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기획 /①베트남에 다시 부는 금융IT ‘한류’] 한국 IT기업, 왜 주목받나

박기록

 : 지난해 12월18일 신한베트남 사이공지점(호치민시 소재)에서 열린‘신한베트남은행-ANZ뱅크 리테일 부문 통합 기념 행사’. 신한베트남은행 신동민 법인장(왼쪽 세번째)과 박노완 주 대한민국 총영사(가운데), 김흥수 호치민 Kocham 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는 모습.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디지털뱅킹 시스템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기다.
: 지난해 12월18일 신한베트남 사이공지점(호치민시 소재)에서 열린‘신한베트남은행-ANZ뱅크 리테일 부문 통합 기념 행사’. 신한베트남은행 신동민 법인장(왼쪽 세번째)과 박노완 주 대한민국 총영사(가운데), 김흥수 호치민 Kocham 회장(오른쪽 세번째) 등 관계자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는 모습. 국내 은행들의 베트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한국의 디지털뱅킹 시스템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기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 2000년대 초반, 동남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국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가 수출되는 등 국내 금융IT 기술이 큰 주목을 받았다. 초고속 인터넷 등 풍부한 ICT 인프라의 진화에 힘입어 급성장한 국내 금융IT 기술은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다. 1차 금융IT ‘한류’의 시작이다.

또한 베트남, 파키스탄 등 세계은행의 자금을 지원받는 중앙결제시스템 구축 사업에도 진출하는 의미있는 성장을 일궜다. 동남아를 발판으로 글로벌 뱅킹시스템 시장이 손에 잡힐듯 가까웠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아쉽게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괄목할만한 질적 성장은 없었다. 이후 동남아 시장은 어느새 기억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현지에서 경쟁력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만한 기술의 차별화가 유지되지 못해 중국 등 후발 주자들에게 다시 시장을 내주었고, 규모가 큰 SI(시스템통합)프로젝트에선 현지의 관습과 국내 상황과의 충돌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2018년, 다시 동남아 금융IT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년간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속에 진화한 핀테크 및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뱅킹 플랫폼이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기때문이다.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차별화된 뱅킹서비스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2차 '금융IT 한류'가 서서히 불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금융IT 한류'에 대해 무조건적인 장미빛 청사진만 제시할 수는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보이지 않는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이제는 이러한 리스크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2회에 걸쳐 이를 분석해 본다. <편집자>

◆빠르게 성장하는 동남아 금융IT시장 = 국내 핀테크 플랫폼 전문업체인 핑거(대표 박민수)에서 전략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이정훈 상무는 지난해부터 베트남 출장이 부쩍 잦아졌다. 이 상무가 가진 또 다른 직함은 ‘핑거비나’ 대표(CEO).

핑거비나는 핑거가 베트남 하노이에 설립한 현지법인으로, 현지인 17명과 한국인 3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다. 현지 직원들은 3년제의 한-베트남 IT친선대학 출신들을 중심으로 채용했다. 현지에서 인력을 소싱하거나 현지에 필요한 직접 금융서비스, 또 국내 은행 및 현지 업체들과의 제휴는 이정훈 대표의 역할이다. 핑거비나는 ‘베트남 신한은행’을 비롯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들의 모바일뱅킹 플랫폼 등 디지털뱅킹시스템 구축 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핑거측은 현지법인의 확대를 고민할 정도다. 핑거는 베트남에 이어 라오스에 진출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베트남 수요를 다 커버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시장이 역동적인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핑거비나는 베트남 현지의 한 은행으로부터 100만 달러 규모의 전자금융 시스템 구축에 제안을 받은 상태다.

이와관련 이 상무는 “베트남에선 한국의 금융IT 수준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베트남에서도 금융 IT 시스템 구축 상업은 기술력, 비용대비 효과, 신뢰성 등 모든 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한국 IT업체들이 미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의 IT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업체들 '한국 디지털뱅킹' 수준에 크게 만족 =
이 상무에 따르면, 베트남은 과거 영국 업체 중심의 금융전산시스템을 진행하려 했으나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현지 및 주변국(태국, 대만, 인도네이사, 말레이시아 등) 업체를 통한 저가의 복사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그러나 현지 업체의 관리 부주의, 시스템 유지보수 및 업데이트가 부실하면서 상당한 곤란을 야기했다. 시스템의 품질의 전반적으로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은 한국에서 검증된 금융IT 시스템 전반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이 중국 업체들에 대한 불신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한국 IT업체들을 견제할 수 있는 대항마로 중국 IT업체들이 있을 수 있지만 베트남에선 불가능하다"는 게 다른 동남아 국가와 베트남과의 차이점이라고 분석했다. 베트남과 중국은 정치, 경제적으로 많이 충돌해왔는데, 민족적 자긍심이 강한 베트남에선 반중 감정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 인구 폭발적 성장, '디지털뱅킹' 수요 견인=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금융정보화 과정은 우리 나라와는 좀 다르다.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기존 오프라인 점포 중심의 뱅킹서비스 발전과정이 생략됐다.

현재 베트남의 모바일 사용자 수는 인구대비 130% 많은 1억 3천만명이다. 평균연령 29세의 베트남 인구 특성 상 모바일 중심의 고객 서비스는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게임, 통신 등 현지 비금융 분야의 업체들이 금융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는점에서 주목할만하다. 현지의 전자지갑서비스업체인 MOMO는 현지 약 5천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으며, 모바일에 특화된 서비스로 간편 송금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탠다드 차타드로부터 320억원 투자 유치했다.

모비폰(통신사), VNPT(우체국) 등 PG 라이선스 확보를 통한 전자지갑 및 간편결제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PG 라이선스는 26개이며 정책적으로 관리한다. 승인기간 6개월 정도 걸리고 자본금은 한화 25억원 이상이다.

◆다음은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와의 일문일답

핑거비나 이정훈 대표
핑거비나 이정훈 대표
- 베트남 금융회사들이 현지의 IT기업에 요청하면 되는데 굳이 한국계 업체인 핑거비나에 요청하는 이유가 뭔가?

“베트남 IT기업들은 IT개발자 수준이 낮고, 이직률이 너무 높아서 연속적인 유지보수 지원이 어렵다. 안정적으로 시스템 지원을 위해서는 베트남 IT기업보다 한국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 경험을 충분히 쌓은 금융IT 기업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 베트남 현지 IT기업 직원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베트남 개발 직원 군은 현재 은행원보다 급여가 거의 1.5배 또는 2배 이상 많다. 그래도 SW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크게 증가하면서 실력이 좋은 개발자는 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조금만 급여를 높여 주거나 또는 지인이 함께하자고 하면 바로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직율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 부분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로서는 리스크다. 예로 국내 시중 은행의 베트남 법인에서 베트남 IT개발자를 키우기 위해 한국에서 연수를 보냈는데 연수를 받은 다음달 회사를 그만 둔 사례도 있다.”

- 베트남의 금융IT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

“현재 베트남의 시스템 개발 수준은 한국 등 금융 선진국에 비해 많이 열악하다. 복사(카피캣) 수준 정도다. 특히 최근 아이폰 사용자 수의 증가로 IOS개발자 수급이 거의 어렵고, 수준 있는 개발자는 찾기 너무 힘들고 비싸다. 따라서 한국 IT업체처럼 질좋고, 경험많고, 비용경쟁력있는 파트너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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