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aS가 간다] “소상공인에겐 무료”…출퇴근 기록·급여정산서비스 ‘알밤’
소프트웨어(SW)를 PC나 서버에 설치하는 대신 필요한 기능을 사용한 기간만큼만 비용을 내고 활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전세계 클라우드와 SaaS 매출은 향후 5년 동안 29% 증가해 2020년이면 2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6년 기준 국내 SaaS 시장도 전년 대비 35% 늘어난 2380억원을 기록하는 등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실제 국내 주요 SW기업도 SaaS 방식으로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 등장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의 SaaS 방식의 서비스다. 이미 해외에는 수많은 SaaS 기반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전통적인 사업자들을 넘어서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빠른 시장 확대나 기능 추가와 같은 민첩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디지털데일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스타트업들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 3일 공개된 구하라 주연의 웹무비 ‘발자국소리’에는 출퇴근을 관리하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 등장한다. 아르바이트생으로 첫 출근한 구하라(윤재 역)에게 카페 매니저는 “앱을 하나 다운받았으면 좋겠다”며 “출근할 때 출근 버튼, 퇴근할 때 퇴근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근무 시간이 카운트되기 때문에 알바생과 매장 관리자가 싸울 일이 없다”고 말한다.
이때 나오는 앱이 바로 3년차 스타트업 ‘푸른밤’의 출퇴근자동입력 및 자동급여정산서비스 앱인 ‘알밤(albam)’이다. 알밤 서비스는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위에서 구동된다.
지난 2015년 설립된 푸른밤은 근거리무선통신기술 ‘비콘(beacon)’을 통해 직원들의 출퇴근 체크부터 근무일정관리, 주휴수당이나 초과근무수당 등을 포함한 급여까지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앱 ‘알밤’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매장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반 매장 이외에도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 등 외부에 파견된 직원들의 근태관리에도 유용하다.
이 앱을 개발한 김진용 푸른밤 대표<사진>는 창업 전 맥주집을 운영한 경험을 반영해 이 앱을 만들었다.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했던 김 대표는 빠른 실패(?)를 맛보기 위해 일찌감치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병맥주를 고객이 알아서 꺼내먹는 가게를 운영했는데, 당시 여러 알바생들을 관리하는데 애를 먹었던 김 대표는 지금의 ‘알밤’의 토대가 된 앱을 직접 개발하기에 이른다. ‘알밤’은 ‘알바 매니지먼트’의 준말이다.
‘알밤’은 GPS나 QR코드를 이용한 다른 출퇴근 관리서비스와는 달리 정확한 위치 추적이 가능한 ‘비콘’을 활용한다. GPS나 QR코드의 경우, 남이 대신 출근 기록을 찍어주거나 사업장과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도 체크하는 등의 어뷰징(조작)이 가능하지만, 알밤은 신청 매장별로 고유한 ID 값을 가진 비콘 기기를 제공한다. 때문에 매장 내에서만 출퇴근 체크가 가능해 부정 출퇴근 기록을 방지한다.
또, 관리자가 매장에 없더라도 외부에서 직원들의 출퇴근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탐앤탐스와 본푸드, 카페오가다, 루이카토즈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패션 리테일 브랜드 등 국내외 9000여개 사업장에서 알밤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푸른밤은 오는 16일 지난 3년 간의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3.0 버전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직원들도 본인의 출퇴근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누락되거나 잘못된 근무기록을 수정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푸른밤은 이번에 업데이트된 출퇴근기록기를 소상공인들에게는 평생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매장 운영관리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또, 현 정부가 출퇴근 시간 기록 의무화 법 제정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직원 출퇴근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물론 이번에 무료로 제공되는 출퇴근기록기 외에도 관리자 권한 추가나 엑셀 다운로드, PC 웹관리자 등의 기능이 제공되는 출퇴근기록기 플러스 버전이나 급여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서비스는 각각 월 9900원, 1만7600원에 유료(직원 1~20명 기준)로 이용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따로 빼서 만들었다”며 “최근에는 주휴수당과 같은 필수지급항목을 점주가 잘 몰라 노동법을 어길 확률도 높은 만큼, 근로기준법을 기반으로 문제가 생길 시 서로 한 합의를 통해 근로를 할 수 있는 로직이 기능 요소 요소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번 3.0 버전에선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자가 인건비와 각종 세금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향후 이를 고도화시킬 계획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은 자체적인 급여기준을 세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출퇴근 기록기가 단순해 보여도 경험치 비즈니스여서 신뢰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며 “출퇴근 관리는 곧 급여로 연결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중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선 알밤이 경쟁사들에 비해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실제 최근 알밤은 한 리쿠르팅 업체와 협업 논의를 진행하다가, 해당 업체에서 자체적인 출퇴근기록기를 만드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현재 알밤의 롤 모델은 미국의 인력관리(HCM) SaaS 기업인 ‘구스토’다. 구스토는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API 연동을 통해 급여지급은 물론 세금신고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구스토 계좌에서 세금 이체까지 가능하다.
알밤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일본과 동남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이미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알밤을 사용하는 경우는 꽤 되지만, 현지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현재 언어셋은 한국어만 지원하는데, 올해 중 일본어와 영어까지 지원할 계획”이라며 “특히 일본은 세무나 노무체계가 국내와 비슷한 만큼,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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