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알뜰폰 도매대가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8월 타결을 목표로 했지만 10월을 넘겨 11월이 되도록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알뜰폰 협상은 망 의무제공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정부가 진행한다. SK텔레콤을 비롯해 이동통신사로부터 망을 임대해 사업을 하는 알뜰폰 입장에서는 가급적 낮은 대가에 망을 이용해야 한다.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들을 대신해 정부가 매년 SK텔레콤과 협상을 진행하고, 기재부와도 협상해 전파사용료도 감면해주고 있다.

사업자간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민간사업자 계약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지만 알뜰폰 협상만큼은 공을 들인다. 알뜰폰이 성장하지 않으면 사실상 통신시장에서의 요금 경쟁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폭의 변화가 있었지만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5:3:2라는 구도가 꽤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고착화된 점유율 구도 때문에 경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정부는 판을 흔들기 위해 후발사업자에게 접속료 혜택을 주거나 황금 주파수를 확보하는 방향 등의 유효경쟁정책을 펼쳐왔다. 그럼에도 불구, 경쟁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은 비슷비슷해지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방안을 찾던 정부는 새로운 경쟁자를 등장시키는 것을 모색한다.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그랬다. 하지만 4이통은 일곱차례의 실패만 남겼다. 우여곡절 끝에 대안으로 나온 것이 알뜰폰이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 협상 덕에 알뜰폰은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불과 수년만에 시장점유율 10%를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알뜰폰이 단단한 기반에서 성장하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요금이 알뜰한 것은 좋은데 사업자 주머니 사정까지 알뜰하다보니 정부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에 대한 선택약정할인율 확대와 저소득층 및 노년층 요금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 등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 이통사 요금이 낮아진 만큼, 알뜰폰의 요금은 더 낮아져야 한다. 더 낮은 도매대가가 필요하지만 소매는 물론, 도매까지 규제를 받아야 하는 SK텔레콤의 입장은 편치 않다. 올해 협상이 유독 길어지는 이유다.

올해들어 알뜰폰에서 다시 이통사로 번호이동하는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저렴한 통신요금에 대한 만족스러웠던 고객경험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휴대폰 분실이나 요금제 변경 등 고객업무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알뜰폰을 계속 써야 할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저렴한 요금 뿐 아니라 대고객 업무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 투자 없이 정부 협상에 의존해 사업을 영위했지만 언제까지 정부가 알뜰폰의 우산이 될 수는 없다. 자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알뜰폰 정책에 대한 본질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알뜰폰은 골목상권 및 중소기업 보호 정책이 아니라 전체 가계통신비를 낮추게 하는 경쟁정책이다. 현재의 알뜰폰 정책은 대기업은 배척하고 들어가는 구조다. 어떤 사업자가 이통사와 경쟁할 수 있는지,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지,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알뜰폰은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컸지만 어찌됐든 분명한 성과다. 다른 뾰족한 경쟁정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알뜰폰 정책은 지금보다 더 정교해지고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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