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 시장이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대형 사업자이거나 투자를 최소화한 중소 사업자들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반면, 중간 과정에 있는 사업자들은 대규모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알뜰폰 가입자는 684만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1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가입자가 증가하며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178억원에서 2013년 2394억원, 2014년 4555억원, 2015년 6731억원에 이어 지난해는 838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형적인 매출 증가세와 달리 내실은 여전히 부실한 상황이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이 3% 수준에 불과한 데다 여전히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적자는 2014년 965억원, 2015년에는 511억원, 2016년에는 3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다소 나아졌지만 점유율이 10%가 넘었음에도 불구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적자의 주범은 사업에 뛰어든지 오래되지 않은 대기업 계열 알뜰폰 사업자들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과기정통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 자회사 M모바일의 2014~2016년 누적적자는 860억원이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도 50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입자 유치비용이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반면,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은 2015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 2012년부터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CJ헬로비전은 턴어라운드에 도달하기 까지 엄청난 비용을 치뤘다. 여전히 누적적자는 수백억원에 달하지만 수년간 막대한 적자를 감내하며 꾸준히 투자한 결과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CJ헬로비전의 LTE 비중은 5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LTE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며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알뜰폰 업계 2위인 SK텔링크도 2013~2015년 누적적자 64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66.5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SK텔링크의 가입자 규모는 74만으로 85만의 CJ헬로비전 뒤를 쫒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성적표도 괜찮다.2014~2016년 유니컴즈는 30억원, 아이즈비전 39억원, 이지모바일 62억원, 프리텔레콤 26억원 등 흑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은 2013년부터 흑자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흑자 원인은 좀 다르다. 투자 규모가 작은데다 가입자 유치 비용이 들어가는 LTE가 아닌 음성, 선불 요금제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감면 이외에 우체국을 통한 판매지원까지 받다보니 빠른 시일에 흑자를 달성 할 수 있었다. 즉, 정부의 지원정책으로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동통신 시장이 LTE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선불, 음성 중심 요금제에만 머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LTE 가입자를 모집하다보면 유치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일정 기간까지는 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라며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도 앞으로 LTE 시장에서도 사업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앞으로 투자나 합병 등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