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객 응대를 위한 ‘챗봇’에서부터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 어드바이저까지 다양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 사람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체하겠다는 것인데,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이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그 기대치의 갭 만큼, 고민이 발생하는데 금융산업에서도 이제 이런 고민을 얘기할 시점이 됐다.
금융사가 인공지능을 도입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연구돼왔지만 국내의 경우 ‘구글 알파고’의 열풍이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키며 급속도로 달아오른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실제 현업에 적용하는 과정 자체는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머신러닝, 딥러닝 등 다양한 데이터 분석 방법론이 인공지능이라는 브랜드로 통합되고 있는 것도 현재 추세다. 금융권이 현재 인공지능을 도입하는데 겪는 어려움 몇 가지를 짚어봤다.
◆원천 데이터 입력 = 금융사의 경우 현재 인공지능을 고객 응대에 적용하려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챗봇을 이용한 고객상담센터 운영이다. AIA생명이 최근 SK(주)C&C과 IBM의 왓슨이 협력한 인공지능 에이브릴(Aibril)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콜센터운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주)C&C는 최근 대부분의 보험사와 인공지능 활용과 관련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보험업계가 인공지능에 대한 요구사안이 풍부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와 별개로 인공지능을 고객상담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고객상담 자료를 데이터화 해 입력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다만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고객상담 자료는 대부분 음성 데이터로 보관돼있다. 때문에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솔루션이 필요하며 이를 ‘STT(Speech to Text)/TA(Text Analytics)’라고 한다.
문제는 STT/TA를 이용한 음성-텍스트 전환이 아직은 발전할 여지가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최근 만난 한 생보사 관계자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엄청나지만 결과물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음성 데이터의 경우 개인마다 성조, 말투, 사투리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있는데 이를 텍스트로 변환하면 대화내용이 100% 전환되지는 않는다.
물론 맥락 상 핵심 문맥만 전환해 이를 데이터화 하면 된다고 하지만 인공지능 학습에 중요한 원천 데이터의 신뢰성을 100% 확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험사들의 걱정은 만만치 않다. 한 인공지능 업체 관계자는 “음성데이터의 텍스트 변환을 통해 데이터를 정제해 이를 다시 질의응답(Q/A) 형태로 만들어야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 구축하러 들어가보면 정제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답을 말하지 못한다.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해해야 내놓는 답변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그대로 적용된다.
◆핵심 알고리즘의 소유는 누가? = 최근 신한은행이 ‘인공지능(AI)코어 플랫폼 구축 및 상담 챗봇 서비스 도입’ 사업 공고를 내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챗봇 서비스 구현을 위한 AI플랫폼을 독자 구축하는 사업으로 은행권 인공지능 사업 중 대형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인공지능 업계에선 썩 내키지 않는 사업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이 독자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인공지능 업체가 가지고 있는 핵심 알고리즘을 신한은행 내부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IBM 왓슨을 은행 내부에 두고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왓슨의 핵심 엔진은 미국에 위치하며 클라우드로만 공급된다. 언어습득 알고리즘이 어떠한 것인지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업체들은 핵심 엔진을 API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솔루션과 SI(시스템 통합) 형태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은행의 입장에선 인공지능 핵심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서 인공지능의 역할은 크게 부상할 것이 틀림없고 현재 챗봇 등에 한정돼 있는 적용 범위도 리스크 관리, 고객 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것이 유력하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핵심 엔진을 가지는 것이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유리하다. 반면 인공지능 업계에선 서비스 형으로 인공지능을 공급하기를 원한다. 핵심엔진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과적으로 금융사가 독자적인 인공지능 플랫폼의 핵심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답이다. 다만 알고리즘 확보를 위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플랫폼 회사로서 변신을 꾀하는 금융사라면 고려해볼만한 문제다.
◆사용한 만큼 낸다? = 클라우드 컴퓨팅의 매력은 초기 투자비 없이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부담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사용한 만큼이라는 것은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 등 데이터 분석 업체들은 라이선스 기준을 ‘질의(쿼리)’ 데이터 기준 등으로 산정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요청 당 과금방식이 일반적”이라며 “음성인식, 대화, 대화완결, 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등 다양한 라이선스가 있다”고 전했다. 학습할 데이터에 따라 과금하기도 한다. 인공지능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킬 경우 전체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는 질문할 게 많을수록 돈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면 사용자는 한번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빅데이터 분석의 경우 기업에서는 만족할만한 답이 나올 때 까지 데이터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분석을 하게 된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되는 경우 인공지능을 얼마나 활발히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