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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에게 '원격근무'란?...."사무실보다 생산성 높은 건 맞다"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사무실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바로 퇴근 시간 이후입니다.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거든요. 원격근무의 장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원격근무의 장점은 확실하다. 출퇴근 시간 등 업무와 무관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직장 상사, 동료 등 인적 대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줄인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적,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지난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7)에서 Realm의 박민우 SW엔지니어가 '원격근무 개발자의 자기관리' 강연을 통해 원격근무의 장단점과 원격근무 적용에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소개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강연에서 사무실에 생산성을 낮추는 '세 가지 M'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가지 M은 매니저(Maneger), 미팅(Meeting), 미(Me)였다. 간단하게 말해 사무실에는 내 '업무를 방해하는 존재'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나 자신도 사무실 동료에게는 업무를 방해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검색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라도 사무실에 동료가 옆에 있다면 사람에게 물어보게 된다. 물어보고 답하는 시간은 잠깐이다. 그러나 코딩 등 업무에 집중하고 있을 때 질문을 받으면 업무 집중을 '블로킹' 당하게 된다. 이런 방해가 쌓이면 '덩어리 시간'을 확보할 수 없어 효율이 떨어진다.

원격근무의 장점은 사무실근무의 단점과 서로 맞물린다. 원격근무자는 이 '세가지 M'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생산성과 근무 만족도가 크다.

사회적 통념과 다르게, '오버워킹(Over working)'이 원격근무시 나타날 수 있는 의외의 복병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할때보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무실 근무자는 아침에 게으름을 피웠거나 낮시간에 딴짓을 했더라도 시간이 되면 퇴근한다. 본인이 아무일도 하지 않더라도 출근을 했으니 만족스럽게 일한 느낌을 받는다.

반면에 원격근무는 다르다. 만든 코드를 잘못된 구현으로 인해 지워버렸다거나, 보고하기 애매한 수준의 업무들을 수행했다면 하루종일 일을 했더라도 아무일도 하지 않은 기분이 든다. 따라서 낮에 충분히 일을 했더라도 밤늦게까지 과도하게 업무를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원격근무는 하루에 8시간 근무의 기준을 스스로 정확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집중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봐야 할지, 앉아있던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봐야할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이를 잘 관리해줘야 한다. 직원들이 하루 8시간만 근무하고, 휴가 등을 잘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항상 모니터링 해야한다. 개인에게만 맡겨두면 오히려 근무자가 '번아웃'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무실 근무와 원격 근무는 행복도 측면에서도 서로 맞물려 상충되는 부분이 존재한다. 박민우 엔지니어는 "원격근무를 해보니 일단 만족스럽다. 자유로운 시간관리, 가족과의 시간, 덩어리시간의 확보를 통해 행복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내가 얼마나 게으른지도 알게됐다"고 농담도 덧붙였다.

반면 "직장동료와의 대면이 없다보니 외로움이나 소속감의 부재를 느끼는 부분도 크다. 사람에 따라서는 하루 종일 대화 없이 집에서 일만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부분은 화상채팅, 화상회의 등을 통해 꾸준하게 보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민우 엔지니어는 원격근무와 자기관리를 돕기 위한 도구들도 소개했다. 일단 업무시간에 페이스북 등 집중을 방해하는 특정 사이트에 들어갈 수 없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근무시간에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면 "일에 집중해라!" 같은 메시지가 화면에 출력되도록 설정해 두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근무시간이 아닐 때만 접속이 가능하다.

근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갖춘 헤드폰도 추천했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은 착용자가 사무실이나 외부에서 남들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집 밖에서는 사용이 어렵다. 원격근무시에는 어차피 아무도 방해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헤드폰을 활용해 외부의 소음에서 완전히 해방된 상태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Rescue time'이라는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의 모니터 화면에 출력된 프로그램을 분석해 하루에 일을 얼마나 했는지 그래프와 수치로 보여준다. 하루 온종일 코딩 프로그램이 화면에 떠있는 시간은 업무시간, 페이스북 등 업무와 관련없는 화면이 떠 있었다면 업무를 하지 않은 시간으로 표시한다. 'Pomodoro'같이 하루를 여러 사이클로 쪼개, 근무시간과 쉬는 시간을 나누어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유용하다고 전했다.

흔히 원격근무에 들어가면 커뮤니케이션이 힘들어진다고 하지만, 메신저를 잘 활용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특히 'Slack'같은 플랫폼은 메신저 외에도 웹브라우저, 어플리케이션, 모바일 앱등이 동시에 제공된다. Slack 등을 통한 의사소통은 자동으로 기록된다. 따라서 검색이 가능하고 회의 내용을 복기하는 것도 쉽다. 이런 부분은 의사소통에 큰 장점이 된다 .

중요한 것은 메신저에서 업무에 꼭 필요한 말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신저를 읽는 것도 업무다. 잡담과 일이 섞이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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