형식으로 조합해 활용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인간성을 보호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정치권의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들이 관심 갖기 시작하면 법이 산으로 간다"며 "지금 너도 나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한마디씩 하는데 법이 어디까지 담을 것인지, 어느 산으로 갈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서 신산업의 성장이 더딘 이유에 대해서도 공무원 사회 특유의 책임회피 구조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여러 서비스, 기술이 융복합된 신산업의 경우 각각 행정부처별로 정리해줘야 할 부분이 있는데 적극적 행정시 감사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김 교수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사업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규제 때문이 아니라 적극적 행정 행위시 나타날 수 있는 감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주장에 대해 권용현 미래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팀장은 "먼 미래에 올 것을 우려해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지금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법에 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지능정보기술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등 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권 팀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논의가 2002년에 시작됐는데 지금까지도 진전이 없다"며 "기본법에는 제조물, 공정거래 등 있는 것 다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반드시 필요한 것부터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팀장은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기본법은 정보화 혁명에서 정부가 공익적 수요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데이터가 시장에서 실효성 있게 유통되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 안전에 대한 신뢰성을 주기 위해서는 어디까지 신뢰성을 보장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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