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국정감사가 도래하면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가 뭇매를 맞고 있다. 이 제도 아래 국내 금융·통신 등 대기업들이 고객 동의 없이 다량의 개인정보를 교환했다며 여러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개인정보 비식별조치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했으나, 실제 면면을 살펴보면 저조한 실적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정보 결합 등을 시도하기 꺼려하는 분위기도 맴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인 빅데이터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을 동시에 잡고자 이 제도를 추진했다. 국회 지적처럼 동의 없이 다량의 개인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면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길이 열렸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이 제도에 대해 자유로운 활용보다는 정보보호에 대한 기업의 책임 강화를 명시했고 불분명한 점이 많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통신사와 보험사 간 정보결합이 실제 이뤄졌지만, 중복 고객만 대상으로 데이터를 결합해야 해 한계에 직면하기도 했다.

이에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전문기관이자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지원센터를 맡고 있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운영 실적을 살펴봤다.

올해 8월 기준 공공·민간분야 비식별 조치 관련 교육 및 컨설팅 건수는 ▲비식별 조치 관련 순회 4회 ▲실습 1회 ▲심화 2회 교육 ▲세미나 2건 개최 ▲컨설팅 지원 35회로 나타났다. 적정성 평가단 풀 지원은 4회 이뤄졌다.

실제 비식별된 개인정보를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집합물 결합 지원의 경우, 민간기관 1건에 그쳤다. 지난해 7월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후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지원센터가 설치·운영된 지 1년이 넘었지만 KISA 외 6개 전문기관의 실적을 합쳐도 10여건에 불과하다.

KISA는 국회 측에 비식별조치 컨설팅이 정보집합물 결합서비스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신청기관이 단독으로 비식별 정보를 활용하고자 해 컨설팅을 신청하면, 주요 컨설팅 내용은 적정한 비식별 조치 수준 및 적정성 평가에 대한 내용이며 정보집합물 결합은 필수조건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행 개인정보의 정의의 반대해석으로 비식별 정보를 정의할 수 있으나 명시적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적정성 평가단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충분한 인력 풀을 구성하기 위해 주기적인 교육 등을 통한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기업 현장에서도 개인정보보호 장벽에 빅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던 어려움을 이 제도로 인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그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식별된 것이 확실하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재식별된다면 기업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책임소지 부분 때문에 차라리 고객들에게 동의를 구한 후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안으로 우회한 곳도 생기고 있다.

유럽·일본·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정보보호 아래 자유로운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들 나라와 비교했을 때 아직도 한국은 활용보다는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기업 입장에서 이 제도를 적용하기 애매모호하다는 것.

네이버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겸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인 이진규 이사는 지난 4월 ‘제23회 정보통신망 정보보호 컨퍼런스’를 통해 “기업이 개인정보를 비식별화 했어도 데이터를 공유한 제3자가 언젠가 알아볼 수 있다면 제대로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아무리 비식별 조치를 하더라도 재식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어 “공공데이터로 활용하고 제3자에 전달해 다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보의 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결국 들키지 말고 조용히 쓰라는 것”이라며 “재식별 때 법적 제재는 두려운 부분이며, 사업자가 이 가이드라인을 믿고 활용할 수 있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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