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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액티비티도 미슐랭처럼… “전문가가 직접 굴러보고 판다”

이형두


[디지털데일리 이형두기자] 액티비티 산업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대흥기획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성인 10명 중 4명은 매달 2회 이상 액티비티를 즐긴다. 최근 1년 사이 액티비티 경험이 증가했다는 답변도 2명 중 1명이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여가 문화 확산에 불을 붙였다. 액티비티 현장에서도 “확실히 제도 시행 이후 주말 이용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액티비티 시장은 최대 연간 20조원 규모로 추산되지만 아직 절대 강자는 없다. 이커머스, OTA(Online Travel Agent), 숙박 O2O(Online to Offline) 사업자들이 모두 각각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런 경쟁사들 사이에서 위드이노베이션(대표 심명섭) 여기어때는 액티비티 콘텐츠 확보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여행과 콘텐츠 제작에 특화된 팀을 별도로 구성하고 ‘여행 큐레이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단순 액티비티 상품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전문가가 직접 액티비티를 체험하고 작성한 후기, 사진, 영상, 주변 맛집 정보까지 전문 매체 수준으로 콘텐츠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심산이다. 지난 31일 여기어때 김민정 액티비티 큐레이터, 박선진 영상PD와 경기도 가평 칼봉산에 위치한 짚라인의 액티비티 콘텐츠 제작 현장에 동행했다.

김민정 액티비티 큐레이터는 10년 넘게 여행 가이드, 여행기자 등 국내 여행 관련 업무에 종사해 온 전문가다. 대학시절 여행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여행의 매력에 빠졌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네팔,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일본 등 세계를 유랑하기도 했다. 전국 고속도로를 모두 꿰뚫고 있고 사계절마다 어떤 여행지가 ‘힙’한지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대학시절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해 여행담을 매끄럽게 풀어낼 수 있는 필력도 갖췄다.

짚라인은 마주보는 절벽 사이를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매달려 활강하는 레저스포츠다. 올해 7월 개장한 가평 짚라인의 경우 순간 최고속도가 시속 60킬로미터까지 나온다. 뛰어내릴 때 스릴은 번지점프와, 최장 500미터 거리를 활강하며 바라보는 경치는 패러글라이딩과 흡사하다. 고소공포증이 없는 사람도 낭떠러지 발판에서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김민정 큐레이터는 “다른 짚라인도 많이 타 봤다”며 망설임 없이 훌쩍 뛰어내렸다. 다음 코스에서는 아예 한 손에 액션캠을 들고 촬영하면서 점프하기 시작했다.

여기어때 콘텐츠의 한 축이 여행 전문가의 안목과 인사이트라면, 다른 한 축은 동영상 콘텐츠다. 액티비티 특성 상 글과 사진 콘텐츠만으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 이날도 고화질 영상 촬영이 가능한 고성능 카메라 2대, 액션캠 2대, 촬영용 드론까지 현장에 동원됐다. 문제는 날씨였다. 이날 가평 낮 최고기온은 35도를 기록했다. 이들은 무거운 장비를 메고 한낮에 3시간 가까이 짚라인 8개 코스 산비탈길을 걸었다.


지독한 날씨에 촬영용 드론이 과열돼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땡볕에 드론 조종기 디스플레이가 보이지 않는 것도 난관이었다. 흔들다리를 건너오면서 드론을 촬영하고 나니 건너편엔 착륙할 평지가 없어 또 한참을 고생했다. 촬영을 마치고 나니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박선진 PD는 “액티비티 체험을 하러 다닌다고 하면 남들은 놀러 다닌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쌩고생'하는 극한직업”이라며 웃었다.

지난주엔 강원도 양양에서 바다 서핑 액티비티 체험 콘텐츠를 제작했다. 촬영을 위해 하루종일 페달링(팔을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한 탓에 온 몸에 알이 배겼다. “매주 액티비티 촬영을 나가다 보니 몸이 건강해졌다”면서도 몸이 쑤셔 근육이완제를 달고 산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여기어때 매거진 ‘탐구생활’ ‘8주 완성 액티비티’ 및 각 액티비티 상품 정보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여기어때는 콘텐츠의 깊이뿐만 아니라 색깔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영상 콘텐츠에 자막이나 특수효과를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에디터의 경험과 정보를 담아낸 매거진의 필체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상품을 최대한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판단은 이용자에게 맡기겠다는 의미다.

김민정 큐레이터는 “요즘 이용자들은 화려한 폰트와 ‘어, 인정’ 등 난잡한 유행어 자막이 들어간 콘텐츠에 오히려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낀다”며 “지금은 여기어때 앱 내에서만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향후 다른 채널로도 확장할 예정, 출처가 없더라도 누구나 ‘아, 여기어때 콘텐츠다’라고 느낄 수 있는 색깔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액티비티 콘텐츠의 위력은 현장에서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짚라인코리아 김경준 부사장은 “모바일 환경에서 활발하게 액티비티 콘텐츠가 업데이트된다는 점에서 좋은 플랫폼이라고 판단해 이번에 입점하게 됐다”며 “이미 다른 액티비티 업장들도 콘텐츠를 통해 상당한 매출 효과를 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티비티 산업은 숙박, 체험, 교육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광 상품으로 문체부 등 정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짚라인 역시 글로벌 진출을 타진 중인 상황이라 여기어때의 글로벌 액티비티 플랫폼 비전에도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이형두 기자>dud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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