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늘어나는 ‘교수님 BJ’… 수준 높아진 아프리카TV

이형두

숙명여대 미디어학과 서희정 박사
숙명여대 미디어학과 서희정 박사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제가 아프리카TV 방송을 할 것이라고는 태어나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숙명여대 미디어학과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서희정 박사가 지난달 10일 아프리카TV(대표 서수길)에서 첫 개인방송을 시작하며 한 말이다. 서 박사는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옷도 캐주얼하게 입고 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부터 ‘서교수의 콘소무죄(콘텐츠 소비는 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콘텐츠 소비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론의 힘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었다’고 방송 시작 계기를 밝혔다. 지난 9일에는 ‘드루킹 사건을 통해 본 언론조작’을 주제를 방송했다.

대학 강의와 인터넷 방송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카이스트) MBA에 이어 국민대, 숙명여대, 한남대 교수들도 아프리카TV에서 BJ(Broadcasting Jockey) 활동을 시작했다. 보통 인터넷 개인방송은 게임, 먹방 등 가벼운 콘텐츠가 중심이다. 사회 식자층인 교수들의 BJ 선언에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방송 중 ‘정말 교수가 맞는지 교수증을 인증해 달라’고 요청하는 시청자도 있다.

이는 아프리카TV 자회사인 프릭이 시도하고 있는 ‘아프리칼리지(AfreeCollege)’ 사업의 일환이다. 프릭은 전문 지식을 가진 교수진들이 생방송에 맞게 강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각 대학들과 업무협약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생방송이 끝나면 프릭이 방송 핵심을 추리고 자막을 넣은 편집 영상도 따로 공개한다.

방송은 강의만큼 무겁지 않으면서도 내용은 알차도록 구성됐다. 분량을 압축하고 시청자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교수님 BJ’들은 나비넥타이를 매거나, 삐에로 모자를 쓰고, 반짝거리는 마이크를 들 정도로 열정적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학생들은 ‘교수님 박경리(작가) 닮으셨어요’라며 격 없는 농담을 던진다. 근엄한 대학 간단에서는 나오기 힘든 반응이다. 가끔 방송 중 ‘별풍선(사이버머니)’을 쏘는 시청자도 보인다.

강의 주제도 공학, 경영학, 창업, 디자인, 발레, 콘텐츠 등 다양하다. 국민대 김도현 교수는 창업콘텐츠 ‘쫄지 말고 도전하라’, 천애리 교수는 ‘디자인이 만드는 세상’, 류한울 교수는 ‘재밌는 발레’, 한남대 강신철 교수는 ‘인생은 모델링’ 등을 준비했다.

아프리카TV에서 최초로 방송을 시작한 대학은 카이스트다. 지난 2015년 10월부터 콘텐츠 공동 활용에 대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경영대학원 교수 7명과 대학원생 5명을 시작으로 매 학기 다른 강의를 편성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 채널의 누적 시청자는 4만2000명을 넘겼다. 애청자도 2000명 이상이다.

고객관계관리(CRM), 구글 애널리틱스 활용 등 전문적이고 유익하다. 게시판엔 실시간 방송을 놓친 시청자들이 방송을 다시 올려달라는 요청이 이어진다. 방송 후 1개월이 지나면 영상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카이스트는 해당 교수의 동의를 얻어 ‘방학 특집’의 형식으로 재공개하고 있다.

방송에 언급된 기업 대표와 실시간으로 전화연결이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달 조성주 교수의 ‘스타트업 핵심 전략’ 방송에서 크라우드 펀딩 기업 사례가 소개되자, 방송을 시청하던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조 교수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예상치 못했던 현장의 목소리가 방송되자 시청자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평범한 온라인 강의와 실시간으로 소통이 이뤄지는 개인방송의 차이점으로 볼 대목이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이형두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