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x86’ 타고 출항한 카카오뱅크… 안착할 수 있을까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일주일도 안된 시점에 여·수신 1조원, 계좌 150만개를 돌파하면서 국내 금융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편의성과 간편함으로 은행 문턱을 낮추고 있다. 물론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접속장애가 발생하는 등 불편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거냐”며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IT업계에서도 중요한 관심사일 수 밖에 없다. ‘IT’가 기존에는 은행권에서는 혁신의 도구라기보다는 비용절감의 대상, 또는 협업부서를 지원해주는 역할을 그쳤다면 카카오뱅크에서의 IT는 비즈니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국내 금융권에서 보기 드물게 'x86 서버-리눅스 운영체제(OS)'를 채택했다. 앞서 오픈한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유닉스(UNIX)를 선택한 바 있다.

물론 여기서 x86과 유닉스의 성능 차이를 비교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무리 인터넷전은행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에서 은행 계정계 서버로 x86을 선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선택이었음은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카카오뱅크의 선택 덕분에, 현재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내 은행권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매우 중요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치 화성 탐사선 '패스 파인더'를 멀리서 지켜보았던 설레임 처럼, x86이란 항해선을 타고 처녀 출항한 카카오뱅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IT업계 입장에선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또한 카카오뱅크는 데이터베이스(DB) 역시 일부 코어 업무에선 오라클 DB를 사용했지만, 많은 부분에선 오픈소스인 마이SQL(페르코나)을 활용했다.

웹서버는 엔진x(Nginx), 대용량 데이터 처리 및 저장을 위해선 하둡과 H베이스, 스파크 등을 채택하며 IT인프라 측면에서 다양한 오픈소스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국내 금융권에도 매우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과거 메인프레임 일색이던 국내 금융권은 10여년전부터 유닉스 서버로의 한차례 광풍과도 같은 다운사이징을 겪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x86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기존에 가졌던 지나친 우려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의 안정성이나 신뢰성 보장은 오히려 여러 오픈소스의 조합을 통해 해결했고, 좀 더 시간이 지나야 확인이 되겠지만 현재까진 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그동안 은행권의 IT프로젝트은 현업 부서의 주도로 설계됐지만, 뒷감당은 언제 IT부서의 몫이었다. 잘되면 현업, 안되면 IT탓인 상황에서 내부 IT전문가들은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 밖에 없었다. 혹시나 신기술을 도입해 장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IT가 져야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흥행으로 은행권은 IT전문가의 ‘긴급 수혈’에 나섰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역량있는 IT전문가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업보단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설계, 그리고 IT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아닐까.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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