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기정통부, 도입 고수…규개위, 5월11일 심리 속개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보편요금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통신비 부담이 크니 법으로 요금을 깎자는 쪽과 시장 경제에 위반한다는 쪽이 충돌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비자단체는 찬성에 학계와 업계 등은 반대에 서 있다. 사실 이 문제는 통신비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민간기업 서비스 요금을 법령으로 정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것이다. 향후 경제 정책과 사업 방향 전반의 변수다.

◆과기정통부, “인가제도 폐지”=27일 규제개혁위원회는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및 질의에만 3시간여가 걸렸다. 오는 5월11일 심리를 속개키로 했다. 과기정통부 의견 청취와 토론은 그날 진행한다.

과기정통부 전성배 통신정책국장은 “통신사가 저가 부분에 대한 경쟁은 외면하고 고가 중심으로만 요금제를 출시했다”라며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 법안도 같이 올라가 있다. 인가제 폐지와 기준 요금제 출시 통한 자율 경쟁이 우리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회의 중단 후 브리핑에선 “개정안은 당초 6월말까지 국회 제출하려고 했다”라며 “심의 지연과 관계없이 일정을 맞추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SKT 강제하면 KT·LGU+도=보편요금제는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월 2만원대로 제공하는 것을 지칭한다. 시장지배적사업자가 보편요금제를 도입토록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만 강제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따라온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생각이다.

관건은 통신만 정부가 요금을 정하는 것이 합당한지다. 국민 부담 완화가 이유면 다른 산업 모두 자유롭지 않다. 규제는 시장 경쟁 촉진과 왜곡 개선이 목적이다. 규제 자체가 목적이 되선 안 된다. 같은 논리대로면 부동산 가격도 그냥 법으로 정하면 된다. 과기정통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해 규개위에 관련 법규를 왜곡해 전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전기통신사업법의 ‘사업발전’은 제외하고 ‘이용자편익’만 강조한 것이 의심을 샀다.

SK텔레콤은 “한국의 통신품질을 고려하지 않은 외국과 요금비교는 적절치 않다. 취약계층 대상 추가 지원은 복지정책이다. 정부 재원으로 해야한다”며 “요금을 2년마다 재정산하면 자율적 경쟁은 사라지고 통신사 실적도 악화해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학계, “과잉 규제, 시장경제 근간 위협”=법무법인 태평양은 “통신사 영업권 등 기본권을 제한한다. 헌법 위배 소지가 있다”며 “5세대(5G) 무선통신, 4차 산업혁명 등 향후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할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보편요금제는 정부 안에서도 논란이 있다. 과기정통부는 적극적이다.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국회도 여야 구분 없이 부정적 입장이 많다. 다만 통신비 절감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은 것은 부담이다.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하는 이유다. 규개위 회의에서도 이 분위기는 이어졌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위원장 강병민 경희대 교수는 “보편요금제는 1위 사업자에게 가격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협의회에서 법제화냐 자율경쟁이냐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규개위가 판단해달라는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또 “학계나 소비자단체는 통신사 자율로 출시하는 것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시장 자율이 좋지만 통신사가 반대만을 주장해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알뜰폰은 알뜰폰대로 고정적 수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시장 경쟁 ‘최선’ 법제화 ‘차선’=규개위도 신중하다. 심도 깊은 토론을 위해 한 차례 회의를 더 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 때 과기정통부 의견 청취뿐 아니라 찬반 전문가 각각 1인 참석을 요청했다. 아울러 “충분한 협의가 안 되면 진행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과기정통부가 산업 진흥은 외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과기정통부 유영민 장관 행보와 연관 있다는 지적이다. 눈에 보이도록 눈에 보이는 부분의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월 2만원 보편요금제는 이미 알뜰폰이 제공하고 있다. 알뜰폰은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네트워크를 빌려 쓰는 대신 요금을 낮게 책정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요금을 강제로 낮추면 알뜰폰은 요금 경쟁력을 잃는다. 보편요금제 법안 추진보다 알뜰폰 활성화가 우선과제라는 의견이다. 또 제4이동통신 추진과 모순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통신시장 개입이 강화할수록 통신사업 유인 동력은 떨어진다. 돈을 벌 수 없는 사업을 하는 기업은 없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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