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신현석기자] 글로벌 가상화폐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한국 가상화폐 수치가 제외됐다. 한국 가상화폐 데이터가 ‘극심한 김치프리미엄’과 ‘제한적인 차익거래 기회’ 때문에 평균적인 데이터를 산정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단 5분 만에 전 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38조원 하락하는 등 큰 폭의 변화가 일어났다. 협정세계시(UTC) 기준, 이날 오후 최저점을 찍을 때까지 대략 157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8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시황 자료를 제공하는 코인마켓캡은 세계 다른 나라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한국의 가상화폐 데이터를 사이트에서 제외시켰다.
코인마켓캡은 세계에서 가상화폐 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대중적인 사이트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코인마켓캡은 사전 공지 없이 갑작스럽게 사이트에서 한국 데이터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코인마켓캡은 이날 오후 트위터를 통해 “오늘 아침 우리는 전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과 극심한 가격 차이를 보이고 제한적인 차익거래(arbitrage) 기회를 가진 일부 한국 가상화폐를 제외시켰다”며 “우리는 사용자에게 가장 관련성이 높은 평균값을 제공하기 위해 더 나은 툴을 개발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화폐로 차익거래를 하기 쉽지 않다. 해외거래소에 계좌를 개설하기 어려울 뿐더러 해외 송금액이 5만달러로 제한돼 큰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가상화폐 시세는 다른 나라보다 20%~30% 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이 시세 차이는 한국의 유별난 가상화폐 인기를 대변하는 표현이 됐다.
그런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제재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김치프리미엄은 더 심해졌다. 정부가 국내 가상화폐거래소의 신규가입자 진입을 차단했지만 기존이용자의 수요는 여전히 확대되는 추세이며, 정부 단속으로 가상화폐 물량도 줄어 국내 유별난 가격 상승은 멈추지 않고 있다.
증권계에서도 정부의 제재 조치가 국내 가상화폐 가격을 더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8일 DB금융투자(작성자 문홍철)는 “규제 움직임은 가상화폐의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일 개연성을 만들어주고 있다. 가령 중앙정부의 가상화폐 소유 및 유통 금지 등”이라며 “불법화는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힘든 반면 가상화폐의 희소성을 높이고 오히려 도피 수요를 만들어 줌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의 가격 상승은 현 통화시스템에 대한 미래의 불안에서도 일부 기인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조정으로 이날 코인마켓캡에서 전세계 가상화폐 시가총액을 나타낸 그래프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8일 오전 5시(협정세계시·UTC) 전, 코인마켓캡의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오전 4시52분 8156억달러(약 872조원)에서 4시57분 7809억원(약 834조원)으로 단 5분만에 347억달러(약 38조원)가 사라졌다.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오후 3시12분 6687억달러(약 714조원)로 바닥을 치기 전까지 계속 하락했다. 오전 4시52분부터 오후 3시12분까지 대략 1469억달러(약 157조원)가 하락한 것이다.
이더리움을 제외한 비트코인, 리플 등 개별 가상화폐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리플은 25% 이상 가격이 하락하고 시가총액 순위도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리플의 수석 개발자인 데이비드 슈와르츠(David Schwartz)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 가격을 리플 가격에서 제외하기로 한 코인마켓캡의 결정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듯 보였다”며 “데이터를 자세히 살펴보고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글을 올렸다.
또한 그는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가상화폐가 부족하고 원화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유별나게 강세를 띠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가격이 더 정확하고 의미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