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고도 성장기였던 지난 1980년대, 삶은 풍족했고 1인당 국민소득이 5000달러를 가뿐히 넘어 1만달러에 육박하면서 소비문화가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들어서 일부 외신에서는 우리나라를 두고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느낌’이라며 경제적으로나 소득 분배 차원에서 선진국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국민의 생활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경제, 문화, 국민적 인식 등 모든 면에서 지금이 당시와 같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샴페인의 거품처럼 본질은 보지 못하고 부풀려진 결과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여전한 것 같다. 이는 삼성전자 2017년도 2분기 실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에만 집중하기 바쁘다. 벌써 3분기 실적은 2분기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 상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1등론’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도드라졌다는데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삼성전자 실적의 밑바탕은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시장이 항상 좋은 상황만 펼쳐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불황을 대비하고 선제적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으나 당장 이번 분기에 인텔을 제치고 1등에 올랐다는 것만 바라보는 모양새다.

반도체라는 범주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은 분명히 경쟁자이지만 막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직접적으로 겹치는 제품은 다양하지 않다. 흥미롭게도 오히려 서로 다른 형태로 협력하거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품목이 더 많다. 다른 각도로 살짝 비틀면 인텔은 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할 수 없는’게 상당하다고 보는 게 더 맞다.

요즘 유행어처럼 말하는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인수합병(M&A)에 들인 돈이나 기업의 숫자만 보면 삼성전자는 인텔의 상대가 아니다. 물론 이런 것만 두고 기업의 경쟁력을 말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불확실성 투성이인 미래 시장을 두고 거대한 전쟁이 벌어졌는데 우리는 과거나 현재만 보고 싶은 모습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현실은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 시장은 극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 단순 노동에 필요한 고용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미세공정 전환의 어려움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미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CAPEX)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적인 장치사업이라 천문학적인 돈을 적절한 시기에 투자하지 않으면 곧바로 낭떠러지다.

그런데도 사내유보금이 얼마이고 적극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규제를 강화하라고 아우성이다. 사내유보금은 쌓아놓은 현금이 아니다. 재고, 투자, 유무형자산 등이 포함되어 있어 보유 현금과는 분명히 궤가 다르다. 좋은 실적이 나온 것은 반갑지만 이 또한 과거 10년 동안의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는 현실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앞서 고도 성장기를 말했다. 그 열매는 당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살았던 국민이 토대를 가꾼 것이다. 지금 누리는 모든 결과물은 과거의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아니 더 높은 성장을 일구기 위해서는 현실을 제대로 평가하고 바라봐야 한다.

흔히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는 말을 한다. 이는 ‘기회 속에 위기가 있다’는 말과 같다. 지금이 기회이자 곧 위기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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