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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멈추면 딱 그 사이즈된다” 창업가들 ‘말말말’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창업가들은 어떤 고민과 이상을 품고 있을까. 창업 새내기부터 업계 구루까지 한 자리에서 의견을 교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1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장 김봉진) 주최로 강남역 위워크에서 ‘스타트업 한국을 말하다’ 행사가 열렸다. 네오위즈·첫눈·블루홀 창업가로 유명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대표가 청중 앞에 섰고 김상헌 프라이머 파트너(네이버 전 대표)가 행사를 진행했다.

◆“중소기업·스타트업 입사 의사 비중이 처음으로 대기업을 넘었다는데”
=취업멘토링 스타트업 코멘토의 이재성 대표가 작년 한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중소기업·스타트업 입사 의사(36.2%)가 있다고 한 비중이 처음으로 대기업 비중(36.1%)을 넘었다”고 말했다. 0.1% 차이지만 긍정적 인식 변화의 하나로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뒤이어 이 대표가 언급한 조사결과는 스타트업의 뼈아픈 현실을 되돌아보게 했다. 스타트업 입사 1년 이내 퇴사율이 41.5%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 중 상당수가 입사 6개월 이내 퇴사였다. 업무량은 많은데 그에 비해 월급이 적은 것이 이유다.

이에 이 대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정부 지원제도를 소개했다. 청년들의 장기근속을 위해 정부가 성과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중소기업 근로자 본인이 총 300만원을 24개월 납입(월 12.5만원)하면 1600만원(+이자)의 만기공제금을 지급한다.

이 대표는 “창업하고 2년 안에 망할 수 있고 생존에 목말라있으니 (창업가들이) 이런 제도를 생각지 못한다”며 업계 현황을 전했다. 그는 입사 후 40일 이내 청약하지 않으면 혜택에서 제외돼 초기 스타트업 멤버가 지원 사각지대에 놓이는 점, 납입기간이 2년으로 길다보니 혜택받는 인원 자체가 많지 않는 점 등 개선 사항도 언급했다.

◆“규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일괄적 규제해소가 꼭 필요하다”=승차공유(카풀) 스타트업 풀러스의 김태호 대표는 “규제를 하나 풀고 그 다음 하나 푸는 것은 규제 해결방법이 아니다”라며 “규제가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하나를 풀어도) 또 다른 규제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괄적인 규제해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카풀 규제 해소를 위해 “규제 샌드박스가 절실하다”며 힘줘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 규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제도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와 함께 특별법 제정, 공유경제 기본법 국회 통과 후 관련 법령 개정, 행정조치에 의한 규제개혁 등에도 힘을 실어 말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왼쪽)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인당 주문수 늘어날 때 정말로 이 시장이 커질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만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어느 시점부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회사 성장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인당 주문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정말로 이 시장이 커질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가 배달의민족 연매출 100억원을 목표했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월매출이 100억원을 훌쩍 넘기는 상황이다. 그는 “테크(기술)가 여러 산업을 만나서 폭발적으로 성장을 시켰는데 음식영역에선 아직 큰 회사가 없다고 생각해 음식을 중개하는 서비스로 처음 시작하게 됐다”며 사업 시작 계기를 알리기도 했다.

◆“앱에서 주문하는 것처럼 보였을 뿐 직접 전화걸었다”=김 대표는 경쟁사가 앱 내 바로결제를 적용하자 긴장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준비는 하고 있었으나 대응이 늦었고 당시 앱 내 결제와 주문을 구현할 기술력도 부족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고객들은 앱에서 주문하는 것처럼 알고 있을텐데 관리자들이 직접 ‘사장님 주문 들어왔어요’하고 전화를 걸었다”며 당시 대응을 설명했다. 앱 내 주문처럼 보이게 만들고 실제로 직원들이 제휴 음식점에 일일이 전화주문을 넣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로, 전략지원으로 들어왔지만 주문이 몰리는 밤만 되면 다 그거를 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장병규 위원장은 김 대표의 솔직한 발언에 “여행스타트업이었던 중국의 시트립도 고객들은 모르겠지만 처음에 그렇게(직접 전화주문) 했다”고 거들었다.

◆“변화 멈추면 딱 그 사이즈된다”=장병규 위원장은 블루홀이 배틀그라운드로 초대박을 낸 뒤 상황과 관련해 “지금까지 했던 모든 것을 다 새로 보고 이제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한다”며 “원론적으로 다시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정체성을 제외하고 다 바꾸는 계기가 성장회사는 계속 찾아온다”고 블루홀 현황을 언급했다.

이어서 장 위원장은 “변화를 멈추면 (회사가) 딱 그 사이즈가 된다. 멈추지 않으면 성장할 수 있다”고 창업가이자 투자자로서의 지론을 말했다. 그는 “0에서 1을 만드는 게 제일 힘든데, 1에서 10은 의지가 있고 늘 변화하고 있다면 가능한 영역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그만 회사도 잘 살 수 있어야 경제가 훌륭해질 것 같다”=장 위원장은 “모든 회사, 모든 조직이 멋지게 성공하는 세상은 없다”며 “대부분은 자영업으로 조그만 팀이 행복하게 잘 사는데 그런 기업들이 늘어나냐 경제가 탄탄해진다. 조그만 회사가 잘 살 수 있어야 한국경제 생태계가 훌륭해질 것 같다”고 경제관을 설파했다.

그는 일본 경제의 강점 중 하나로 강소기업이 많은 점을 거론했다. 장 위원장은 “7~8명의 일본회사인데 연봉이 2억원 정도 되더라”면서 “잘 안 알려져있을 뿐 그런 회사들이 꽤 많다”고 말했다.

◆“블루홀 벤처캐피탈 분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버텨주신 분들이 많다”=장 위원장은 블루홀이 어려웠다가 배틀그라운드로 대박을 치고 이번에 상장 전 투자유치를 공식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금 회수가 주된 이유로 거론됐다.

장 위원장은 “블루홀 벤처캐피탈 분들이 굉장히 오랫동안 버텨주신 분들이 많다”며 “그분들 상황을 고려하고 블루홀도 10년 정도 크게 성장해야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블루홀은 이번에 초기 투자자 보유지분의 구주 매각과 신주 발행을 통한 투자유치를 진행한다.

그는 “투자자분들은 성장할 때 특정 순간에 도움이 된다”며 “여러 회사를 보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네트워크가 있고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처음 창업한 분들보다는 잘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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