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탐방]유쾌한 장난이 가득한 회사, 우아한형제들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우아한형제들 건물 18층 카페테리아에서 창밖을 내다보면 비행기가 한 대 날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한참을 움직이지 않습니다. 뭔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비행기 모양 스티커를 유리창에 붙여놨습니다. 배달의민족 다운 장난에 깜빡 속으면서 기업탐방을 시작했습니다.
비상구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뜬금없이 발모양 스티커가 바닥에 붙어 있습니다. 이 자리에 발을 딛고 정면을 보니 창문에 하늘을 배경으로 새겨진 멋진 시 한편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상구 문 손잡이에는 당기시오 대신 ‘짜장 땡겨요’ ‘밀당하세요’라는 귀여운 문구가, 접근 금지 장비에는 대신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라는 문구가 붙어있습니다. 벽면에 전시된 멋진 그림의 해설엔 ‘모네의 수련을 따라 그렸음’이라는 솔직한 고백이 보입니다.
음식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의 이름을 알린 일등공신 중 하나는 이런 끝없는 ‘드립력’일 겁니다. 배민은 출범 초기부터 단순하고도 유쾌한 카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회사 곳곳에도 동류의 유쾌함이 넘칩니다.
꼭 유머러스한 문구만 있지는 않습니다. 어느 의자에 적혀 있던 ‘나도 누군가에게 회사다’라는 글도 인상 깊습니다. 보통 회사가 싫어질 때는 회사 자체보다 동료·상사 등 사람에 대한 불만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 싫은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렇듯 기발하면서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문구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이들은 수평적 문화 바로미터에 대한 예를 하나 들었습니다. 외부인이 회사 미팅에 갑자기 들어왔을 때 누가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면 수평적인 회사라는 겁니다.
마침 이날은 스스로를 막내라고 소개하고 다니는 윤현준 상무가 긴 휴가를 마치고 업무로 돌아오는 날이었나 봅니다. 개발팀 입구 현관에는 “현준님, 쉴 만큼 쉬었죠? 막내가 일을 해야지 말이야”라는 환영 메시지와 윤 상무의 얼굴을 슈퍼맨에 합성한 게시물을 붙여 놨습니다. 수직적인 회사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긴 합니다.
만약 직원이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대표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통 회사라면 빨리 보던 창을 내리고 업무를 보던 척 딴청을 피워야 할겁니다. 이 회사는 같은 상황에서 김봉진 대표가 들어오면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대표님, 여기 와서 이것 좀 같이 봐요. 엄청 웃겨요’
이런 에피소드들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소통이 자유롭게 이뤄진다는 측면, 그리고 그로 인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공유될 여지가 많다는 겁니다. 이 회사가 만든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중에서는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이라는 항목도 있습니다. 수평적 분위기가 어떤 상승작용을 내는 지 보여줍니다.
실제로 직급이 막내인지는 몰라도 빈백에 누워 편안하게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은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내놓는 ‘치믈리에(치킨과 소믈리에의 합성어) 자격시험’ 같은 아이디어는 아마 이런 자유롭고 탈권위적인 분위기에서 나온다고 봐야할 겁니다.
◆혁신과 소통 담은 구조 디자인=우아한형제들은 올해 4월 잠실에서 올림픽공원 인근 장은빌딩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덕분에 18층 손님맞이 층에서 창가를 내려다보면 탁 트인 대로와 공원의 녹지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이런 독특한 입지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사업 초창기 직원들의 바람을 담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바람을 쐴 수 있는 테라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TV드라마에 PPL로 자주 나왔으면 좋겠어요’ ‘회사 곳곳에 책이 널부러져 있는 회사’등 다양한 리스트 중에 ‘한적한 곳에 위치한 회사’라는 항목도 있었습니다. 회사 주변에 식사 후에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지요.
올림픽공원 옆에 입지했다는 것을 계기 삼아 회사 전체 테마를 ‘스포츠’ 그리고 ‘혁신’으로 잡았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혁신이란 ‘처음에는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모두가 따라하게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포츠로 말하자면 단거리 달리기의 ‘크라우칭 스타트’ 높이뛰기의 ‘배면뛰기’같은 기술을 최초로 시도한 것과 같습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기술들이지만 선수들이 최초로 시도했을 때는 웃음거리가 됐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 지금은 모든 선수가 그들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역시 이런 혁신들을 이뤄가자는 의미를 각 층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층의 인테리어와 테마가 전부 다릅니다. 농구, 축구, 하키 등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인 선수들을 모델로 삼아 각 층을 꾸몄습니다. 배구가 테마인 층은 배구공을 연상시키는 둥근 조명이 설치돼 있습니다. 육상트랙이 바닥에 그러져 있는 층도 있고, 인조 잔디를 깔아 축구장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각 층이 개성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인 점도 있습니다. 한 층을 ‘워크 스페이스’와 ‘코워크 스페이스’로 절반씩 나눠 공간을 마련한 점입니다. 워크 스페이스(사무공간)은 책상과 의자가 있는 업무공간입니다.
이 사무공간을 둘러싼 코워크 스페이스(협업공간)은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기 쉬운 구조로 꾸며졌습니다. 각 층마다 특색을 살려 계단형 강의실, 빈백(모양이 자유롭게 변하는 1인용 소파), 마루바닥, 심지어 텐트 회의실까지 배치돼 있습니다. 공간에 익숙해지면 창의력이 떨어질까 매 분기 각 층 대표가 제비를 뽑아 층 별 ‘민족대이동’도 거행합니다.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에게 회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비범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곳’이라고 합니다. ‘스타’보다 ‘팀웍’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인사평가 역시 개인평가 없이 팀 평가만 부여하고 있습니다. 공간 전반에 이런 가치관이 투영돼 있습니다.
사무공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한 책상을 4명이서 사용하는 이유 역시 그 정도 간격이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 좋은 거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각 책상마다 조그만 스툴이 배치돼 있는 이유도 같습니다. 사무실에서도 동료의 자리에 가서 대화를 나눌 때 불편한 자세로 얘기하지 말고 편히 앉아서 대화하라는 뜻이지요.
우아한형제들은 일하기 좋은 회사입니다. 지난 2014년 잡플래닛-포춘코리아가 선정한 ‘일하기 좋은 회사’ 중소기업 부문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내놓는 복지정책은 다른 스타트업의 귀감이 되고, 이들이 만들어놓은 공간은 정부부처, 대기업에서 배우기 위해 탐방을 옵니다.
이 회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구성원의 ‘행복’입니다. ‘구성원을 행복하게 만들면 행복한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든다’가 이 회사의 근본이자 기반에 있습니다. 단순히 예쁘고 보기 좋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내 아이가 다녔으면 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참고로 18층 카페테리아에는 우아한형제들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연대표로 기록돼 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2017년 기록 이후에도 이미 기록이 쓰여 있습니다. 2027년엔 배민키친 ‘남극점’을 오픈하고 2035년 1월에는 업계 최초로 ‘우주 배달’을 시작할거랍니다. 이 미래 연대표가 배민다운 유쾌한 장난으로 끝날지, 이 회사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가 될지 한번 두고 볼 일입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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