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유통인, 자급제 대신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찬성’…정부 개입 부작용 구체화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정부의 통신비 인하 추진이 시장 이해관계자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 및 이해관계자 모두 ‘국민’을 내세웠지만 잇속을 차리기 위해 본질을 흐리는 모양새다. 정부와 통신사 갈등에 유통사도 가세했다. 제조사는 공개적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알뜰폰(MVNO, 이동전화재판매)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다.

1일 사단법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이동통신 유통인, 국민을 위해 25% 요금할인 지지한다’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KMDA는 판매점을 여럿 거느린 대형 대리점 중심 이동통신 유통점을 회원사로 둔 협회다.

이들은 “종사자의 경영 악화가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25% 선택약정할인을 전격 수용한다”며 “통신사는 현실에 맞지 않는 단말기 자급제를 주장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국민과 함게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와 통신사는 선택약정할인 할인율을 20%에서 25%로 상향하는 문제를 두고 대립 중이다. 선택약정할인은 단말기 구매 때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경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을 깎아주는 제도다. 지원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할인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결정한다. 선택약정할인은 통신사 손익계산서에 매출할인으로 반영된다. 가입자가 늘면 무선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하락한다. 5%포인트 상향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안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9월 이를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통신사는 반발했다. 현재 지원금과 단말기유통법 시행령을 감안하면 5%포인트가 아니라 1%포인트만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통신사의 논리다. 통신사는 정부가 원안대로 강행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통신사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라 통신비에 포함된 주파수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 등을 소비자를 위해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

단말기 자급제는 단말기와 통신상품 판매를 분리하는 것이 골자다. 단말기와 통신상품을 동시에 가입할 필요 없이 단말기는 단말기대로 통신상품은 통신상품대로 구입해야한다. 지난 2012년 5월 도입했다. 일각에선 선택약정할인 대신 단말기 자급제를 확대하는 것이 통신비 인하에 더 유용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가 통신비를 비싸다고 여기는 이유가 단말기 구입비를 함께 고려해서라는 분석이 근거다.

유통망은 단말기와 통신상품 판매에 따른 장려금(리베이트)이 주 수익원이다. 단말기 자급제가 활성화 할 경우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단말기 관련 장려금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택약정할인 가입자 증감은 통신사 손익 악화지 유통점과는 관계가 없다. 장기적 마케팅비 축소로 이어질 수는 있지만 당장 문제는 아니다. 이들이 국민을 앞세웠지만 자급제엔 반대 선택약정할인엔 찬성하는 이유다.

자급제는 제조사도 득실을 따져야하는 제도다. 자급제가 커지면 공급망관리(SCM) 등 경영전략 전반의 변화가 수반된다. 지원금 상향 또는 출고가 인하 압력도 커진다.

한편 정부의 시장 개입은 이해관계자 갈등뿐 아니라 구조 왜곡도 유발하고 있다. 알뜰폰이 직격탄을 맞았다. 알뜰폰은 출범 후 처음으로 지난 7월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가 감소했다. 정부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요금을 끌어내리면 알뜰폰은 경쟁력이 없어진다. 그렇다고 알뜰폰의 망 사용료를 강제 인하하면 통신사 손익 악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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