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공정경쟁’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화두가 된 모양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국내에서 시장 영향력을 급속히 높여가자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등이 여러 번 역차별 해소를 거론하는 등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한 문제다.

이에 정부 관심도 커졌다. 1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가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우아한형제들 등 8개 인터넷사업자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기업 간 공정 경쟁을 위한 ‘역차별 해소’에 의지를 보였다.

현재 국내외 인터넷 기업은 조세 형평성과 이용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 놓여있다. 이를 두고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13일 간담회에서 “모든 기업들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실질적 규제 집행력 확보가 관건=국내외 기업 간 공정경쟁을 위해선 먼저 규제 형평성 확보가 필요하다. 국외에 본사를 둔 다국적 인터넷 기업은 국내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는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텀블러 사례가 재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음란물 유통으로 논란이 된 텀블러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삭제 요청을 거부했다.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미국 법을 따른다는 게 이 회사 입장이다. 규제 집행이 불가능한 방심위는 손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결국 기존 규제를 완화할 것인가, 똑같이 규제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사안마다 다르겠지만, 똑같은 규제가 어렵다면 국내 업체들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도 방법이다.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도 얘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이르면 이달 말 인터넷 산업의 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 기구 운영을 시작한다. 정부, 기업, 소비자 단체, 학계 등에서 20명의 인사를 섭외할 예정이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참여한다. 공론화 기구 운영을 시작으로 역차별 해소도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국회선 정부와 정반대 행보=업계에선 이 같은 정부의 행보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지만, 국회에선 인터넷 포털 사업자 규제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돼 정반대 움직임이 보인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 발의한 ‘ICT 뉴노멀법(전기통신사업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엔 인터넷 포털 사업자에게도 방송발전기금을 물리고 기간통신사업자 대상의 경쟁상황평가를 진행하는 등의 규제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역외적용 조항을 둬 구글, 페이스북 등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실제 집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규제를 위해선 실질적 업무가 진행되는 미국 본사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텀블러처럼 국내법 준수를 거부한다면 별다른 방도가 없는데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통상 마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세 형평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매출 규모 파악도 쉽지 않다.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의 국내 매출 파악을 위한 실질적인 조사나 움직임 없이 법 적용이 진행되면 국내 포털 사업자에게만 방송발전기금이 부과되는 등의 역차별이 심화될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요구 커질 듯=13일 방통위 간담회에선 국내외 사업자간 규제 역차별 해소 방안을 비롯해 인터넷 기업의 사회적 책무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이효성 위원장은 “인터넷 기업이 사회적 책임도 수행해야 한다”며 공식석상에서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13일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되, 적정선을 유지하겠다는 게 방통위 입장이다.

현재 ICT 업계에서 원하는 규제 완화 중 하나는 개인정보의 활용이다. 겹겹이 둘러싸인 보호 규제 때문에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어도 활용하기가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체계를 손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지난 12일 열린 인공지능(AI) 국제 컨퍼런스에서도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수의 대기업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창업회사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접근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의 집중을 견제하자는 것이다.

13일 방통위 간담회는 여러 사업자들의 상생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앞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질 것”이라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는 평평한 운동장 안에서 네이버도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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