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하나인 기본료 1만1000원 폐지를 놓고 말 바꾸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가입비 폐지 혜택을 보는 가입자의 범위를 놓고 처음 문재인 대통령(캠프)이 제시한 범위와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국정기획위간 온도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기본료 폐지에 따른 시장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지 못함에 따른 공약 후퇴로 보여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8대 통신비 인하 공약을 밝히면서 2G 3G는 물론, 4G(LTE) 가입자도 혜택을 본다고 밝혔다. 당시 문 캠프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기본료를 2G 3G 표준요금제는 물론, LTE 정액요금제에도 숨어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문 캠프는 공식 설명집에서 “흔히 기본료라고 하면 2G 가입 대상자인 350여만명만을 대상으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2G는 기본료, 3G는 표준요금제, LTE 부터는 정액요금제 속에 기본료가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 캠프는 이동통신 원가산정 방식도 대입시켰다. 원가는 1인당 1만1000원인데 이는 2G부터 LTE까지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다.
문 캠프는 “기본료를 폐지하게 되면 이름은 달라도 모든 이동통신 소비자가 고루 통신료 인하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내용은 문재인 후보자 시절 캠프 홈페이지에 1문1답 형식으로 실려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는 기본료 폐지 범위를 2G, 3G와 LTE 일부로 국한했다.
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 최민희 자문위원은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본료 1만1000원을 일괄적으로 폐지할 경우 통신사에 8조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대해 “기본은 기본료 폐지이며 더 들어가면 소외계층과 저소득층의 기본료 폐지”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지금 기본료 형태는 2G, 3G. LTE는 일부”라며 “기본료 폐지에 따른 (통신사)손해는 공약을 확대해석해 1만1000원을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거기에 대해서는 소통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 제시한 정책에서는 LTE 정액요금제에도 기본료 1만1000원이 숨어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일부 LTE로 후퇴한 셈이다.
최민희 위원은 언론 등이 공약을 확대해석 했다고 하지만 당시에 이미 같은 지적에 대해 캠프에서는 사전적으로 전체 가입자가 기본료 폐지 혜택 대상임을 분명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퇴짜를 맞은 것이나, 통신사들의 이마에 굵은 주름살이 간 것이나, 공약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를 생각한다면 기본료 혜택의 범위는 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미래부도 전체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본료 폐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방안마련이 힘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기획위는 당초 제시했던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후퇴한 것일까.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발생하는 후폭풍을 감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는 약 6200만명이다.알뜰폰 가입자를 제외하면 약 5518만명인데 기본료가 사라지면 1년에 약 7조3000억원 가량의 매출이 사라지게 된다.
통신사 적자전환 우려에 투자축소, 휴대폰 유통시장 붕괴 등이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슬그머니 2G 3G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혜택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공약 제시 단계에서 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지 못한 채 약속을 던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