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 스페셜 리포트 ①] KB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올해는 추진할까 
- 프로젝트 추진 기간, 추진 조직, 비즈니스 및 기술의 변화 등 '불확실성' 더 커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KB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추진 프로젝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연 2018년 금융IT업계의 최대 이슈다. 

일단 국민은행 차세대는 '관심의 규모'부터 남다르게 크다. 2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돼왔지만 실제로 프로젝트의 규모는 얼마로 확정될 것인지, 또 사업권을 놓고 누가 경쟁하게 될 것인지 관심사다. 

또 국민은행이 구상하는 '포스트 차세대' 전략은 무엇인지, IBM 메인프레임을 대체할 주전산시스템은 어떤 기종을 선택할지, 클라우드 환경은 어느선까지 고려하게 될 것인지, KB금융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위한 전략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등 관전포인트가 끝이 없다. 

국민은행은 이 차세대시스템과 관련한 '메인프레임 주전산기 교체' 문제때문에 내분이 발발, 4년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모두 옷을 벗는 '전산파동'을 겪은 바 있다. 이런 사연까지 고려한다면,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단순한 IT사업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

하지만 이런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어쩌면 잠시 접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민은행이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국민은행 차세대 사업을 기다려왔던 사람들에겐 '이게 무슨 소리냐?' 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현재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프로젝트 연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것도 전혀 뜬금없지는 않아 보인다.  

'왜 국민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를 왜 연기할 것으로 보느냐'는 근거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 필요가 있다. 

얘기를 하다보면 그 이유라는 것이 꼭 국민은행만의 상황이 아니라 은행권 전체, 금융권 전체의 시각에서 봐야될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얘기가 형식없이 길어질 수 있기때문에 2회로 나눠 연재한다 .

◆#1.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 국민은행 차세대 추진이 어렵다고 보는 그 첫번째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EY한영을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 기간은 올해 2월까지라고 은행측은 밝혔다. 컨설팅은 차세대시스템을 본격화하기위한 사전 단계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지난해 4분기 이전에 컨설팅을 완료했어야 했다. 

왜 다시 올해 2월로 넘어왔는지 그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2월에 제대로 완료한다고 해도 시간이 문제다.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차세대 프로젝트 발주를 공식적으로 내기까지는 최소 2~3개월이 소요되고, 다시 사업자 선정과 공식계약까지 체결되려면 빨라야 올해 5~6월 쯤이다. 

올해 6월에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은행은 매우 빡빡한 일정내에 프로젝트를 완수해야한다. 국민은행과 IBM간의 전산장비 도입 계약(OIO)에 따른 개런티(보증) 기간이 2020년6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은 2018년6월부터 2020년2월 설 연휴때까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야만 한다. 사실상 1년6개월의 시간만이 주어지는 셈이다. 지난 3~4년간 국내 대형 은행권 및 보험업계(우리은행, 교보생명)에서 추진된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은 최소 2년~2년6개월이다. 

이것과 비교하면 국민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은 너무 짧다. 물론 그 짧은 시간내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짧은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내에 주전산시스템 교체 등 정말로 필요한 부분만 우선 선택적으로 완료하고, 이후의 과제는 몇년에 걸쳐 전행하는 중장기 고도화 과제로 남겨두는 방법이다. 외국계 은행들의 차세대시스템은 오히려 이런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개발 방식은 국내 환경에 잘 맞지 않는다.  

다시 돌아와서, 지난 20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진행된 수많은 차세대 프로젝트 사례를 되돌아 본다면, 빡빡한 일정내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은 큰 도박이다. 기간내에 개발을 끝내지 못해 주사업자와 소송전까지 가는 사례도 많고, 시스템의 품질도 저하될 우려가 크다. 

비용만 허락된다면 개발의 완성도, 테스트를 통한 정합성의 확보 등 기술적인 부분때문이라도 프로젝트 기간은 여유있게 잡는게 유리하다.

이런점을 고려한다면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에 차세대 프로젝트에 착수했었야했다"는 견해가 많다. 착수 시점의 골든 타임을 지났다는 분석이다. 

정표를 본다면 2017년6월~2019년 추석 연휴 또는 2020년 설 연휴 개통을 가정한 24개월~30개월 정도가 무난했다는 것. 그러나 지금 시점에선 아무리 적게잡아도 10개월의 시간이 부족하다.  

만약 국민은행이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 마지노선인 2020년 설 연휴를 넘기게 된다면, 상황은 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2020년6월, IBM과의 OIO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서도 새 시스템으로 전환되지 못해 계속 메인프레임을 사용해야하는 경우를 국민은행은 피해야한다. IBM으로부터 할인율을 더 이상 적용받지 못해 CPU증설 등 전산장비 도입과정에서 상당히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생각했을때, 국민은행이 이러한 위험한 도박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쩌면 국민은행이 이미 IBM과의 협의를 통해 OIO 계약 만료 시점을 3개월~6개월 정도 더 연장했다든지 아니면 IBM측으로부터 차세대프로젝트 추진시 이런 리스크를 회피하기위한 다른 옵션을 제안받았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프로젝트 추진 일정을 놓고 그동안 제기됐던 의문은 해소될 수 있다.

IBM 입장에서도 OIO계약을 유연하게 적용해 국내 최대 은행이 국민은행이 자사의 메인프레임 고객사로 가능한 한 오래 남아있도록 하는 것이 나쁠 것이 없다. OIO 계약은 IBM 본사와 국민은행간의 계약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이 올해 2월에 유닉스 기반의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하면 이제 국내 금융권에서 IBM 메인프레임의 의미있는 고객사는 현재 국민은행 한 곳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추론이 필요하다. 국민은행이 내부적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무기한(?) 연기'하는 방식을 선택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무기한 연기'라는 표현을 썼는지는 따로 설명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 진행하는 PI컨설팅은 연기의 명분을 쌓는 과정에 불과할 수 있다.

▲KB금융그룹 경영진 워크샵. 정가운데가 윤종규 회장

◆#2 지휘라인 대거 교체...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 의지에 의문 =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두번째 이유는 '지휘부의 대거 교체'다.

차세대시스템과 같은 민감하고 규모가 큰 사업은 은행장을 포함한 지휘 라인의 안정성이 전제돼야한다. 금융권은 특히 그렇다. 그런점에서 본다면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가 빠른 시간내에 발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분석이다. 

2018년 KB금융 인사에서 국민은행장, CIO, IT본부장 등 핵심적인 지휘라인이 모두 새 인물로 교체됐다. 

직전 국민은행장을 겸임했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차세대시스템 비롯한 IT혁신에 관심이 많았다. 물론 현재도 KB금융에 몸담고 있지만 이제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허인 신임행장의 책임하에 CIO인 이우열 상무(IT그룹총괄), IT본부 이지애 본부장의 과제가 됐다. 

지난해 출범한 차세대추진부는 CIO 직속이다. 국민은행 전임 CIO인 김기헌 부행장은 올해 인사에서 KB금융지주 부사장겸 KB데이타시스템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차세대시스템을 실무적으로 준비해 왔던 강대명 IT그룹 본부장도 지난해말 퇴임했다.

은행의 지휘라인중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총괄은 통상적으로 CIO가 맡는다. 국민은행측에서 이번 2018년 경영진 선임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개인 프로필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가 없지만, 이우열 상무는 IT전문가라기 보다는 현장 중심의 영업통으로 분류된다. 이우열 상무는 지난 2016년부터 북부영업그룹대표를 지냈고, 그 이전에는 여러 일선 지점장을 경험한 바 있다. 아직 IT분야의 최신 트랜드를 폭넓게 이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타 은행의 사례를 보면, 거의 대부분 IT전문가가 CIO를 맡아서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주도했다. CIO가 거의 '한직'으로 취급되는 은행이라도 차세대 프로젝트때만은 강력한 리더십을 부여하는게 통상적이다. 

그동안 국민은행의 CIO는 부행장급(또는 부행장보)에서 맡아왔다. 하지만 2018년 조직개편에선 다시 상무급으로 조정됐다. 물론 CIO직제만 그런것이 아니고  기존 8명의 부행장 체제를 3명으로 축소시키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CIO직제만 조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세대 프로젝트라는 거사를 앞둔 시점임을 감안하면 이는 결론적으로는 부자연스럽다. 은행의 전사적 역량을 모아야만하는 특수한 상황, 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위해서는 타 업무 부서와의 원활한 협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국민은행이 CIO를 새로 교체했다하더라도 정말 차세대 프로젝트를 염두에 뒀다면 '부행장급'을 유지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른 은행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제 막 본인의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은 지휘부가 초대형 IT프로젝트를 단숨에 시작한 전례는 거의 없다. 앞서 지난 2010년2월에 개통했던 국민은행 1기 차세대시스템은 2004년 취임했던 강정원 행장의 임기중에 진행된 것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차세대시스템 추진 계획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좀 과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디지털 창구의 확대로 창구에서 종이서식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비교적 소소한 내용까지 신년사에 언급한 마당에, 내용의 경중을 따진다면 훨씬 중대한 '10년 대계의 차세대 사업 추진' 내용은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 역시 좀 의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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