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생존 보안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최근 사이버보안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한 한 교수가 ‘생존 보안’을 언급했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사이버공격 대상이 확대되면서 주변에서 쉽게 접하던 물건들이 나를 위협하는 도구로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우려는 실제 현실화되고 있다. IP카메라 1400여대를 해킹해 무단으로 영상을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일당이 적발된 바 있다. 영·유아, 반려견을 살피기 위해 댁내에 설치한 IP카메라가 오히려 나를 지켜보는 몰래카메라로 악용된 것. 여성들이 집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영상들이 포함됐다고 하니, 집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이는 IP카메라 보안만 해결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서는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생활용품을 의심해야 한다. 삶을 더 윤택하고 용이하게 만들어주는 제품들이 해커 손에 넘어갔을 때 나를 협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된다.
몇 가지 가능한 예를 예상해보자. 스마트도어락을 해킹한 후 외출 후 귀가 때 들어오려면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지불하라고 한다. 냉장고를 열 수 없도록 하거나, 밤새 알람을 켜서 잠을 잘 수 없게 만들거나, 가스밸브를 열어놓을 수도 있다.
IP카메라를 해킹해 지금 당신을 보고 있으니 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검색 사이트에서 당신의 모든 것을 노출시키겠다는 협박도 가능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 세차장을 해킹해 자동차를 박살내거나 자율주행자동차를 원격조정하고, 병원에서 약물 주입 때 이를 과다하게 제어하는 것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변기까지 해킹하는 시대가 온다.
그동안 주민등록번호, 주소, 휴대폰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보안사고는 여러 번 겪어봤다. 하지만, 사람의 생명을 도마 위에 올리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영상을 유포하는 등 삶을 움켜쥐는 보안사고는 아직 생소하다. 하지만 이제 현실이 됐다.
사이버보안은 치안, 사회적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다.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민간과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제품을 개발단계부터 보안을 내재화해 출시하는 등의 보안정책이 필요하다.. 국가에서 한 개인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는 사이버공격이 범위, 그러나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어전략도 속도감있게 대응하면 된다. 미리 겁먹고 혼자서 아날로그 방식으로 삶을 사는 것도 현명한 일은 아니다. '생존 보안'을 위한 공동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보안 환경을 담대하게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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