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 빅뱅 방식의 미래는?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금융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변화의 조짐이 불고 있다. 지난 8일 오픈한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당초 올해 2월 설연휴기간을 이용해 오픈할 계획이었지만 한차례 연기됐다. 당시 우리은행측은 “테스트 과정에서 발견된 일부 미비점을 완벽히 보완해, 차세대 시스템의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한치의 오류도 없게 하기 위해 가동을 연기했다”며 상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양해를 구했다.
차세대 과정에서 개발 범위가 꾸준히 늘어났고 내부적으로 시스템 개발 거버넌스가 분산돼 차세대시스템에 역점을 둘 수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세대 프로젝트 추진 당시 우리은행은 전임 이광구 행장의 주도로 ‘위비뱅크’ 플랫폼 등을 앞세워 디지털뱅킹서비스 경쟁을 동시에 주도했기때문이다.
2014년 포스트 차세대를 추진해 성공시켰던 IBK기업은행도 프로젝트 도중 당시 주사업자였던 삼성SDS가 갑작스럽게 대외 금융 시스템 통합(SI) 사업 철수를 선언하면서 큰 혼란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권선주 행장 등이 주도적으로 나서 외부 갈등을 봉합하고 가까스로 개발 조직을 안정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사례에서 보듯 국내 금융권의 대형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은 아직도 이같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 ▲과도한 추가개발, ▲대형 사업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갈등 등이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잭트에 감독 권한을 확대하고 있다. 빅뱅식 차세대 프로젝트가 국내 전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월 은행 등 주요 금융회사가 진행하는 차세대전산시스템의 공식 가동에 앞서, 직접 사전 점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KB국민은행은 기존 계정계중심의 주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방식의 빅뱅식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추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장 업무 혁신이 요구되는 글로벌 플랫폼 구축 등 4개 사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이를 차세대시스템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대형 금융사에게 더 이상 빅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이 단일 선택지로 존재하는 시대는 이제 종언을 맞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국민은행의 중장기 혁신 전략은 결과적으로 차세대시스템의 한 방법론이었던 ‘순차적 구축’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순차적 구축의 문제점이었던 프로젝트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IT부서 직원을 현업에 파견해 현업과 IT개발의 간극을 줄이려는 시도도 감지된다. 다만 대형 금융사의 경우 순차적 구축에 익숙해있지 않은 만큼 철저한 사전 설계와 통합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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