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오락가락 통신비 정책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가계통신비 정책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야 좋지만 과기정통부 출범 이후 통신비 인하 정책은 그동안의 정책기조는 한 켠에 밀어넣고 오로지 정량적 요금인하 규모에만 매몰된 모습이다.

통신비 인하는 총선, 대선 등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공약이다. 저마다 후보들이 요금인하를 약속했고, 정부는 공약 실천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규제산업이라고 정부가 통신사 마음대로 팔을 비틀어 요금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최시중 방통위원장 시절 기본료 1000원을 내린 것이 대표적으로 사업자 팔을 비틀어 달성한 요금인하가 아니었나 싶다. 당시 통신비 인하 공약보다는 물가안정 차원에서 통신사의 양보를 요구했던 기억이 있다. 가입비 순차 폐지, 문자요금 인하, 초당 과금방식 도입 등에서도 정부나 정치권 입김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지는 않았다.

돌이켜 보면 3G 시절 KT가 아이폰을 독점 도입하면서 경쟁사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해 대응했고, LG유플러스가 LTE에 올인하자 1~2위 사업자들도 앞다퉈 설비경쟁에 나섰다. 또한 기대만큼의 요금인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알뜰폰 활성화 정책으로 저가 요금제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사업자 자체적인 경쟁이거나 정부가 주파수, 도매대가 등에서 후발 사업자에게 혜택을 제공해 경쟁을 활성화 시킨 사례들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 진화는 경쟁을 통해서 이뤄진 셈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에서 경쟁은 완전히 배제된 모습이다. 공약에 맞춰 정책을 세우다보니 그나마 수년간 힘겹게 키워놓은 경쟁정책의 결과물인 알뜰폰마저 한순간에 고사위기로 내몰릴 판이다. 정권이 제시한 1만1000원(기본료) 수준의 통신비 인하에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목표 달성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경쟁정책은 끼어들 틈이 없게 됐다.

유심히 살펴보면 이통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요금상품도 출시하지 않고 정부 눈치보기만 급급하다. 전체 지원금 수준이 올라가면 요금할인율 확대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언제 또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전체적 요금이 내려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요금제에 손을 댈 수도 없는 노릇이 됐다.

십수년전 공기업 한국통신을 민영화 시킨 가장 큰 이유는 국내 통신시장의 완전경쟁체제를 도입시키기 위해서였다. 정부가 깊숙이 개입돼 있으면 시장이나 정책이 모두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사업자 경쟁력도 떨어짐은 말할 것도 없다.

자율성이 사라지고 정부 눈치만 보는 통신사들이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다.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단기적 과제에 매몰 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통신산업과 연관산업을 생각하는 정책을 고민할 때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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