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중고나라가 평화롭다는 말은 반어법에서 출발하긴 했습니다. 

중고거래 중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며 ‘중고나라는 무슨 일이 있어야 평화로운 것’이라는 의미로 굳어졌죠. 

사건사고가 꼭 거래 사기와 같은 범죄만 뜻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물건 팔렸나요’라는 문자 메시지에 ‘네’라고 대답하자 ‘왜죠?’라고 되묻는 황당한 구매자는 전설이 됐습니다. 

중고 바지를 사면서 ‘바지 입으면서 방귀도 뀌고 그랬을 거 아니냐, 깎아달라’는 진상 구매자, 멀쩡히 판매중인 물건에 ‘팔렸습니다’라고 댓글을 달아 심통을 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큐딜리온(대표 이승우)이 운영하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는 2017년 기준 회원수가 1800만명을 넘겼습니다.

남한인구 3명 중 1명이 가입한 카페니 별별 사람이 다 있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큐딜리온은 오히려 이를 ‘물건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쾌한 스토리’라며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예 ‘평화’를 회사 브랜드로 유용하게 써먹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법거래나 사기 범죄는 중고나라의 평화에서 예외입니다. 큐딜리온 직원 중에는 이를 막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쓰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큐딜리온 전체 직원은 약 60명, 이 중 5명은 뇌병변, 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중증 장애인입니다. 

법적으로 상시 근로자 100명 이상 사업장은 전체 직원의 약 3%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실상 공공기관마저 이를 준수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큐딜리온은 자발적으로 약 10% 인력을 고용해 장애인 고용창출에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장애인 직원들은 큐딜리온에서 '중고나라 보안관'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사기 및 불법거래, 유해자료가 올라오는지 단속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지난해 이들이 잡아낸 불법 거래가 연간 약 12만 건, 하루 평균 342건 수준이었습니다. 이용자의 안전한 거래에 큰 공을 세운 셈입니다. 

근무 시간은 다른 직원과 똑같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 그러나 이들은 사무실 대신 자택에서 업무를 수행합니다. 회사측이 출근이 비장애인보다 어려운 점을 배려한 결과입니다.

이승우 큐딜리온 대표는 ‘장애인 사원이 일반 사원보다 30% 정도 더 뛰어난 성과를 보인다’고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모니터링은 지루하고 반복되는 업무라 비장애인은 싫증을 내기 쉽지만 장애인들은 강한 집중력으로 업무를 더 잘 소화한다는 설명입니다. 큐딜리온은 이들이 소속된 중고나라 보안관 팀을 올해 1분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민트급 팀'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인력활용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한 큐딜리온은 지난 7월 8개 기업 공동으로 '장애인을 위한 스타트업 진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장애인 인력을 기존 4명에서 1명 더 충원했습니다.  

한 장애인 직원은 "큐딜리온에서 일하게 되면서 정당하게 월급 받고, 가족 경조사에 돈을 보탤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전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는 입장이었는데, 이젠 부모님 용돈까지 드릴 수 있게 됐습니다.  

큐딜리온은 사기 거래 근절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기피해를 막기 위해 경찰청이 만든 ‘경찰청 사이버캅’ 시스템도 플랫폼에 도입하고 경찰청과 공동으로 사기예방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사이버캅을 활용하면 계좌번호나 전화번호, 이름 등을 통해 사기 전과를 조회할 수 있어 범죄 예방효과가 있습니다. 

한 직원은 “예전에는 경찰이 저희를 공공의 적으로 몰았지만, 지금은 관계가 제법 돈독한 상태”라고 웃었습니다. 

범죄가 발생하면 용의자가 플랫폼에 남긴 흔적들을 제공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신뢰를 쌓았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매년 경찰청과 ‘사기거래 예방 캠페인’을 진행하고 불법거래 척결에 공로를 세운 경찰관에게 ‘중고나라 우수 경찰관’으로 선정해 시상도 진행합니다.

시스템적으로도 실명인증 절차를 강화하고 안심번호, 안전거래 기본설정 등 다양한 시스템을 적용해 중고거래 투명성을 상당히 높인 상태입니다. 현재는 정말로 ‘평화’로워졌다고 하네요. 


중고나라를 상징하는 한 축이 ‘평화’라면 다른 한 축은 ‘리(Re)’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큐딜리온 본사를 방문하면 들어서면 사무실 모든 장소에 리커버(Recover), 리뷰(Review), 리사이클(Recycle) 등 ‘리’로 시작하는 단어들로 이름을 지어놨습니다.

큐딜리온의 회사 이념은 ‘자원의 선순환’입니다. 그래서 ‘리’를 강조합니다. 주력 사업인 중고거래 플랫폼부터가 ‘내가 쓴 물건을 다시 누군가에게 가치 있게 보내는 장터’니까요. 마찬가지로 내가 다 쓴 고물에 가치를 부여하는 ‘주마’, 그리고 폐쇄형 쇼핑몰인 ‘비밀의공구’ 역시 판로가 막힌 중소기업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이 도입 취지였습니다. 내년 주력 사업으로 밀고 있다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한편 회사측이 생각하는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복지 제도 이름도 통일성 있게 지었습니다. 월요일 한 시간 늦게 출근하고 금요일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주 38시간 근무 제도는 ‘리프레시 아워(Refresh Hour)’, 직원 건강 관리 제도인 ’리커버 프로그램(Recover Program)'도 있습니다.

큐딜리온 사무실을 방문해보면 시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60여명의 직원이 2개 층을 쓰고 있으니 복지 시설도 집약적으로 배치됐습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사무실 중앙에 위치한 휴게실엔 계단식 회의실과 커피머신, 간식을 마련해놨고, 뒤를 살짝 돌아가면 안마의자도 숨어있습니다.

사무실 한가운데 5평 남짓한 미니 피트니스 센터도 있습니다. 심지어 큐딜리온 정직원인 전문 트레이너도 상주하고 있습니다. 큐딜리온 직원은 일주일에 최소 1시간 근무시간에 의무적으로 PT를 받으며 운동을 해야 합니다.



‘남들이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에서 가치를 발굴하는 회사’라는 것이 큐딜리온의 소개입니다. 장애인 인력의 가치를 먼저 알아볼 수 있었던 것도 아마 그런 이유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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