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보통 외국계 기업들은 한국 기업보다 기업문화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러나 서구권 기업 아닌 일본계 기업의 기업문화는 어떨까요. 

같은 유교 문화권, 군대식 문화 잔재 등 못지않은 수직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도쿄대 출신의 한 여성 직원이 폭언, 스트레스, 주 130시간에 달하는 초과근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기도 했습니다. 근로자를 착취한다는 뜻을 가진 ‘블랙기업’이라는 단어의 원산지가 일본이기도 합니다. 

일본 역시 기업문화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랭크업’ 이라는 일본 회사가 세계 50개국을 기업 중에서 구글에 이어 ‘일하기 좋은 기업 (Great place to Work, GPW)’ 2위에 뽑히기도 하고, 이 회사 대표가 내놓은 ‘사장님, 5시에 퇴근하겠습니다’라는 책도 화제가 됐습니다. 일본 역시 수직적, 군대식 기업문화를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으며,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여러곳에서 보입니다. 


◆일본색, 한국색이 섞인 회사 문화=올림푸스는 1919년 일본에서 처음 설립돼 창립100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된 회사가 스타트업 같은 기업문화를 도입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한국에는 지난 2000년에 처음 진출한 올림푸스한국는 비교적 젊은 회사입니다. 

일본 본사처럼 보수적인 회사가 생각하기 어려운 시도를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내문화를 비롯해 업무 환경에서 두 회사는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 서초 사옥의 모습만 해도 일본 본사 직원들이 와서 보고 신기해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올림푸스한국은 다양한 색이 혼재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뿌리는 일본 본사에 두고 있고, 대표도 일본 사람이지만 직원들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보니 양 국의 문화도 살짝 섞여 있습니다. 이들은 올림푸스한국이 '일본계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 기업'의 문화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올림푸스는 과거부터 일본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 색채를 가지기 위한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올림푸스’라는 명칭부터가 창립 초기에는 ‘다카치호 제작소’였습니다. ‘신들이 모여있는 산’이라는 뜻입니다. 1949년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비슷한 뜻을 가진 올림푸스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회사에 들어서면 일단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정돈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의 냄새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사무실도 널부러져 있는 서류를 거의 찾을 수 없고 각종 전자기기들의 케이블도 모두 안으로 감추거나 무선으로 돼 있는 코드리스 방식의 오피스가 구현돼 있습니다. 

독에 피시를 꽂아 어느 자리에서도 관계없이 근무도 가능합니다. 회의실 내부 역시 키오스크를 통해 스케쥴을 관리하고 예약할 수 있어 깔끔합니다. 직원들의 복장도 전반적으로 단정하고 대화도 대체로 조근조근하게 진행됩니다. 

양국의 문화가 섞이다 보니 재미있는 점도 있습니다. 카투사가 미국과 한국의 휴일을 모두 쉬는 것처럼 올림푸스한국 역시 가을에 한국의 빨간 날과 올림푸스 창립기념 ‘주’를 함께 쉽니다. 

올림푸스한국은 10월1일이 포함된 주에 창립기념일을 기념해 일주일 유급휴가를 전 직원에게 별도로 부여합니다. 앞 뒤 주말을 합치면 총 9일의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인 연차 100% 사용을 독려하는 자유로운 문화가 합쳐져, 추석 등 시기가 겹치면 굉장히 긴 휴가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대표가 직원들과 식사를 나누며 의견 듣는 '타운미팅'도 그런 부분입니다. 통상 스타트업에는 대표와의 소통 자리가 잘 마련돼 있지만 대기업으로 갈수록 오히려 직원에게 고역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가 외국인이라는 점은 이런 상황에서 직원이 부담없이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최근 서울 선릉역 부근에서 서초동 대법원 앞으로 사옥을 옮기는 큰 이사도 대표와 직원의 대화에서 비롯됐습니다. 외근 업무가 많은 영업사원들이 대형 장비를 싣거나 옮겨야 할 일이 많은데 주차 시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의를 하자, 이를 대표가 흔쾌히 받아들인 겁니다. 

오카다 나오키 대표는 합리적이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직원들에게 요구하며, 퇴근시간인 오후 5시 반 이후 회의는 자제해달라는 지시를 직접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날 만난 한 직원은 회사의 장점을 “적절한 연봉, 적절한 일과 삶의 균형, 합리적 문화”라고 평했습니다. 그는 “필요하다면 야근 할 수는 있겠지만 불필요하게 눈치를 보는 문화는 없다. 그러다 보니 위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견도 자유롭게 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창립 100년 지났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기업=올림푸스는 일반 소비자에는 카메라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카메라 매출은 전체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카메라는 취미로 만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옵니다. 의료기기, 현미경 산업이 대부분의 매출을 가져옵니다. 

의료 산업은 인구 노령화 등에 의해 미래에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주목받는 산업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스스로가 태동기-성장기-성숙기 중 성장기에 있는 기업으로 평가합니다. 영업이익 역시 글로벌기준으로 2013년 350억엔(약 3500억원)에서 지난해 1045억엔(약 1조446억원)으로 3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습니다. 채용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직률은 한 자릿수 수준으로 낮은 편입니다. 올림푸스한국 인사팀 박대근 팀장은 "회사는 직원이 여기서 꾸준히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사고가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의 기업들처럼 평생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직원과 회사가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이런 점은 일본계 기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일 수도 있습니다. 

▲올림푸스한국 박대근 인사팀장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정도'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정과 결과를 놓고 저울질 할때 과정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 회사에 잘 맞다고 합니다. 또한 외국계 회사다보니 기본적으로 어학 역량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외국어를 쓰진 않지만 임원들이 외국 사람이고 해외지사와 협동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박 팀장은 지원자들에게는 서류 및 면접에서는 장황한 스토리를 배제하고 나의 세일즈 포인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어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올림푸스 본사는 제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올림푸스한국은 영업에 조금 더 중점이 있습니다. 내 세일즈 포인트를 어필하는 능력은 향후 영업능력을 내비출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조한 부분은 ‘학습의지’입니다. 어학능력은 다소 부족하더라도 학습계획과 의지로 상쇄 가능합니다. 올림푸스한국은 교육시스템이 잘 돼 있기도 합니다. 직무에 관련된 교육은 100% 회사가 지원하고, ‘공인중개사’등 직무와 무관한 교육은 복리 후생 포인트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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