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지난 7월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궈타이밍 회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위스콘신주 남동부에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짓는데 100억달러(약 11조2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소상공인 지도자와 만난 자리에서 “폭스콘 회장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로 300억달러(약 33조8500억원)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규모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방정은 차치하고서라도 LCD 산업 그 자체, 그리고 위스콘신주라는 지리적 위치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다. 

먼저 산업측면에서 LCD는 황혼기에 접어든 것이 맞다. TV, 스마트폰, 사이니지 등 절대다수의 기기가 여전히 LCD를 사용하고 있다지만 앞으로 10년 정도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대세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스마트폰은 트렌드 전환에 바쁘다.

그러니까 한물 간 LCD를, 그것도 중국의 물량공세가 시작될 시점에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 자체를 두고 상당수의 언론이 의문을 제기한 것. 

그런데 이런 논리는 너무 순진하다. LCD라고 아예 못을 박은 것도 아니고 백플레인이 옥사이드(Oxide·산화물 반도체) 박막트랜지스터(TFT) 기반이라면 OLED를 만들 수도 있다. 사실 디스플레이 공장이 아니어도 할 말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회만 생기면 애플을 걸고넘어지는 상황에서 폭스콘이 눈에 거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폭스콘이 만들기 때문이다.

지리적 위치는 어떨까. 위스콘신주는 공화당 텃밭으로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 중서부의 러스트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도시)에 속해있다. 최근 적지 않은 중국 기업이 이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 등 투자의사를 내비치고 있기도 하다. 

CNN은 폭스콘이 전자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인력을 위스콘신주에서 확보하기 어렵고 중국 공장에서는 노동자 폭동과 자살이 발생했다며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괴이하게도 위스콘신주 인접 지역인 일리노이주의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시카고를 품고 있는 일리노이주는 오랫동안 민주당 우세 지역이다. 지역 유력지인 시카고트리뷴은 “폭스콘이 일리노이주에 왔다면 공학 분야의 최고 대학과 국제공항이 있는 시카고를 통해 노동력을 쉽게 공급받았을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일리노이주는 막대한 부채와 최악의 신용등급을 가지고 있다”고 썼다.

일리노이주는 폭스콘 공장 유치를 위해 브루스 로너 주지사가 올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모든 사업은 위험요소를 평가하며 일리노이주는 기업이 투자하기에 적합지 못하다”며 “정치인들이 일리노이주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빨리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의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다. 어떤 나라, 어느 지역이라도 마찬가지다. 입장을 바꿔서 폭스콘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겠다고 하면 마다할 정부나 지자체가 있을까 싶다. 

그러니 폭스콘이 미국에 LCD 공장을 왜 짓는지 궁금해 하기보다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대처할지부터 고민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가 대규모로 이어지는 이 시점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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