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시대, IBM이 던진 새로운 화두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은 자는 얻는 것이 없다(He who learns but does not think is lost).”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IBM의 연례 컨퍼런스 ‘씽크(Think) 2018’ 행사장 곳곳에 걸려있던 현수막의 문구다. 글로벌 IT업체가 주관하는 행사장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동양 철학적 분위기의 문구다.

실제로 이 문구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진다”는 공자(논어)의 말에서 인용한 것이다.

IBM의 슬로건인 ‘생각하라’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여기서 의미하는 '생각'의 주체는 누구일까. 사람일까, 인공지능(AI)일까.

IBM이 어떤 의도로 이 문구를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인류가 이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보아야 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IBM은 그동안 각 사업부별로 개최하던 6개 행사를 올해 ‘씽크’라는 컨퍼런스로 통합했다. 이 떄문에 행사의 규모가 어마 어마하게 커졌다. 전세계에서 약 5만여명의 참관객을 맞이했다.

IBM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행사 현장에서 등록한 사람만 7000여명 이상이어서 등록업무가 마비 상태였다고 한다.

그만큼 올해 IBM이 내세운 주제들이 참관객들에게 상당한 흥미를 끌었다는 평가다. 올해 행사에선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블록체인, 양자컴퓨터 등 방대한 분야에서 수백개의 키노트와 세션, 데모 등이 진행됐다.

지니 로메티 IBM 회장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열린 기조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단어는 두가지다. ‘스마트(똑똑함)’과 ‘엔터프라이즈(기업)’이다. 지난 100년 넘게 IT업계를 주도해온 IBM은 지난해 4분기 23분기만에 흑자로 전환했을 정도로 실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IBM 주식의 95%를 처분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I와 클라우드 시대에 도입하면서 IBM은 구글이나 아마존과 같은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과의 경쟁에 직면했고,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신생 기업들이 등장하며 IT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버핏이 IBM의 성장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주식을 처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일까. IBM은 올해 ‘엔터프라이즈’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수십년 동안 IBM은 기업의 혁신의 이끄는 IT업계의 맏형 역할을 해왔지만 현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왓슨’과 같은 AI 브랜드와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또 다시 기업의 IT 혁신을 IBM이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냈다.

로메티 회장은 “25년마다 세상을 바꾸는 변곡점들이 있었는데 무어의 법칙, 메트칼프의 법칙에 이어 이제는 인간과 기업을 돕는 AI 시대에 진입했다”며 ‘왓슨의 시대(World of watson)’가 왔음을 강조했다. 인간과 기계(AI)의 대결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할 때 더 나은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디지털 혁신 기업이 되기 위해선 데이터와 AI를 잘 활용해야 하며, 이것이 기업을 더욱 똑똑하게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기업 데이터의 신뢰와 보안을 주요 원칙으로 삼고 있는 IBM과 같은 업체를 파트너로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약하자면, IBM은 '인간과 AI의 협업'을 스마트 엔터프라이즈 시대의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기조연설 마지막에 “IBM 스스로도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플랫폼과 데이터의 시대에 우리의 가장 큰 투자는 바로 기업(Our big bet is you)”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IBM은 지난 한세기 넘게 기업의 혁신을 도와주는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AI의 시대에 들어서면서 IBM은 또 다시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107살을 맞은 IBM이 새로운 200살을 맞기 위해 선택한 화두에 다시 관심이 가는 이유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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