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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SI 시장에서 손떼는 웹케시…B2B 핀테크 기업으로 재탄생

이상일
웹케시 윤완수 대표
웹케시 윤완수 대표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에 첫 e뱅킹 시스템을 구축하며 금융IT 시장을 개척해 온 웹케시가 새해부터 금융SI시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비록 SI는 손을 떼지만 핀테크기반의 금융 솔루션 및 혁신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금융 IT시장에서 웹케시를 다시 포지셔닝하겠다는 각오다.

웹케시 창업자이자 현 비즈플레이 대표인 석창규 사장은 페이스북에 최근 글을 올려 “지난달부터 웹케시의 창업자로서 웹케시의 모태사업인 은행의 e금융 SI 구축사업이나 SM 유지보수 사업도 버렸다. 내년에는 은행의 구축 프로젝트에 웹케시가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이전부터 웹케시가 금융 SI시장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얘기는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지방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의 e뱅킹 고도화 사업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고 비대면채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 근간이 되는 e뱅킹 영역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웹케시의 금융 SI시장 철수설은 말 그대로 ‘설’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석창규 대표의 선언이 나오면서 내년도 웹케시의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석창규 대표는 비즈플레이와 쿠콘을 맡고 있으며, 웹케시는 윤완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에 26일 기자와 만난 웹케시 윤완수 대표는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산업은행 외에 새해부터 신규 사업에 대한 입찰은 들어가지 않는다. 현재 금융SI사업을 맡고 있는 자회사 ‘웹케시피트’도 현재 진행 중인 산업은행 사업이 완료되면 인력을 웹케시로 흡수하고 없앨 것”이라며 SI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생각해보면 웹케시는 시스템통합(SI) 시장에서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여 왔다. 국내 은행권에 처음으로 e뱅킹시스템을 공급하며 금융 SI시장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그만큼 갈등도 많이 겪었다.

5년전인, 지난 2012년 산업은행 홈페이지 및 인터넷뱅킹 시스템 재구축 사업과 관련해 당시 한국HP와 벌인 소송전도 SI사업을 하면서 불거진 결과다. 당시 석창규 사장은 “향후 SI(시스템통합)사업을 하지 않더라도”라며 하며 시시비비를 밝혀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웹키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이 산업은행의 e뱅킹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핵심 과제중 하나로 e뱅킹 재구축을 꼽았고, 그 사업을 결국 웹케시에게 맡겼다.

e뱅킹 재구축 사업은 산업은행으로서도 중요한 사업이고 웹케시도 그동안의 경험과 역량을 최대로 녹여낸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을 통해 웹케시가 얻는 무형의 자산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뱅킹 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에 아쉬움이 있진 않을까 궁금했다.

특히 웹케시는 e뱅킹 시스템 프레임워크인 ‘Jex Frame(젝스 프레임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젝스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젝스 프레임워크 판매에 있어 SI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등 SI사업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이처럼 SI를 하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윤 대표는 돈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초창기 금융IT 시장과 지금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창기 은행과 SI사업을 수행할 때는 예상 못한 요건도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과 밤새 고민하며 해결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손해도 봤지만 결과물에 만족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업의 성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발주되면 언제부턴가 가격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윤 대표는 “우리도 기존의 대기업이 공공시장을 대하는 방식으로 사업 요건부터 챙기고 계약 시점부터 사업을 어떻게 종료시킬지 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손해 안보고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을 수행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떨어졌다. 윤 사장은 “은행 직원도 고생하지만 대형 시스템을 개발하면 우리 직원들은 명절도 없다. 2개월간 집에 못가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고생해서 놀랄만한 제품이 나와 노력에 대해 보담이 됐는데 그게 많이 사라졌다. e뱅킹 시스템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어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해져 시장의 매력도 약화됐다”고 밝혔다.

웹케시에 금융 SI사업은 연간 200억원 내외의 수익을 가져다줬다. 순이익을 떠나 웹케시 매출의 일정 부분을 담당해 온 것은 분명하다. 특히 웹케시는 내년 9월께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웹케시는 매출의 일부분을 담당해 온 금융SI 사업을 대체할만한 복안은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해 윤 대표는 “지난 2년간 매출은 조금씩 줄었다. B2B 핀테크가 아닌 것들을 덜어내고 있는 과정 때문”이라며 “은행에 제안은 계속 할 것이다. 다만 금융을 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할 것이다. 은행과의 제휴사업, 또는 우리가 하는 직접사업 등을 할 계획이다. 기업 대상(B2B)의 핀테크 솔루션 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웹케시가 제안하는 기업 대상 핀테크 솔루션의 첫 주자는 중소기업 경리업무 전문 솔루션 ‘SERP 경리나라’다. 기업의 경리 업무는 아직도 ‘엑셀’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디지털화가 되어 있지 않은데 웹케시는 기업자금관리, 은행 뱅킹시스템을 구축했던 경험을 살려 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다.

윤 대표는 “금융을 베이스로 한 솔루션을 추구할 것이다. 금융과 실물경제가 연결돼 있는 만큼 그 시장은 더욱 크다. 금융SI 시장의 20배는 넘을 것”이라며 “경리나라로 첫 발을 뗐으며 최근 ‘관세경리’ 등 특화 분야에 대한 솔루션도 출시됐다. 이러한 것들이 기업대상 핀테크 솔루션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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