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국민은행(은행장 허인)이 지난 10일 이사회에서 기존 차세대시스템 추진 계획의 핵심이었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추진을 철회하고, 마케팅 채널과 글로벌 플랫폼 혁신을 위주로 한 '더 K 프로젝트' 전략을 강화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내 은행권 IT 실무자들이나, 금융IT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국민은행의 선택에  ‘예상 밖이지만 최근의 뱅킹시스템 트렌드를 반영한다면 방향성은 맞으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빅뱅식 개발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본다’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만약 시간을 5년전으로 되돌린다면 이같은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5년전의 관점에서 국민은행이 메인프레임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면 '반혁신'으로 몰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5년전과 비교해 혁신의 관점이 바뀌었다. 바뀐 관점에서 봤을때, 메인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칭찬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욕먹을 일도 아닌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주전산기의 기종 선택이 더 이상의 뱅킹시스템 혁신 논쟁의 중심에 있지 않게됐다는 점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 수년간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UNIX)로 다운사이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검토해왔다. 최근까지 업계에선, 국민은행이 오는 5월중 사업 입찰을 진행한 뒤 상반기 주사업자 선정, 오는 2020년2월 또는 2021년2월까지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점쳤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기존의 계정계 혁신을 골자로하는 차세대시스템 계획을 전면 수정함에따라  향후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앞으로 국민은행은 ‘더 K 프로젝트’ 전략을 통해 ▲디지털금융 ▲비대면채널 점포혁신 ▲글로벌 플랫폼 등 당장 시장 대응이 필요한 곳을 중심으로 혁신 사업을 선별적으로 추진하며, 추진시기는 현업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왜 금융 IT업계에선 이같은 국민은행의 선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을까. 그 이유는 다음 몇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빅뱅 방식’포기, 바뀌는 '차세대시스템'의 개념 = 국민은행의  ‘더 K 프로젝트’ 전략에 포함된 주요 추진 사업들은 과거 같았으면,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세부 추진 과제들로 분류됐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 사업들은 이제 개별적으로 분리 추진된다. 사업자도 해당 업무에 특화된 업체가 맡게된다. 주목할만한 것은 국민은행이 설정한 차세대시스템 개념의 변화다. 엄밀하게 평가하자면 국민은행은 계정계 주전산시스템의 다운사이징을 제외하고, 차세대를 추진하는 것이다. 

기존의 관성을 버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빅뱅’ 방식의 위험성을 회피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이다. ‘빅뱅’ 방식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한꺼번에 은행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성은 높지만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 실제로 지난 2월 설연휴, 우리은행은 고객들에게 예고했었던 차세대시스템 오픈하지 못했다.
 
금융권에서 빅뱅 방식의 위험성이 제기된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나 효율성에 대한 미련 때문에 국내 금융 차세대 프로젝트는 대부분 ‘빅뱅’ 방식을 선택해왔다.   

국민은행이 이번에 기존 차세대 계획을 전면 수정하는 이유로 빅뱅 방식의 위험성을 별도로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업계에선 국민은행도 내부적으로 이를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는 상황이 좀 더 특별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오는 2020년6월까지 IBM과의 전산계약(OIO) 만료되는만큼 차세대 프로젝트 일정의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진행해야했다. 물론 국민은행은 2021년까지 1년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차세대시스템 마무리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손쓰기에 너무 늦다. 

이와는 별개로, 현재 시장에서 수급할 수 있는 IT 개발자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도 빅뱅 방식을 선택할 수 없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특히 주요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예고돼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선 매머드 개발 과제 수행에 대한 고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확실한 회피전략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빅뱅 방식의 추진은 골치아픈 결과로 이어질수 있다.  
   
◆‘계정계’ 중심 혁신, 고정관념에서 탈피 = 그동안 금융권이 진행해왔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기간시스템의 혁신, 즉 은행권은 ‘계정계시스템’의 혁신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계정계 혁신은 곧 주전산시스템의 교체를 의미했고, 이 때문에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성능 논쟁이 지난 십여년간 치열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국민은행의 이번 선택은 이같은 기존 ‘계정계’ 중시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다. 

이런 관점에서, KEB하나은행의 경우도 현재 구체적으로 차세대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KEB하나은행 CIO인 유시완 전무도 “현재 시장 환경과 뱅킹시스템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기존 은행의 계정계시스템을 혁신해야할 시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유 전무는 “지금은 계정계 보다는 오히려 비대면채널 등 마케팅 채널의 혁신에 IT 역량을 집중하는 트렌드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KEB하나은행도 디지털금융, 글로벌 플랫폼을 포함한 IT혁신 사업이 올해 주요 IT과제다.  

◆의미없는 성과주의 집착하지않고 내실 중시 = 국민은행은 최근까지 향후 클라우드 환경을 고려한 x86으로의 전환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현재의 x86의 성능 발전은 아직 국민은행과 같은 사이즈의 대형 은행을 감당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x86이 보다 더 안정성이 검증되고 진화될때까지 기다려야했다. 

때문에 국민은행은 아쉬운대로 현재 기존 은행권이 채택하고 있는 유닉스로의 전환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그것은 의미없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은 '의미없는 성과주의'에 집착하지 않고 내실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별 의미없는 존재 과시형 IT사업이 아직도 간혹 발주되고 있는 금융권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또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노련한 IBM과의 수싸움에서 판정승 = 아직 평가를 내리기가 성급하지만 국민은행이 IBM과의 수싸움에서 나름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IBM이 결국 국내 최대 은행에 자사의 메인프레임을 존속시키게 됐다는 점에서, IBM이 더 가치있는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월, 국민은행이 PI컨설팅을 마무리할 시점에서 IBM을 포함해 국내 관련업체들로부터 차세대 가격 제안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IBM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IBM이 사활을 걸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업계에선 국내 시장서 ‘메인프레임 퇴출’ 위기에 몰렸던 IBM의 상황을 국민은행이 십분 활용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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