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칼럼

[취재수첩] 시스템 통합(SI)은 계륵인가?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웹케시가 금융SI(시스템 통합) 사업에서 손을 뗐다. 얼마전 석창규 웹케시 창업자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새해부터 신규로 발주되는 금융 SI, SM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웹케시는 B2B핀테크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솔루션과 플랫폼을 파는 서비스 회사로의 전환을 기획하고 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삼성SDS가 금융, 공공SI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삼성SDS는 인력기반의 대외 SI사업보다는 솔루션, 플랫폼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SI를 벗어나면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탈 SI가 무조건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이들 업체들의 탈 SI 선택이 단순히 수익개선을 위한 선택이라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SI사업과 수익을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을 듯 하다.

SI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표출하는 기업들은 근본적으로 SI사업에 대한 피로감을 피력한다. IT서비스업체들이 사업을 수주하면 바로 출구전략을 찾는 이유도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SI사업 특성 상 일정관리와 과업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금융 SI에서만 벌어지는 문제는 아니다.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분기별 보고서를 살펴보면 발주처와의 다양한 갈등에 의한 진행 중인 소송사건을 볼 수 있는데 납기와 지연, 그리고 이에 따라 책임 여부를 가리는 소송이 대부분이다.

이는 과업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이 충분치 못한 상황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세부적인 계획이 세워지지 못하니 추가 과업이 부과되고 자연스럽게 납기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다.

웹케시 석창규 사장도 “지난 18년간 수백 건의 프로젝트를 하면서 구축기간이 연장되어 몇 억에서 몇 십억 페널티를 물어줬던 아픈 경험”을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더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납기연장을 스스로 불사하면서 더 좋은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던(…)”이라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손해를 감수한 사실도 얘기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업 착수시 발주처의 완성도 높은 설계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SI 시장에 대한 문제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해 취임 직후부터 ‘SW 아직도 왜?’ 라는 이름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SW산업현장의 고질적 병폐는 십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인식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웹케시가 지난 18년간 SI를 하면서 겪었던 일이나 태스크포스가 운영되고 있는 지금이나 큰 개선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SW, 아직도 왜’ TF에서 지적된 사항으로는 ▲설계 과정에서 사용자 요구사항 불명확 ▲과업 변경에 대한 적정 대가 미지급 ▲명확한 설계 없는 사업 수행으로 관련 분야 지식·정보·자료 축적 부족 등이다.

따지고 보면 18년여간 이러한 문제는 개선되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서 문제점을 얼마나 고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갈수록 매력을 잃고 있는 SI시장이 언제까지 존재할 지도 궁금해진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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