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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개입 선택한 한국…경쟁활성화 택한 일본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웃나라 일본과 한국이 이동통신 요금경쟁 활성화를 위해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이 이동통신사업자(MNO)의 망을 빌려 사업을 하는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한국에서는 알뜰폰이라는 브랜드 사용)를 통해 요금경쟁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정부의 직접적 개입을 선택하며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MVNO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신규 MNO 진입을 통한 경쟁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MVNO 지원을 통한 경쟁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시장이다. NTT도코모가 39.5%, KDDI가 27%, 소프트뱅크가 23.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통3사간 경쟁이 활발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점유율 변화가 미미하고 HHI 지수 변화 수준이 1%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에 대한 총무성 평가는 매년 비슷하다. MNO 3사 요금이 매우 유사해 요금경쟁이 진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총무성은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2016년 이동통신시장 경쟁상황'에서 MVNO에 의한 경쟁적 시장으로 다소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통3사의 가입자수가 적은 폭이지만 순감한 반면, MVNO 가입자는 순증했고 시장점유율 역시 이통사들이 정체를 보인 반면, MVNO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집중도를 나타내는 HHI 지수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기존 이통3사가 MVNO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대응책을 강화하면서 요금경쟁이 활성화 됐다. 서브브랜드 강화나 요금 할인 서비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며 요금인하 정책이 성과를 보인 셈이다. 다만, 라쿠텐이 제4이동통신 진출을 선언하며 향후 일본의 MVNO의 역할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의 MVNO(알뜰폰)가 사업을 하고 있다. 알뜰폰 포화된 이동전화 시장임에도 불구 수년만에 12%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빠른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최근에는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저가 요금제에서 자리를 잡은 알뜰폰은 LTE 등 데이터 중심 시장으로 외연확장을 모색하던 단계였지만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 유탄을 맞았다.
보편요금제는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보편요금제는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새정부의 통신요금 정책이 이통3사에 대한 직접적 요금인하에 맞춰지며 알뜰폰의 요금경쟁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저소득층 및 노인층 추가 요금감면에 이어 하반기에는 보편요금제가 대기 중이다.

특히,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이통사 요금을 사실상 설계해 저가요금제 혜택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뜰폰에 직접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 수준의 요금제가 이미 알뜰폰에 존재하지만 정부는 브랜드 파워가 높은 이통사들이 저가요금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 확대에 대해서도 정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할인율을 확대했다며 반발한 바 있다.

통신업계는 한국 정부의 통신요금 정책 변화의 직접적 이유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기본료(1만1000원) 폐지를 꼽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본료 폐지가 어렵다보니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요금추가감면, 보편요금제 도입 등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국내 알뜰폰 업계는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최소 80만에서 150만명 가량의 알뜰폰 가입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2만원 초반대의 보편요금제에 대응하려면 1만4000원 가량에 비슷한 혜택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는 도매대가 추가 인하 등 알뜰폰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으로 코너에 몰린 이통사들이 전향적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김도훈 경희대학교 경영대학교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보편요금제 심사에서 "요금인하로 소비자 후생이 있지만 공급자 후생도 봐야 한다"며 "단기적 소비자 후생이 장기적 기업 후생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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