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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센트럴랜드, “블록체인+VR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세계 구현”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디센트럴랜드라는 콘텐츠 생태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려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같은 가상현실 세계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구현하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14일 경기도 성남시 창조혁신경제센터에서 만난 앤드류 김 디센트럴랜드 한국 총괄<사진>은 이더리움 기반 가상현실(VR) 플랫폼 서비스 ‘디센트럴랜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작 공상과학(SF) 영화다. 영화 배경은 2045년, 암울한 현실과 달리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가상현실 게임 ‘오아시스’를 소재로 했다. 이 게임에는 등장인물들이 ‘건담’으로 변신하고, 주인공은 ‘백투더퓨처’에 나왔던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질주한다.

기존 VR 콘텐츠가 각각의 독립된 패키지라면 디센트럴랜드는 초기 인터넷과 유사하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각자 홈페이지를 구성하듯, 한 가상현실 안 자신의 공간에 VR로 구현된 콘텐츠 및 응용프로그램을 올릴 수 있다. 인터넷의 주소에 해당하는 도메인은 가상현실 공간 속 (X,Y) 좌표로 대체된다. 해당 좌표의 토지는 암호화폐 ‘마나’로 구입할 수 있고, 토지 소유권은 블록체인에 의해 증명된다.

앤드류 김 총괄은 VR 전문가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오큘러스VR코리아 이사, 이후 중국 최대 VR 사업자 87870의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1월부터 디센트럴랜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지난해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할 전문가를 찾던 디센트럴랜드가 김 총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제안을 받고 프로젝트를 검토하다 ‘누구나 참여하고, VR 콘텐츠를 만들고, 지역의 소유권을 가진 세계’라는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내에서 각자가 만든 게임과 오브젝트들이 서로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니티, 언리얼 등 기존 게임엔진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조금 색다른 게임엔진이 필요하다.

그는 “지금까지 그런 시도가 없진 않았지만,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고 성공 케이스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며 “반면 블록체인 크립토 개념을 가진 게임엔진은 소위 ‘대박’이 안 나도 참여만으로도 벨류를 얻게 되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센트럴랜드는 초기 진입자가 이득을 보는 구조기 때문이다.


디센트럴랜드의 가장 기본 개념은 가상세계에 펼쳐진 부동산이다. 소유자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1년에 조금씩만 총량이 늘어난다. 디센트럴랜드의 코인공개(ICO)는 이 가상 부동산을 경매에 붙이는 방식이었다. 초기 한 필지에 5만원 하던 공간이 현재 120만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다만 김 총괄은 이를 부동산 투기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고 경계했다.

김 총괄은 “현실 세계에서도 부동산 투기가 있는데, 가상공간에도 그런 잘못된 인식이 박히게 하고 싶지는 않다”며 “투기를 위해서 산다기 보다, 땅을 갖고 있어야 ‘오너십’이 생기고 거버넌스를 할 수 있는 투표권이 생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소유권이 생긴 각 공간에 토큰 이코노미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레디 플레이어 원’ 생태계의 기본 구성은 일단 마련된다.

이 생태계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공간 하나하나가 각각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게임엔진이 고도화된 이후엔 가상공간 안에서 영화 감상, 쇼핑, 교육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영화 속 세계처럼 공룡 사냥을 한다거나, 로마 시대를 재현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한 플랫폼 내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자기 구역에 간단하게 집만 지어놓거나, '이더몬' '크립토 키티'같은 간단한 크립토 게임을 올리는 이용자가 많다. 중국 이용자들은 조금 더 적극적이다. 이미 한 구역을 통째로 구입하고 아케이드, 영화관, 학교 등 기획 도시를 건설하려는 시도도 있다.

디센트럴랜드 생태계의 또 다른 특징은 이름(Decentral+Land)처럼 탈중앙화다. 김 총괄은 다른 VR 플랫폼이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경우 중앙 집중화를 피할 수 없다고 봤다.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든,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든,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가진 구글처럼 결국엔 한 회사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구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탈중앙화된 플랫폼은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자기가 소유한 땅에서 자기가 취할 수 있는 것을 가져간다”며 “참여하는 모두가 배네핏을 가져갈 수 있고,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사람도 땅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이득을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의 특장점 중 하나인 스마트 계약 덕분이다.

디센트럴랜드는 최근 개발자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알파버전을 공개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개발자에겐 프로젝트 펀드도 투자할 계획이다. 김 총괄은 “조만간 한국에 크립토 관련 투자자, 멘토, 어드바이저들이 함께 커갈 수 있는 물리적 공간도 한국에 만들어 플랫폼과 함께 성장할 계획”이라며 “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데다 해당 인더스트리의 탑 리더 위치, 진입 장벽이 낮은 지금 많은 한국 개발자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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