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취급업자 관련 예치잔액이 가장 많은 금융기관은 농협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2일 기준 은행의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계좌의 예치잔액 2조670억원 중 38%(7865억원)가 농협 몫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 국회 정무위)이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상통화 취급업자 관련 은행 계좌 수 및 예치잔액’ 자료에 따르면, 농협과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예치잔액은 1조3240억원으로, 시중은행 7천430억원의 약 2배에 육박했다.
공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특수은행이 투기논란으로 시끄러운 가상화폐를 통해 가장 많은 이익을 취한 것이다. 은행은 가상화폐 취급업자에 발급한 계좌를 통해서도 거래 수수료 등의 수입을 얻는다.
지난달 12일 기준, 국내은행의 가상통화 계좌 예치잔액인 2조670억원은 1년 전(322억원)보다 64배 늘어난 규모다.
농협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발급한 계좌 내 잔액은 7865억원에 달해 국내은행 중 최고였지만, 발급한 계좌 수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이는 농협이 빗썸, 코인원 등 국내 대표 가상화폐거래소의 주거래은행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협은 자산 등 규모 면에서 국내 은행 중 5위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점포 수로 국내 은행 중 1위다. 지방 곳곳에 농협이 퍼져있다 보니, 국내 어디서든 가상통화를 거래하기 좋은 구조다.
박용진 의원실 측은 “모(母) 계좌의 하위 개념인 가상계좌 수는 수백만 계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가상계좌는 대량의 집금·이체가 필요한 기업이나 대학 등이 은행으로부터 부여받아 개별고객의 거래를 식별하는 데 활용하는 법인계좌의 자(子) 계좌다. 1개의 법인계좌 아래에 거미줄같이 많은 가상계좌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치 잔액 기준 2위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다. 예치 잔액 금액은 4920억원이며, 발급한 계좌 수는 30개였다. 기업은행은 최근 두 달간 급속도로 부상한 가상통화거래소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이다.
산업은행 역시 관련 계좌의 예치잔액이 455억원에 달했다. 산업은행은 거래소 코인원에 가상계좌를 터주고 있다. 산업은행이 가상화폐 취급업자에게 발급한 계좌는 3개다.
시중은행 중에선 국민은행이 총 3천879억원(발급계좌 수 18개)의 예치잔액으로 가장 많았다.
박용진 의원은 "가상통화의 투기과열, 불법자금거래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은행들이 이에 편승해 막대한 수익을 거둔 것은 사실상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은행 자체적인 보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상통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만큼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