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두고 각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도시바는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INCJ), 그리고 베인캐피털에 융자(대출) 형태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韓美日) 연합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하지만 동업자인 웨스턴디지털(WD)의 반발과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주주총회에 매각 계약 체결을 안건으로 올리지 못했다. 더구나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도시바 매각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제소된 상태다. 반대로 도시바는 WD가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피해를 봤다며 도쿄 지방법원에 매각 협상 방해 행위 금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명령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도시바 상황이 꼬이는 이유는 기술과 인력유출을 방지하면서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뻔히 보여서다. 구글, 애플, 아마존,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 수많은 기업이 꼬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자력발전 사업을 말아먹고 분식회계에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내다 팔 수 있는 사업을 고르다보니 나타난 결과다. 결국 상품을 팔지만 권리는 일부분 확보하려니 그렇다.

물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도시바가 왜 저렇게 나오는지 이해가 된다. 여기서 살펴볼 부분은 SK하이닉스가 전후사정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도시바에 발을 담그려고 하는 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의 한축이면서 4차 산업혁명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낸드플래시 역량을 키우려는 목적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권에 어느 정도 손을 뻗쳐야 작업이 손쉬우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출자가 아닌 융자여서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은 방법은 자연스러운 접근뿐이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설계자산(IP)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련한 특허 및 전문 인력을 100여명 이상으로 늘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낸드플래시와 관련이 있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와 2007년 낸드플래시 관련 상호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바 있고 원천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경영에 참가할 수는 없더라도 ‘회사 회생에 돈을 지불했다’는 명분은 특허로 인한 분쟁을 가라앉히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

또 다른 명분은 SK하이닉스 그 자체에 있다. 기술·인력유출의 부담, 자금동원력의 한계로 인해 처음부터 단독 인수가 불가능했다는 점을 모를 리가 없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 D램에서 발생하고 있고 신성장동력으로 낸드플래시를 키우면서 SK그룹 전체로는 반도체 수직계열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바를 기회로 바라봤을 가능성이 높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 자체로 비난을 피하고(혹은 명분을 쌓고)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준다.

때마침 도시바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시기에 의미심장한 제품을 조용히 발표했다. 64단 768기가비트(Gb) 4비트(QLC) 낸드플래시를 내놓은 것. 특히 QLC는 세계 최초, 칩 하나당 용량도 세계 최대다. 테라바이트 V낸드 시대를 열겠다는 이 업계 1위 삼성전자와 같은 포석이다. 도시바 나비효과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업계에 어떤 나비효과를 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도시바는 기술력으로 응답했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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